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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탱문학) 수백사사의 기묘한 위장력
게시물ID : wtank_70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당무
추천 : 10
조회수 : 74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11/27 06:07:08
아군이 1선에서 강려크한 점사로 적 주력을 순식간에 녹이고 적 베이스로 밀고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엘퀴인 저는 미듐 진격로의 전방 60-70m를 지키며 섬세하디 섬세한 차체를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진격했습니다. 
엉망진창의 노면때문에 나의 엔진은 연신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오랜지빛 태양 아래 널린 전차의 잔해들 사이로 이리저리 운전하며 빠져나갈때마다 적 자주포의 의미 없는 포탄은 수도 없이 날아와 박혔습니다. 
그 무자비한 데미지와 크레딧의 낭비보다도 포격효과에 의해 떨어지는 프레임수에 저는 엔진을 두근거려야 했습니다. 

불 타는 전차엔진에서 뿜어지는 매연의 매운 냄새와 썩은 늪지의 콤콤한 냄새를 지나 마침내 기분좋게 말라있는 잔디를 밟게되었을때 나의 궤도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엔진은 그 환호성에 보답하듯 RPM에 걸맞는 추중비를 보여줬고, 이제는 주변에 날아와 꽂히는 포탄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조속기를 제거한 떼오공의 활력 비슷한 것이 차체 안에 가득 퍼졌던것 같습니다. 
마치 반쯤 고정된 나의 포탑마저 360도로 빙글빙글 돌며 축포를 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나는 마침내 시속 60키로로 달리고 있던 것입니다!

이따금 눈 앞에 보이는 정체모를 얼룩이 그러하듯 나는 적의 시야에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적 자주포가 방열했을 위치를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덕 위 덤불에서 아군을 향해 직사에임을 조이던 험멜은 저의 90미리 유탄에 탄약고가 유폭되었습니다. 

갑작스런 저의 등장에 놀라 도망가는 수팔의 비대한 몸은 에임을 조이고 하이에나처럼 기다리던 아군 자주포에게 좋은 표적이었습니다. 150mm가 넘는 포탄을 얻어맞은 수팔은 온누리에 비치는 광명을 조롱이라도 하듯 언덕 위에 흉물스러운 차체를 걸쳐놓았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절묘한 위치에 숨어서 에임을 조이던 상대편 디커막스가 한 발의 포탄을 날려보냈고, 불운한 아군 이지에잇이 그만 그 포탄을 맞고 침묵하고 말았습니다. 

온누리에 가득하던 광명이 순식간에 자비심 없는 전장의 서치라이트로 바뀌는 순간을 저는 느꼈습니다. 
요망한 디커막스의 훤히 뚫린 전투실에 그 녀석이 그러했듯이 나의 뜨겁고 무거운 유탄을 한 발 날려주고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침묵한 이지에잇의 안에는 분명 누군가의 아들들, 형이나 오빠들, 혹은 귀여운 동생이나 연인, 아버지가 타 있었을것입니다.
이지에잇의 엔진룸에서 일렁이는 저 화염에 불타 사라졌을 그들의 가족사진이 머리를 불현듯 스쳤습니다. 
마음의 한 구석에서는 디커막스의 승무원 역시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디커막스의 텅 빈 전투실에서 홀로 돌아가는 주포를 보자 그런 생각마저 사라졌습니다. 

녀석은 무인전차였던 겁니다!

나는 분노한 엔진을 달래며 녀석의 뒤로 기어들어갔습니다. 
분당 5발을 쏘는 나의 주포에는 드글드글 끓는 증오로 가득한 90mm고폭탄이 장전되어있었습니다. 

나는 녀석이 숨어있는것과 같은 덤불을 찾아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그것은 측면에 큰 바위가 있는 인상적인 장소였습니다. 야티도 숨겨줄듯이 넓고 푸근한 그 덤불은 나의 복수를 이상적으로 도와줄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뿔싸, 나는 살아있는 수백사사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있었습니다. 
녀석이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너무도 자명했습니다.
녀석도 나처럼 이상적인 반격의 자리에 그 냄새나는 궁둥이를 붙였을것이 뻔했습니다. 나는 재빨리 엔진을 정지시켰습니다. 

그러나 궤도의 환호성에 맞춰 최고의 기어가 들어간 나의 엔진은 제때 멈추지 않았습니다. 
호기롭게 큰 바위를 지나치고 내가 가까스로 멈춘곳은 수백사사의 시커먼 포구의 바로 앞이었던것입니다. 

마치 필름이 늘어난 무성영화처럼 주위의 모든것이 그 빛을 잃고 적막의 상태로 한없이 멈춰있었습니다.
수백사사의 포구에서는 아련한 포염이 일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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