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을 재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WTO 정부조달협정의정서 개정안을 재가한 사실이 26일 한 매체의 보도로 밝혀졌다. 정부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WTO 정부조달협정의정서 개정안을 국회 보고없이 의결했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WTO 9차 각료회의를 전후해 개정된 의정서를 WTO에 기탁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정부조달협정이란 내외무차별원칙 등의 예외분야로 지정되 국제무역의 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은 통신, 수도, 전력 등 정부기관에 의한 조달 부분을 상호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세계무역기구(WTO) 복수국 간의 협정이다.
◇철도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
철도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조달협정 개정이사실상 '철도민영화' 수순이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철도시설의 건설 및 엔지니어링, 철도시설의 관리·감독 등의 문호가 외국자본에 개방된다. 이에 따라 WTO 가입국가는 우리 철도산업의 정부조달사업에 대해 국내 기업과 똑같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의 여객 및 화물 철도는 이번 개정 의정서에서 제외됐다.
KTX 민영화 반대 저지 범대위는 27일 오전 11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정부가 기어이 철도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부는) 꼼수 민영화로 비판받고 있는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12월 초에 설립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국회 비준 동의권 무시...헌법 위반"
박 대통령이 국회 비준 없이 정부조달 협정 개정안을 재가한 데 대해 야권은 국회의 비준 동의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정의당 등 야권은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을 국회비준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해왔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도 외교부에 "개정안은 헌법 60조 1항에 따른 입법사항을 포함하므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산업기반 잠식은 물론 요금 인상 등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 시킬 국익에 반하는 문제인데 국회 비준 동의권을 무시한 채 비밀로 처리한 것은 중대한 정치적 오류이고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햇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같은날 KTX 민영화 반대 저지 범대위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 의결서 비준을 재가한 대통령의 행위는 위헌적 행위"라며 "국회에 WTO 정부조달 부문 협정 개정 의결서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주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靑 "철도민영화 '전 단계' 아냐"
정부는 이번 정부조달협정의정서 개정이 철도민영화의 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 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27일 브리핑에서 "철도 민영화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수석은 "조달협정은 발주를 하는데 있어 국내외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경쟁의 폭이 더 커지고,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은 떨어져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와 같은 운영 주체 입장에서는 (국민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싸게 공급하는 결과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청와대가 밀실 재가를 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법 개정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법제처의 판단이어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15일 대통령 재가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