행사 시작 전 안철수 공동대표는 자리에 앉는 김종인 대표를 찾아 "위원장님, 오셨습니까. 잘 지내셨습니까"라며 악수를 청했다. 김 대표도 "오랜만이에요"라며 악수했다.
이후 두 사람은 행사가 진행된 약 1시간 20분 동안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지만, 인사를 한 것 말고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내빈 소개에 귀를 귀울이거나 안내 책자를 뒤적일 뿐이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당 텃밭'인 호남 민심을 두고 경쟁을 벌여온 두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호남에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야권통합 문제를 놓고는 정면 충돌했다.
박광태 중앙회 회장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종인 대표, 안철수 공동대표를 차례로 소개할때 마다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것은 안 대표였다.
박 회장이 "이번에 정말 새정치를 꼭 해야겠다고 아주 애쓰는 안 대표님이 오셨다"며 소개하자 객석에서는 큰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안 대표는 흡족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김 대표도 어색한 듯 허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안 대표보다 먼저 축사에 나선 김종인 대표는 '변화'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가 현 상황에서 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번 총선과 다가올 대선에서 적지않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그 변화를 관철시킬 각오를 하고 있다. 그것이 그동안 호남이 우리 당에게 보내준 관심과 애정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기필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라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호남의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역동적이고 포용력 있는 대권주자로 성장하게 하겠다"는 대목에서도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특히 김 대표는 '야권통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대로 야권이 간다면, 결국 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밖에 없다. 호남이 바라는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야권 통합을 이뤄내 총선에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더 큰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안철수 공동대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거대 기득권 양당'으로 지칭하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4일 오후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호남향우회 정기총회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안 대표는 "정치가 잘하고 있다는 국민이 별로 없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지 못하면 우리 정치는 여전히 답보 상태로 대한민국은 급속히 어려워질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무능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 하지만 그를 위해 야당의 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으로 단일화 이야기밖에 하지 못하는 야당으로는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다"며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참석자들은 "옳소!"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안 대표는 이순신 장군을 예로 들며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한 분이다. 배의 숫자가 많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란 것을 충무공이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한국정치를 바꾸고 한국정치를 실현할 것인가가 오로지 제 목표고 국민의당의 목표"라며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사람은 행사가 끝난 오후 6시 10분쯤 짧게 악수를 나눈 뒤 헤어졌다.
한편 김종인 대표에 앞서 가장 먼저 축사를 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제가 말투는 경상도지만 전남방직 집의 아들이다. 호남 정치가 새롭게 태어나는 차원에서 마음의 벽을 허무시고 호남보수주의와 새누리당이 이제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