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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위로든 욕이든 해줘 억울할 것도 아닌데 억울해....
게시물ID : humorstory_4049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elbihwe
추천 : 1
조회수 : 33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1/28 12:36:17
 
(이런 글 처음 써보니 양해좀 해주세요. 편하게 반말로 하겠습니다. 급하신 분들은 글자커지는 곳부터 읽어주세요.)
 
 
인트로
난 어제 성적표 나온 수능 망친 고3이야. 평소보다 과목별 등급이 1,2개 정도 떨어졌다고 보면 되.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아마 고삼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공감할거야. 학교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2,3시간 갇혀있어야 되는 상황을.
 
우리학교는 9시 부터 12시까지 강금이고, 쪽문을 잠가놔서 학교밖으로 아예 못나가. 정문쪽이 산을 향하고 있어서
 
피시방같은데 가려면 30분을 삥 돌아야 하거든.
 
그래서 난 3시간 가까운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책을 준비했어. 애들끼리 떠드는 것도 힘들고, 1,2시간 하면 지치고
 
기타 핸드폰 놀이도 하다보면 질리니까. 그리고 난 국문과를 목표로 공부했던 사람이고, 원래 취미가 독서였고,
 
나아가서는 소설가 지망생이야. 그래서 책볼때 막 메모나 그런거 하면서 봐. 감상이나 비평이나 그런거.
 
그래서 수험생생활하면서 못보던 책들을 마음껏 볼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좋았지. 그래서 학교에 소설책을 갖다놓고 읽는 것으로 시간을 때울수 있게 되었어.
 
그런데 이것도 또 공감할거야. 학교에서 그냥 놨두면 좋은데 이런저런 귀찮은 짓을 많이 벌리는 것을.
 
동네 학교에서 강연 오질 않나, 대학교수가 오질 않나, 야외활동이랍시고 공원을 가질 않나.
 
그래서 책읽는 속도가 더뎌졌지. 아무튼 여기까지가 인트로야.
 
여서부터 본론이야.  어저께 성적표가 나오고 난 가채점보다 등급이 더 떨어졌어.
 
그래서 부모님께 대판 깨졌지. 나도 화나고 부모님도 화나고, 근데 난 아무말도 못할 처지였으니까.
 
묵묵히 혼났어. 그리고 다음날 학교로 갔지. 우리집이 학교서 걸어서 40분 거린데 오늘은 또 눈이 왔더라?
 
어여어여 걸어서 학교로 갔어. 청바지밑단이 완전이 젖어서 내 발목에 젖은 걸레마냥 달라붙더라.
 
난 복도에 있는 사물함으로 가서 평소처럼 책을 꺼낼려 했어. 근데 책이 없잖아???없어. 암만 봐도 없어.
 
벙쪘지. 이게 뭔일인가 싶기도 하고. 가만히 다푼 문제집더미를 뒤적거리며 없는 것을 아는 책을 찾는데......
 
진짜 화가 올라오는 거야. 그런 기분 진짜 오랜만이었어. 손끝 발끝에서부터 혈관을 타고 빡 이라는 것이
 
올라오는 느낌. 어제일이랑 요근래일 수능날 그런게 다합쳐서 올라오는 거야. 뚜벅뚜벅걸어서 행정실로 갔어.
 
쓰레기봉투 가지러 갈때 말고는 처음이었지. 나도 내가 어떻게 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평소에 나는
 
뭘 잃어버렸으면 아 잃어버렸구나. 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내가 진짜 화났었나봐.
 
cc티비 보겠다니까 무슨 서류를 써오래. 근데 그게 담임사인도 있어야되. 나 요근래 담임을 피해다녔거든.
 
담임 사인 받고나서는 담임한테 성적얘기로 된통 또 깨졌지. 위로하는 말속에 경멸과 한탄이 섞여있더라.
 
입에 바른 말만 하고 행정실로 왔어. 뭐 잃어먹었녜. 책이라고 했지.
 
근데 행정실 아줌마 미간에 순간적으로 내천자가 그려지는 거야. 그리고 입모양으로 '아나 바쁜데'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그러더니 옆에 남자한테 나 서류해야되니까 김쌤이좀 봐줘 라고 했어. 그리고는 서류챙기더만 멀찍한 자리로 옮겨갔지.
 
남자는 좀 착해. 그런데 cc티비를 만질줄 몰라. 그 아줌마가 담당이거든. 그래도 열심히 찾아봤어.
 
이틀사이에 참 많이도 왔다 갔더라고. 정확히는 하루사이에. 그저께 씨씨티비에서내가 책을 갖다 놓은 후
 
세시간후에 1,2학년에 2명이 와서 사물함을 하나하나 열어보는 거야. 니들도 알거야. 수능 끝나고 고삼들
 
문제집 줏으려고 하는 하이애나들을. 아니면 휴지도둑들을. 그렇게 2명이 내 사물함에서 무언가 하얀것을 꺼내갔어.
 
난 내책이라고 직감했는데 사물함에 흰책이 그것만 있는게 아니잖아. 그리고 남자도 더 보자고 했고.
 
30분후에 한 6명가량이 단체로 사물함들을 뒤지는 거야. 사람에 가려서 cc티비가 안보일 정도로.
 
내사물함도 열더니 또 무언가 가져가는 듯한데 확실히는 모르겠어. 그리고 계속 돌리면서 어제치까지 왔지. 그런데....
 
글이 좀 길지? 근데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여기야.
 
행정실장인가 되는 사람이 남자한테 누가 뭐 잃어버려서 그런녜. 나 뻔히 옆에 있는데. 남자가 책잃어버렸다 하니까
 
그 나이많은 행정실장이 고작 책같은 것 때문에 일을 못해서 어떡하녜. 내가 돌아보니까 그 사람은 앉으면서 정확한
 
시간을 알고 그때를 딱 봐야지 라면서 꿍얼거리는 거야. (어른한테 이런 표현써서 미한한데.) 기가 막혔지.
 
아니 수능끝난 고삼이 야자까지 다하는 1,2학년들이 언제 다녀갔는지 어떻게 아냐고. 그리고 도난물을 찾아주는것이
 
cc티비 담당 행정실장이 할 일 아니야? 신고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것은 무슨말이야?
 
그러다 1학년 학년부장이 왔어. 날 2학년때 가르쳤던 분이라 좀 친해. 그분이 너 여기 왜왔녜. 책 잃어버렸다 했지.
 
그러더니 엄청 비꼬는 거야. 고작 책때문에 샘들 귀찮게 하냐. 얼마나 책을 보고 싶었음 그랬겠냐. 이리와라 내가 책한권 준다.
 
그러면서 날 끌고 나가. 그러더니 행정실분들께 사과하는 거야. 내가 잘못가르쳐서 그럽니다 하고.
 
복도에서 니가 언제부터 이렇게 좁쌀이 됫녜. 그러면서 자기 자리로 데려가서 고르라는 거야. 고전철학만 가득했지.
 
그래서 내가 보고싶어하는 장르는 이쪽이 아니다 하니까 막 설교를 늘어놔. 미안해 여긴 기억이 잘 안나.
 
머릿속이 멍해서 무슨일이 일어나는 지도 잘 몰랐어. 정신차려보니 내가 책을 하나 들고 있더라.
 
그리고 행정실에서 다음에 오겠다고 아까 내 사물함 뒤진 애들 좀 잘 찾아달라고.
 
그러고 택시타고 집에 왔어. 평소라면 걸어다니는데 도무지 걸을 힘이 없더라.
 
머릿속이 복잡하고 멍해. 그리고 괜히 억울해.
 
 
지금 내 심정과 억울해 하는 것을 말해볼게. 
 
아니 무슨 책은 분실물도 아니야? 무조건 갤플같은 것들이나 없어져야 되는 거냐구.
 
그럼 강도만 도둑이고 좀도둑이나 소매치기는 도둑도 아니게?
 
이건 마치 지하철성추행범 고소할라했더니 강간도 아니고 고작 엉덩이 조금 만진것 같다 왜그러냐고 경찰아저씨가 비꼬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아까말했듯이 난 메모하면서 책봐. 감상이나 비평같은거. 프라이버시라고. 난 지금 일기장도난당한거나 마찬기란 말야.
 
아, 아까 학년부장이 국어과거든? 그리고 자기수업시간에 책이 준비물이라고 월요일날 자기가 찾아주겠대. 1,2하년 수업을 어쨌든 거의 들어가시거든.
 
그럼뭐야. 난 걔를 처벌도 못하고 그냥 갖다주는거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샘한테 고맙다고 고개숙여야되?
 
왜?? 난 피해자잖아.가해자는 그냥 웃으면서 에이 이번엔 실패네 할꺼고 나는 다행이다 찾았구나. 해야되?
 
그리고 월요일? 지금 목요일인데? 그럼4일간 걔는 내 일기장보면서 실실 쪼갤거 아냐. 이런 병신이 있나 하면서.
 
최악이다. 대한민국이 피해자한테 홀대하고 가해자 감싸주기에 급급한 나라라는 걸 인터넷이나 만화로만 봤지.
 
이렇게 체험해 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교육자의 역할을 하는 분들이 이런짓을 하는 걸 보니까 확실히 알겠어.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기성세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 너무 크게 나갔나? 아~몰라. 지금 너무 심란해
 
긴글 읽어준 분들 있을까 모르겠는 데 있다면 고맙고 댓글로 공감이든 힐난스런 욕이든 해줘. 난 지금 대화상대가
 
필요해. 이런거 친구랑 말하면 쪽팔리잖아. 익명성을 빌려서 나에게 의견을 말해줘. 나 지금 돌아버릴것 같아. 
 
아 그리고 cc티비땜시 하교도 1시간 늦게 했어.오늘은 1,2학년 시험이라 10시에 끝났는데.
 
 
 
정리해 줄게.
 
책을 분실- 행정실 찾아감- 고작 책때문에 왔냐며 홀대- 국어선생님한테 끌려가 굴욕적으로 딴책받고 입다물게됨-행정실가서 다음에 오겠다고 아까녀석들 잡아달라 했지만 행정실은 국어샘이 해결했다보고 아마 깨끗이 잊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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