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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떡밥은 유통기한이 지났어요.
게시물ID : sisa_660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타상자
추천 : 6/10
조회수 : 769회
댓글수 : 45개
등록시간 : 2009/03/21 02:14:17
참 한동안 조용하길래 다들 그동안 공부 좀 하고 정신들 좀 차렸나 했는데 요즘 새로 나온 몇 가지 떡밥들ㅡ미국쇠고기 수입량 3위떡밥, 오바마 앉은뱅이소 떡밥, 캐나다소 떡밥 등ㅡ에 대한 반응들을 보니 역시나군요. 그래서 난 참 걱정이에요. 오유의 평균적인 정치적 성향이 나랑 대충 비슷한지라(최소한 반한나라당이란 점에선 같으니까) 어쨌든 같은 편이라고 생각해서 좀 곱게 봐 주고 싶은데, 그 같은 편이란 사람들이 아직도 광우떡밥에 낚여서 파닥대고 있으니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지 하는 그런 걱정 말이에요. 아, 물론 나보고 '한나라당알바새X야 구라치지마'라고 해도 내가 그거 아니라고 인증할 방법은 없으니 꼬우면 하시던가요(아, 요새는 국민소통위원이라는 표현이 대세인가요?).

시게 구경한 시간이 좀 쌓이다 보니 여러 필명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이미지를 대충 갖게 됐는데, 그런 떡밥들에 엄한 댓글 달고 있는 사람들의 필명을 대충 훑어봤더니 참 성향들이 다양해요. 과학적 지식 부재의 폐해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게 좌파들만 망가뜨리는 거면 좀 우울하니까. 그러면서 동시에 전국민 과학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에요. 정말 진지하게 하는 소린데, 기본적인 논리적 과학적 합리적 사고방식을 가진 교양인을 길러내기 위해 전국민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 과학논문 하나씩은 쓰게 해야 될 것 같아요.

간만에 글쓰는 김에 또 좀 설명을 해 볼까 했는데, 귀찮고 피곤하고 졸려서 오늘은 관두죠. 몇 달 전에 글쓰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까지도 피곤하니까. 언젠가 기분좋으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절하게 글 써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 글 쓰면서도 여기다 애프터서비스 해 줄 생각에 정신이 아득하네요. 나도 바쁜데.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가슴깊이 나라의 운명과 사람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충고 한 마디로 마무리하죠. 새겨들으세요.

좀 기다리세요. 미국쇠고기 수입 재개된 지 얼마 안 됐어요. 아직 우리나라에 인간광우병 환자 발생할 때가 안 됐어요. 지금 미국산 쇠고기 위험하다 위험하다 외치는 건 별로 효과가 없어요. 지난 여름에 워낙 판이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다들 그 소리 듣기 피곤한 데다가, 워낙 여기저기서 크게 떠들어댔기 때문에 이미 웬만한 사람들은 괜히 찝찝해서라도 미국산은 못 먹어요.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쇠고기 원산지표시제를 강화하라고 청와대든 농림수산식품부든 시청광장이든 가서 시위를 하던지 아니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에 돈 주고 원산지표시제 강화하라고 광고를 싣는 거에요. 최소한 먹기 싫다는 사람이 모르고 먹는 건 막아야 되니까(물론 나는 여러분의 존중을 취향하기 때문에 원산지표시제 강화를 지지해요). 그러면 미국산 쇠고기 누가 먹겠어요? 당연히 여러분이 벌레같이 보는 수꼴들과 어설프게 주워들은 과학적 지식을 철썩같이 믿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이나 먹겠죠. 그러니까 10년만 기다려요. 그때쯤 인간광우병으로 하나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해도 그건 어차피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소중한 사람은 아닐 테니까. 그날이 오면 이제 촛불을 들고 삼삼오오 시청앞 광장에 모여 청와대로 행진해서 그때까지도 정권을 잡고 있을 한나라당의 누군가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여러분이 원하는 누군가를 앉혀서 서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든, 환동해 벨트로 8% 경제성장을 하든 맘대로 하세요. 물론 나는 같이 가지 않을 거에요. 나는 그냥 미국쇠고기 먹으면서 생업에 충실하고 심심하면 글이나 쓰고 선거 있으면 투표할 거에요. 

나는 선거를 통한 합법적인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게시판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미국산 쇠고기 먹을려구요(영국산 캐나다산도 들어오면 먹을 거에요). 먹고 무사하면 싸고 질좋은 쇠고기 먹으니까 좋고, 혹시나 광우병에 걸리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은 일이죠.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그것을 빌미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어서 좋고, 나는 여러분이 만들어갈 '집단지성에 의한 직접민주주의 사회'의 밑바탕에 깔린 피해망상적 음모론과 반미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와 비과학적 비합리적 광기가 만들어갈 기껏해야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수준의 사회에서 살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p.s. 믿거나말거나 최근 얼마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많이 먹었는데 맛있더라구요. 혹시나 미국 국내용 쇠고기는 수출하는 거보다 좋네 어떻네 하면서 부러워하는 사람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좋은 고기가 들어올 리 없는, 갈아만든 고기로 만들 것이 확실한 맥도날드 빅맥만 줄창 먹었네요. 물론 이한몸 바쳐 한나라당을 끝장내겠다던가 아니면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나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해서 확인해보겠다던가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고, 돈은 많지 않고 바쁜 상황에서 맛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으니까 먹은 거에요. 그래도 이왕 먹은 거 좋은 일 하는 셈치고 나중에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죠. 나중에 언젠가 내가 광우병에 걸리면 바로 달려와서 여기 오유 시게에다가 '여러분 제가 잘못했어요ㅜㅜ'하고 글을 올릴께요. 광우병에 걸려서 정신줄을 놓게 되면 글을 못 쓸 수도 있으니까 정신 멀쩡할 때 미리 유서라도 써 놓도록 하죠. 거기다가 내가 인간광우병으로 죽거든 오늘의유머 시사게시판에 ↑저 제목으로 글을 올려달라는 얘기를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와 함께 남겨놓으면 되겠죠. 

이 게임은 인간광우병의 극히 낮은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여러분이 무조건 유리한 거에요. 10년이든 20년이든 아무튼 기다렸는데 글이 올라오면 여러분이 이기는 거고, 글이 올라오지 않더라도 얘가 미처 유서도 못 남기고 미쳐서 가버렸겠거니 하고 생각하시면 되니까. 그리고 혹시나 내가 정말로 광우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핑계는 많아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가능성이 너무 낮아서 운이 좋아서 안 걸린 거라고 우겨도 되고, 미국소고기 먹은 기간이 너무 짧다고 우겨도 되고, 미국소고기를 너무 조금 먹었다고 우겨도 되고, 내 나이가 너무 많아서 감수성이 떨어졌다고 우겨도 되고, 실험군 숫자가 너무 적다고 우겨도 되고, 내가 알고봤더니 MV형이나 VV형이라 잠복기가 너무 길어서 늙어죽을 때까지 병에 안 걸릴 거라고 우겨도 되고.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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