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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 국회의원님과의 귀향 벙개
게시물ID : sisa_6806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ROT
추천 : 31
조회수 : 155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3/06 20: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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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현 의원님 의원실에서 힐러-리와 함께하는 영화관 번개를 추진했습니다. 회비를 걷어 영화 귀향을 함께 보는 자리였는데요,
 오유에서 관련 글을 보고 행사가 있는 걸 알게 되어서,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분위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듯한데 뭐라 글을 잘 적을 재주는 못 되고, 
 친구들이랑만 공유하는 SNS에 올린 일기같은 글을 그대로 긁어왔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도 보시라고 베금걸어 올립니다.
 앞으로 이런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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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로선 매우 뜻밖의.. 행사에 다녀왔다.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함께 영화 '귀향'을 단체관람하는 자리였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순서로 있었던 일을 적어보자면

- 이의원께서 영화를 보고 나온 직후 귀향이 200만 관객을 달성한데 대해 사람들에게,
물신주의적 세상에서 사람들이 공감대를 갈구하는데, 이 영화가 우리에게 공감의 기회, 정화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고.
(영화가 한풀이와 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그런 감상을 느끼신 듯)

- 필리버스터에서 발언중이던 사람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던데 대해, 
한국은 전통적으로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나라였으며, 
발언하는 사람이 고문이라도 당하듯 생리적 욕구를 참기를 강요당하는 일은 용납되어선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 화장실 이야기를 하면서는 '진짜 권위와 가짜 권위를 구분해야 한다'고도 하심.
신성한 국회에서 발언중에 어딜 감히 화장실을! 이런 건 가짜 권위이며, 국회의 권위는 그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미국 의원이 발언중 양동이를 가져다달라고 해서 거기에 소변을 보았다는 이야길 하시며, 
한국 국회가 발언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점은 오히려 미국보다 우리가 선진적인 부분이라고 앞으로 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 티비에서 보면서 느끼던 것보다 키가 작다는 말에 대해, 자신은 키가 작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싶으시다며.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과거 총각 정치인으로서 인기 많던 시절에 티비출연 했다가 노래를 하게 됐는데 너무나 못 불러서 비웃음을 샀노라며, 
그때 사람들로부터 의원실을 통해 '저보다 심한 음치도 있군요!' '노래 진짜 못하시네요 힘내세요' 하는 전화가 쇄도했었다는 일화를 얘기하심.

- 평소 '국K원', '폭력 의원' 등으로 낙인이 찍혔던 의원들의 사연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심. 
한미 FTA, 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과 관련된 입법에 관련해, 한나라/새누리당이 야당의 반대의견을 차단하려 들며 쪽수로 밀어부치려 들고 
심지어 국회 회의장 문을 걸어잠그는 행동에 대해 야당이 항의하면서 무력사태가 일어난 것인데, 
언론에서 상황에 대한 배경설명 없이 폭력이 일어난 상황만 부각시키면서 야당에 악재로 작용함.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마저도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느냐'는 식으로 핀잔이 나오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고.

- '아이가 물에 빠진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내가 저기 뛰어든다고 해서 아이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내게 악영향은 없을 것인가 등등 여러 계산을 하느라 망설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물 속에 뛰어든다며, 
강기정 의원 등 폭력의원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을 후자에 속하는 '순수한 사람들'이라 생각하신다고,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데 대해 매우 미안했다고 말씀하심.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욕을 먹을 때 나서서 적극 변호하는 것까지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합세해서 같이 욕을 한다거나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누군가가 여론에 의해 몰아세워지고 있을 때 거기에 휩쓸리기보단 그 사연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닐까, 
그런 점을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깊이 느끼셨다고.

- 국민들은 '국회의원? 그거 다 더러워!' 라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 없어!' 라고, 
서로간에 있던 그런 오해가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을 통해 일정부분 해소되었다는 이야기. 
국민들도 야당 의원들도 서로간에 소통이 가로막혀있었을 뿐임을 상호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고. 
야당 입장에선 입법을 지연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던 것뿐인데 
국민들이 방송을 지켜보느라 밤샘을 하는 등 이렇게 호응할줄로는 생각 못 했다고 한다. 
'최후의 막다른 골목에서 생각지도 못 한 우군을 만난 격'이었다고.

- 뒷풀이자리 대화에서 엿보이던 보좌관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닌 걸로 느껴졌다... 
마무리때 발언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기억나는대로 적어 보자면, 
'과거 백분토론 시간에 친구들에게서 전화를 많이 받았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러이러한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데 왜 저러는 거냐, 민주당 쪽에서 이러이러하게 받아쳐야 하지 않느냐, 그런 전화가 새벽에도 수없이 걸려와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그 친구들도 늙어서 그런 전화를 더는 걸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전화해 주시면 참 좋겠다. 최고의원 회의 에서 당의 나아갈 방향 등을 일주일에 한 번씩 토의하게 되는데, 전화 주셔서 말씀해 주시면 의원님께서 의견을 반영해 지도부에 전달해주실 수 있을 것이다...'

생각나는 건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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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겨우 걸어서 10분 거리에서 있는 행사였고, 일하는 곳 바로 맞은편이 이석현의원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지난달까지는 매일같이 대형현수막을 쳐다보며 일하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열성적으로 지켜봤음은 물론이고. 귀향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컸고. 
나로선 이 행사가 꼭 가고싶은, 가야만 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그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안 갈 이유가 전혀 없는 자리였다.

정작 지역구 사람들은 얼마 없었고(나포함 네명? 쯤 됐던 것 같다), 수도권역 내에서 먼 길을 부러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자격으로 국회의원과의 만남에 자진신청해서 자리를 함께 한다는데 대한 저항감이 많았을 거고(나부터가 그랬다), 
적잖은 열성이 있어야만 참가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 테다. 

개인적으로 나는 쌩판 모르는 사람들과 인터넷 등을 통해 만남을 갖는 경험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또 학생운동이나 집회에 참가하면서 시민참여 활동의 무서운 외견이 어디까지나 언론등을 통하며 과장된 것일 뿐 실제론 그 참여라는 게 매우 일상적인 일에 가깝다는 걸 체감을 했기 때문에 
언제나처럼 슈퍼가는 차림으로 기어나가서 멀뚱거릴 용기를(음 용기 씩이나...) 낼 수 있었다.

각자 집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며 울고 웃고 화내고 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며 대화하며 공감하고, 의미깊은 영화를 함께 본다는 건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만남에 있어 구심점이 되어주신 이석현 의원님은 매우 좋은 분이셨다. 의장으로서, 그 자리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의 소회에 대해선 계속해서 이야길 하셨지만, 
그저 듣기에 좋은ㅡ 그냥 듣는 사람들에게 점수따기 좋은, 듣기에 옳은 이야기들은 굳이 하시지 않으시더라.

특히 '물신주의'라는 단어를 여러 번 부정적으로 언급하셨는데 한국의 민주당 다선 의원이 그런 키워드를 여전히 머리에 가슴에 담고 입에 달고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 마음이 매우 흐뭇했다.

직후 자리에서 곁들인 알콜에 섞여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쭉 적어 보았다. 
참가한 입장에서 그 분위기와 이야기를 전하는 건 어느정도 의무인 것 같아서... 아무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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