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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팀장의 반응에, 연구소장님이 제일 당황 하셨고 그렇게 우리는 말 없이 공장으로 향했음.
공장에 가보니 S사 담당자가 마당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음. 왜 이제 왔냐고 막 우리 손을 잡아끌었음.
현장에는 어제와 같이 덩그러니 가운데 설비가 있었고, 팀장이 어제와 같은 자리에 혼자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만지고 있었음.
장비 앞 뒤로는 비전팀 몇명이 못미더운 눈치로, 제품을 태워주고 있었음.
가서 보니 어제와 같이 제품이 카메라 밑에 들어가기만 하면 픽 하고 죽고있었음. 뭐지...
우리가 들어가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음.
S사 담당자: 아니.. 팀장님이 오신뒤로 어제 되던게 안되잖아요. 어디 손대신거 아니에요?
팀장: 아니. 나는 손 안댔어요.
비전팀: 아니..제가 보니까 뭘 하시던데 손 안댔다고 그러세요.
팀장: 나는 그냥 코드를 본거 뿐이지. 아무것도 안했다고.
S사 담당자: 아니 그게 말이 되요? 그럼 왜 어제 다 되던게 지금 안되는 거냐구요. 증상도 처음이랑 똑같구만.
팀장: 나는 진짜 아무것도 안했어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무쌍주임이 말했음.
무쌍주임: 아몬드야. 어제 USB에 소스코드 받아놨지?
아몬드 주임: 넵. 받아놨져.
무쌍주임: 자자. 여러분 어제 제가 퇴근 전에 수정했던 소스코드 받아놨거든요. 이걸로 한번 해보시져.
S사 담당자: 와... 믿고 있었습니다. 한번 해보죠.
팀장: 아니. 손을 안댔다니까 그러네. 해봤자 의미 없는 것을..
S사 담당자: 뭐 한번 보죠. 코드가 거짓말 하는건지 사람이 거짓말 하는건지.
팀장: 거참.. 사람들...
그렇게 무쌍 주임이 받아둔 소스코드를 실행해서 제품을 태워보니
사람들: 잉??? 겁나 잘 되네??
팀장: .........
그렇게 다시 비전팀 사람들은 원래 해야할 작업을 각자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음.
비전팀장과, S사 담당자, 그리고 메가통팀장 외 우리 셋은 아무말이 없었음...
그렇게 침묵의 시간을 메가통 팀장이 깼음.
팀장: 이상한 일이네...분명 손댄게 없는데....가끔 장비하다 보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생길때도 있으니깐...
하면서 밖으로 휘적휘적 나갔음. 그 뒷모습을 보며 S사 담당자는 조용히 중얼거렸음.
S사 담당자: 기계나 프로그램은 거짓말 하지 않죠. 거짓말 한다면 언제나 사람이 하는거지....
그렇게 이분이 혼자 중얼거린 이 말은 마치 우리 회사의 가훈 처럼 되었음.. 이 가훈 때문에 이후 얼마나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진땀을 뺐던가...ㅎㅎ
이걸 보며, 나는 느꼈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프로그램에 있다는건,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프로그램이 괴상한 짓을 한다면 그건 모두 사람 탓이다 라는 확신을 가졌음.
이후로 본인도 프로그램을 하면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많이 겪었으나, 이건 분명이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을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흔들리지 않았음. 그리고 결국은 모두 해결할 수 있었음. 결국은 나의 기억의 착오 였거나, 착각들 이었음.
물론 하드웨어적인 결함이 발생했던 경우도 많았으나, 적어도 시작부터 기계탓, 셋업 탓을 하며 내 코드의 분석을 소홀히 하는
상황은 이후로도 없었으니까... 그 덕에 셋업하는 인원들과 상호 신뢰 관계를 굳건히 다지게 되었음.
장비는 상당히 거대한 사이즈였으나, 검사는 크게 어려운것이 없었음. 제품에 기포가 가끔 발생하면 그 기포를 불량으로 잡아주면
되는 방식이었고, 그러다보니 검사는 대단한 알고리즘을 필요로 하진 않았음. 제품에 바코드가 찍혀 나오는데, 바코드를 읽고,
그 바코드를 불량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스킵해 주는 기능이 하나 있었고, 제품에 앞공정에서 발생한 불량의 위치를 표시한 잉크가
가끔 찍혀 올라오는데, 그 잉크의 색상을 구분해서 어떤 색은 몇개 이상 불량. 어떤 색은 크리티컬한 불량 식으로 판단해서
배출해 주는 기능 정도였음. 어차피 알고리즘이야 사장님, 연구소장님 두분이 짜놓은거 차용하는 거니까...
대신 105인치라는 방대한 제품 이미지를 다루기 때문에 메모리가 간당간당 했음. 그래서 불필요한 스택 메모리를 줄이고,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만큼만 포인터로 작업을 하도록 코드를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했음.
우리는 딱히 할일이 없어서, 코드를 검토했고, 간혹 테스트 중인 비전팀에서 메모리가 터지거나, 뭔가 오동작이 일어나면 가서 봐주는
식으로 현장에서 대기를 했음. 팀장은 혼자 자리에 앉아서 나름의 뭔가 작업을 하고있었고...
물론 이 공장의 누구도, 팀장이 작업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생각은 없었음. ㅋㅋㅋㅋㅋ 팀원인 우리도 그런데 타 팀은 오죽할까..
무쌍 주임이나 아몬드 주임은 비흡연자였기 때문에, 나는 중간 중간 담배피러 다녀오곤 했는데, 무쌍주임이 따라와서 같이 이야기를
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 졌음. 뭐랄까 업무를 하는데 각자가 가려운 부분을 서로 잘 긁어 준다고 할까?
내가 폭발하기 직전엔 무쌍주임이 대신 터뜨려 주었고, 무쌍 주임이 이성을 잃어갈때쯤엔 내가 터뜨려주고 하는 식으로...ㅎㅎㅎ
딜러가 두명이니 번갈아 딜을 넣기가 좋았고, 한쪽이 기술쓰고 MP가 딸릴때는 다른 한쪽이 기술쓰고...그동안 MP충전하고...
물론 사냥감은 팀장이었음. 팀장은 처음 봤을때의 그 책임들 후려잡던 박사 포스는 온데간데 없어졌고.. 점점 소심해졌으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점점 비밀이 많아졌음..S사 담당자는 팀장에게 장비 반경내 접근 금지를 선언했고...
그렇게 3일간의 작업으로 중국까지 나갈 수 있을만큼의 셋업이 완료 되었음. 실제 준비 기간은 거의 3~4개월 전이고, 팀장이 코드를
준비한 기간은 2개월... 그리고 검수 2주 중에 11일을 날려먹고, 3일만에 이루어진 기적같은 셋업이었음.
이 장비들로 매년 70~80억의 매출을 올려왔던 효자 장비였는데, 고객에 영업하고 관리하던 비전 팀장이 얼마나 마음 졸였겠음?
그래서 그런지 우리 셋을 모시다 시피하며 조카처럼 대해주셨음.
조만간 중국을 나가기 위해 장비 포장을 시작했고, 물론 무쌍주임과 아몬드 주임이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보지만 나도 그 옆에서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혼자 담배를 피고 있었음.
그러던 와중 비전팀 사람 몇몇이 나에게 헐레벌떡 뛰어와서...
비전팀 사람들: "저기요!! 주임님...허억 허억....좀 와주셔야 겠어요..."
나: "왜요?"
비전팀 사람들: "지금 무쌍 주임님이....주임님이 메가통 팀장님 팰것처럼 미쳐 날뛰고 계세요..!!"
나: 뭐어어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