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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빨노빠" 개발자 이 나라를 떠납니다.(스압)
게시물ID : humorstory_404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뽐인
추천 : 1
조회수 : 78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1/26 20:14:33
출처 뽐뿌 - 핫게시글 (퍼가기 허락 받았어요)
 
유능한 개발자님이 창조경제때문에 이민간다는건 유머
저도 가고 싶은데 못가는건 안유머...
 
약4~5년 정도 준비해온 길고 치열했던 계획의 끝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12년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해왔고, 호주기술이민 프로그램을 5년정도 준비해서 IELTS general each 7.0을 획득한 후 독립기술이민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그 후 시드니에 있는 UNSW라는 대학에서 학비면제되는 박사과정의 합격을 통보받았고 연3만달러 정도의 장학금도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이제 비행기표도 끊었고 내년초에 시드니로 날아가서 영주권자가 누리는 복지혜택을 받으며 박사과정을 좀 해보다가 맞으면 계속 하고 아니면 취업을 해서 나올 예정입니다. 

전 최근몇년전까지 민주당국회의원을 배출해본적 없는 경기도속의 경상도 파주에서 태어나 20살까진 수구로 살아왔고, 대학입학후 눈을 떠서, 정직원님들께서 욕하시는 좌빨노빠로 쭉 살아왔습니다. 노무현재단의 발기인/정회원이고 다른 몇개 NGO역시도 발기인/정회원입니다.

블로그에 정리해놓은 내용인데 다른 개발자나 좌빨노빠분들에게도 하나의 길이 될수 있을거 같아서 블로그 내용 그대로 공유해드립니다. 공격적인 댓글은 무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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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긴 4년여의 호주이민준비를 마치고 이제 떠나갈 준비가 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이제 3개월도 채안남았다. 이쯤에서 다시 난 왜 이나라를 떠나서 먼나라의 이방인으로 살려고 하는지 정리를 해보는 시간이 필요한거 같다.
 
호주 영주권을 받기 위해 IELTS each 7.0을 받으려고 2년가까이 매일밤 영어를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들, 내 고단한 영어공부를 지탱해준 이유들을 정리해본다.
 
 
1. 새로운 세상에서의 새로운 삶
사실 그 전까지이민 제 1이유는 나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과 좀더 나은 환경에서 나은 삶을 보내고 싶다는 욕구. 그러나 이민을 준비하면서 1순위가 바뀐거 같다. 이건 나와 내아내 -대학2학년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준 서로의 첫사랑, 내아내- 를 위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인생을 위한이유가 가장 크다. 평생을 살아온 나라를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의 삶은 우리에게 신선한 삶의 활력소가 되리라.
 
안정적으로 살려고 하면 한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나, 그러면 삶이 너무 지루하다. 우리내외를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삶은 좀더 박진감넘치고 새롭고 재밌어야 한다. 그러려면 호주에서의 삶은 좋은 청량제가 될것이다. 혹시나 이민을 끝내고 돌아온다고 하여도 그 경험은 크게 남을거라 믿는다.
 
2. 더나은 기회를 찾기 위해
한국에서 소프트웨어개발을 하는 사람을 흔히들 3D라고 부른다. 그래도 난 최근엔 야근률도 적어 졌고 그렇게 업무에서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내나이가 40을 넘고 하면 과연 뭘해야 될까? 내 직장상사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그나마 잘된 케이스가 대기업에 가서 체재에 순응하며 열심히 일하는척 야근특근을 하면서 정년까지 버티는 케이스. 나머진 작은 업체를 차려서 대중소기업의 외주를 받아서 근근히 살아간다. 소프트웨어외주가 그렇듯이 인건비도 빠듯한 분야고, 결국 두개 세개씩의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하느라 가족과 보낼시간도 없이 회사에서 상주한다. 대기업에서 부르면 소환되어 온갖고초를 당해도 그달의 월급을 생각하며 버틸수밖에 없다.
 
난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
흔히들 호주나 영어권에선 백발의 프로그래머도 흔하게 볼수 있다고 한다. 난 이분야가 정말 적성에 맞고 평생 하고 싶다. 그렇다면 정답은... 이민이다. 미국도 생각해봤으나 취업비자로 5년이상을 버텨야 영주권을 주는 프로그램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너무도 가족을 불안에 빠뜨린다. 호주의 기술이민정책은 영주권을 받고 시작할 수 있고 그 복지혜택을 입국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백발의 프로그래머가 가능한지 어떤진 모르겠지만 이 떡밥은 물어줘야 한다. 확인해줘야 한다.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영어권국가에서 일한 경력은 득이 되면 득이되지 실은 안되리라.

3. 더 나은 복지(X) 사회(0)를 위한 욕구
호주를 흔히들 복지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혹은 사회주의식 복지. 사실 그 부분도 많이 끌렸다. 아이들이 영어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한국인들은 참으로도 많은 돈을 쏟아붇고 기러기까지 감수한다. 그런것 없이 아이들에게 그 복지혜택과 교육혜택을 주고 싶다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내가 맘에 드는건 그 사회체제이다.

다른건 둘째치고 영주권만 있으면 아무리 아프고 직업을 잃어도 치료를 못받아 죽는일은 없다. 우리나라는 아프고 직장잃으면 순식간에 하층민계급으로 떨어지고 재산을 다 털어먹는다.

아니, 사실 이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나는 호주의 소득분배... 이것도 너무 거창하다. 최저임금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최저임금은 충분히 높으며 허드렛일, 기능/기술직의 일을 해도 고위층과 벌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높은 최저임금과 소득세율의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밥 한끼도 먹기 힘들다.

내 아이들이 한국의 경쟁사회를 뚫고 승자가 된다면 한국에서 정말 훌륭한 삶의질을 느끼며 살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말도 안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착취를 당해야 한다. 그게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는 참담한 예측이 가능하다.

내 아이들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부의 분배가 민주적인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다. 고소득층이 되든 저소득층이 되든 착취없이 분배가 되는 그런나라. 슬프게도 한국은 그런나라가 아니다. 앞으로도 아닐것이다.

4.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나는 흔히들 말하는 좌빨노빠다. 우익/반공정신이 투철한 아이로 키워졌으나, 대학때 풍물패를 하며 세상에 눈을 떠서 데모도 많이 해봤고, 노무현대통령의 탄생에 기뻐하고 서거에 눈물흘렸으며, 언론민주화와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 여러 조직에서 발기인/정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내가 바라는건 진보의 득세나 보수(?)의 멸망이 아니다. 단지 상식이 통하는 정치, 사회를 원하는건데 사실 거의 포기에 가까운 절망을 여러번 겪었다. 그 때마다 포기하려고 포기하려고 했지만 내가 사는 나라고 사회니 안볼수도 없고 버릴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일련의 사태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큰 절망과 무력감을 안긴다. 난 단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보고 싶은건데 오히려 우리 사회는 후퇴하고 있고 더 나아질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 나라를 떠나는 방법뿐이다.

더 이상 이 사회에서 스트레스 없이 버틸 자신이 없다. 고칠 자신도 의지도 잃었다....

5. 국민연금 해지. 내 세금을 돌려달라.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아닌이상은 국민연금에서 탈퇴할 방법은 없다. 단 하나의 예외가 영주권자의 이민이다. 난 그 자격을 갖췄고 호주에 가서 돈이 필요할때 바로 국민연금을 탈퇴할것이다. 내가 12년간 낸 약4천만원의 국민연금에 예금이자를 붙여서 돌려준다. 너무나 기쁘다. 영주권을 얻는데 있어서 힘든부분이 많았는데 나에게 용기를 준건 가카와 그네누나와 국민연금해지 가능의 세가지다. 이 모든 공을 그대들에게 돌린다.

사실 단순히 국민연금의 문제가 아니다. 세금내면 강바닥을 통해 딴데다 다 퍼줘, 연금내면 이상한짓해서 다 해먹어, 불쌍한사람들 도우라고 기부하니 공무원들이 다 해먹어.. 내가 낸 세금/기부금은 사실 아깝지 않은데, 저 놈들 해먹는꼴은 못보겠다.  배알이 꼴리다.

더 이상 네놈들에게 100원도 주기 싫다. 국민연금은 낸거 다 가져간다. 퉤퉤. 그 딴식으로 잘먹고 잘살아 봐라.

6. 안전의 욕구
사실 전쟁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북한이 미친게 아니고선 전쟁을 할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떠야만 안전하다고 느끼는건 그네누나를 너무 잘알아서일까? 

사실 안전에 대한 욕구는 나의 안전보다 내 아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다. 바로 군대.
사실 걱정이 없었던게.. 내 아들이 커서 군대를 갈 20년 후쯤되면 설마 모병제로 바뀌고 평화로운 나날들이 계속 되겠지 하는 알수 없는 믿음이 있었다.
노무현대통령취임당시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을 추진했고 다된밥이었는데 이미 재가빠져서 원복되었다. 이러다간 20년후에 모병제는 커녕 오히려 복무기간이 늘어날 기세다. 인구는 줄어들고... 국방력의 강화는 쪽수의 강화라고 주장하니..
그래도 좋다고 그 놈들을 계속 찍어주고...결국 내아들은 군대에 가서 시간을 허비하고 말거라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고나니 아들을 위해서 선택권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영주권자가 4년이상 거주하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게되지만 동시에 의무도 벗게된다.
아들에게 그 선택권을 줘야한다. 군대에 보내서, 시간을 허비하고, 국지도발전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열어놓아선 안된다.

높으신분들이 하면 되고 내가 하면 안되나? 높으신 분들은 본인포함 직계가족 군복무율이 10%도 안되던데.. 난 그딴놈들을 위해 내 아들을 보낼 맘이 없다.
아니다 본인이 선택하게 할거다. 아니다 군대 간다고 하면 때려서 말릴거다.


 

난 이제 몰상식에 눈감고 내 배를 채우기 위해 침묵할 만큼 무식하지도 무능력하지도 않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난 떠나간다. 돌아 올지 안돌아 올지 알수가 없다. 돌아온다면 한국사회에서 뭔가 희망을 봤기 때문일거고 안돌아 온다면 절망만 보이기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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