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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모으는 방법
게시물ID : panic_35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ystraza
추천 : 15
조회수 : 25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9/03/22 01:18:53
주위에 빛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그런 공간이었지만, 어떤 힘이 깃들었는지 누구에게도 불안감을 주지 않아 보였다. 위치를 알 수 없지만, 그 암흑 속에서 중앙이라고 생각될만한 곳에 책상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검은 천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은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종이와 도장도 있었다. 그 책상과, 정체 모를 남자의 근처에는 약한 빛이라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암흑 속에서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만큼, 책상과 남자가 눈에 보이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이번에는 몇 명이야?” 
검은 남자가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말이 끝날 때쯤, 앉아 있던 남자의 옆으로 희고 밝은 천을 감은 남자가 쓱 다가왔다. 실제로 흰색인지, 밝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 암흑 속에선 누구도 눈으로 그걸 확인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인식될 뿐이었다. 
“42명” 
검은 남자가 굵은 목소리로 조용하고 명료하게 대답했다. 이번엔, 반대로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질렀다. 
“한 명씩 들어와!” 

말이 끝나자 책상의 앞쪽으로, 조금은 멀리 두 개의 문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나타났다. 그리고 한 쪽문에서, 인간의 형상을 한 검은 형상들이 조금씩 걸어 나와 책상 앞에 멈췄다. 흰 남자가 말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쓴 거야?” 
검은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묵묵히 책상 위에 놓인 종이에 도장을 내리찍었다. 
“꽝!—” 
도장과 책상이 만나 내는 소리는 명쾌했다. 이 어둠 속에서 그 소리만큼은 또렷하고 선명했다. 검은 남자는 도장이 찍힌 종이를 검은 형상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저 문으로 들어가!” 
검은 남자는 팔을 뻗어, 이 형상들이 들어왔던 문이 아닌 그 옆의 문을 가리켰다. 그러자 종이를 받아 든 형상 하나가 그 문으로 걸어나갔다. 형상들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검은 남자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다음 형상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쾅—“ 
검은 남자는 똑같이 도장을 찍어 종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흰 남자가 말을 했다. 
”이 것들이 최종 결정을 받은 영혼이란 말이지…” 
여전히 검은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흰 남자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쾅—” 
“쾅—” 
… 

그렇게 도장 소리만 수십 번이 울렸고, 흰 남자가 다시 말을 했다. 
“그 뭐지, 네 개의 다리로 움직이는 물건…” 
검은 남자가 이번에는 그의 말에 대답했다. 
“자동차?” 
그러자 흰 남자는 뭔가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그거… 넌 사람들이 그것에 부딪히기 직전까지 유도하고는 소리치잖아… 위험해! 라고…” 
검은 남자는 흰 남의 말을 묵묵히 듣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그래서?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혼을 모아 오는 게 우리의 역할이 아니었던가?” 
흰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래! 맞아… 하지만 내가 궁금 한 건, 네가 최종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지.” 
검은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흰 남자는 대답을 요구하듯 약간은 쏘는 말투로 말을 했다. 
“영혼의 생각을 지우기 전에 너는 영혼들과 대화를 하겠지… 그리고 돌려보낼 영혼들도 결정할 테고” 
검은 남자는 일부로 뜸을 들이 듯 대답했다. 
“그래서?” 
흰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는, 여전히 쏘는 듯한 말투로 말을 했다. 
“네가 어떻게 돌려보낼 영혼과 그러지 않을 영혼을 결정하는지 궁금하다는 거지.” 
여전히 도장을 찍던 검은 남자가 잠시 머뭇거리고 나서 대답을 했다. 
“어차피 이곳에서의 기억은 지워져… 그들에게도 상관이 없고 너랑도 상관이 없는 일이지.” 
흰 남자는 조금 전보다 더욱 길게 중얼거리고서는 뒤를 돌아 조용히 사라졌다. 검은 남자는 다시 조용히 도장을 찍어 나갔다. 

한 남자가 침대에서 조용히 눈을 떴다. 곧 벌떡 일어나더니 허둥지둥 주위를 살폈다. 사실 다리와 팔에는 깁스가 되어 있었고, 허리와 가슴 쪽에 보호구가 둘려 있어서 크게 움직일 순 없었다. 더 중요한 건 극심한 통증이 그의 행동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옆의 어머니를 보더니 조금은 안심을 했고, 자신이 병원 침실에 누워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어머니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깨어난 아들을 보고 다행이다,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며 오열을 했고, 그때야 어머니 곁으로 그의 아버지와 친누나가 서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가 퇴원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나있었다. 끔찍했던 사고와 치료들은 이제 그의 기억과 몸의 흉터로만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정확히 기억을 못 했지만, 안정이 되면서 그는 조금씩 사고 당시의 기억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고의 상처와 기억은 점점 아물어 갔지만, 그에게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강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말 저녁, 그는 자신의 가족들과 일상적인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족들에게 말을 했다. 
“그 남자… 나에게 위험하다고 알리려고 했던 남자 말이야…” 
남자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는 정말 궁금한 듯 보였다. 
“그 남자가 나에게 위험하다고 소리를 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걸음을 멈추지 않았을 거야…” 
그의 누나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남자는 약간 답답한 듯 짧게 한숨을 쉬고는 대답을 했다. 
”그러니까 그가 나에게 소리를 치지 않았더라도 내가 사고를 당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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