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기한에 맞추어 단편 소설 하나를 써야 하는 일이 있는데, 굳이 핑계를 대자면 다른 일들이 워낙 많기도 했고, 솔직하게 말하면 개요만 그럭저럭 써 놓고 탱자탱자 딴청을 피우다 마감 기한이 임박해버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미 잡아 놓았던 뼈대마저도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아 없던 일로 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하되 최대 열흘 이내에는 다른 일들에 치이면서 단편 소설 하나를 써 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대충, 별 볼일 없이 써내는 것도 도저히 스스로 용납이 안되는 터라, 밤을 새서라도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로, 그리고 또 저만이라도 스스로 만족해할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혹여나 어떤 조언, 평가, 사건의 실마리, 참고할 만한 좋은 책 정보 등 무엇이라도 좋으니, 어떤 '발동'이 걸릴 여지라던가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오유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쓰고 싶은 소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우울하고,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 - 그에 맞는 짧고 간결한, 단정적인 문체 - 주인공의 심리에 초점을 두어야 하므로 가급적이면 1인칭 시점 서술로 - 결말은 '주인공의 자살(비극적 결말)'로 하되, 소설의 주제의식은 잃지 않도록 - 구상 중인 주인공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혹은 지독한 불행 속에서 살아가는 고립적, 소시민적 인물 - 아직 불분명하지만, 대강 머릿 속에 그리고 있는 주제는 '결국 어디에도 낙원은 없다'(+ 그러면서도, 마냥 염세주의, 허무주의에 침잠하지는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사실 지금 살아가는 곳이 낙원일지도 모른다'는 류의 메시지도 은연중 전달할 수 있도록) - 대강 구성중인 플롯은 '(상징적 의미의)낙원을 찾아 헤메이는 주인공' -> '거듭된 좌절과 불행' -> '주인공의 고뇌' -> '(여운이 남을 만한 사건을 동반하며)주인공의 자살' 정도입니다.
- 무엇보다도 소설의 근본인 '인간에 대한 탐구'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마치 떠먹여달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 같아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만, 정말 소설을 쓰고는 싶지만 머릿 속에 맴돌 뿐 도저히 이야기의 가닥이 잡히지 않아서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조언이 될 만한 어떤 것이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