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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찝찝했던 꿈 중 하나
게시물ID : panic_609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자
추천 : 4
조회수 : 98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1/28 18:40:11
저는 매일 꾼 꿈을 바로바로 적어놓기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곧바로 제가 생쥐인 채로 시작하더군요
저는 친구인지 애인인지 다른 생쥐 하나와
회색빛 벽돌로 된 고풍스러운 건물 벽을 따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같이 달리던 쥐가 갑자기 소리를 지릅니다.
뭔가 겁에 질린 소리를 지르길래 돌아보더니
머리 없는 사람 5명이 잠자리채 비슷한 그물망을 들고
저희를 쫒아오고 있었습니다.
필사적으로 도망가보았지만
이동속도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났기 때문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대로 죽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는데
일어나니까 같이 있던 쥐와 같이
한 하수도에 같혀 있었습니다.
 
            하수구
벽 ㅣ 물 철장
벽 ㅣ 물 철장
벽 ㅣ 물 철장
벽 ㅣ 물 철장
벽 ㅣ 물 철장
벽 ㅣ 물 철장
벽 ㅣ 물 철장
벽   ㅡㅡㅡㅡㅡㅡㅡㅡ
벽벽벽벽벽벽벽벽벽벽
    높     은      벽
ㅡ자로 되어있는 곳이 저희 둘이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였습니다.
하수구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좌측은 약간의 길과 벽으로만 되어있고
우측에는 창살 사이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앞의 하수구에서는 녹슨 쇠 색을 띄는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는 물가에 돌멩이를 던지고
저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다시 일어났을 때
상황은 그대로
몇일동안 버텨보지만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저희는 탈출하기 위해 여러 곳을 뒤집니다
좌측은 완벽하게 벽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우측의 창살은 우리가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간격이였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러자 움직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를 노려보더니 돌을 던집니다.
우측도 포기.
물로 뛰어들까 하지만
'뛰어들면 죽는다'  라고 몸이 경고합니다.
물로 뛰어드는 것 역시 포기.
남은 것은 뒤쪽의 벽 뿐입니다.
희망고문을 하듯이
혼자서는 절대 올라가지 못할 높이로 콘크리트가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두명이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같이 있던 쥐에게 제안했습니다.
'내가 먼저 올라가서 주변을 살펴볼게'
같이 있던 쥐는 그에 응합니다.
있는 힘을 쥐어짜
겨우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헉헉대며 뒤를 돌아보자
하수구 안의 잿빛 풍경과는 다르게
푸른 나무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뒤에 있는 녀석이 빨리 올려달라고 재촉합니다.
그렇게 뒤돌아 끌어올려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늘이 생깁니다.
바깥과 이어져 있는 듯 한 풍경이
쇠문에 의해 천천히 차단됩니다.
어쩔까?
나갈까?
같이 나갈까?
하지만 시간이 촉박합니다.
'미안'
반쯤 닫히자 더이상의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대로.
저는 흐르는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퍼억!!

나를 맞이하는 것은
시원한 물이 아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쇠창이였습니다.
아!
애초에 그것은 굶주린 제가 본 환각이였습니다.
푸른 하늘과 흐르는 물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날카로운 창에 찔린 제 몸은
묵직한 무엇인가에 눌려 산산히 뭉개집니다.
그리고 풍덩 소리와 함께 물에 빠집니다.
이상합니다.
죽었어야 할 터인데
앞이 보입니다.

아!
차라리
차라리 시각까지 빼앗아 갈 것을!
여전히 보이는 눈으로 보이는 풍경은
제가 있던 하수구.
저는 흐르는 하수구의 물에 있던 것입니다.
친구는 무엇인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내가 떠나서 슬픈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할때.
갑자기 뒤척이더니 벽 한쪽을 파냅니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꽤나 쌓여져 있는 견과류들.
친구는 그것을 먹습니다.
어느정도 먹은 뒤 그것들을 다시 숨깁니다.
그리고 우측에 있던 창살 앞으로 다가갑니다.
친구가 음식을 숨겼다는 것에 배신감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친구가 무사하길 바랬습니다.
'그쪽으로 가지 마! 돌에 맞을거야!'
그러나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돌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하얀 손으로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밧줄 하나를 내려줄 뿐이였습니다.
그것은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위태해 보이는 밧줄이였습니다.
친구는 잠시 내가 있는 하수구 쪽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대로 밧줄을 타고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아!
그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친구는 애초에 저 밧줄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먹이를 받은 것인지,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먹을 것이 있다는 것도 제게 숨겼습니다.
한명 밖에 탈 수 없는 밧줄을 타기 위해
친구는 제가 죽기까지 기다렸습니다.
허탈감에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감자 몸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집니다.
힘들게 다시 눈을 떠보았습니다.
여전히 저는 하수구의 물에 있었습니다.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제 몸과 마음 모두 이곳에 녹아버렸습니다.
하수구의 물은 계속 흐릅니다.
위에서 아래로.
하수구의 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래로 내려간 물은
어떻게인지 순식간에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저 역시 물에 떠다니며 흘러다닙니다.
본능적으로 저는 영원히 이곳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절망합니다.
절규합니다.
비통함에 흐려져 가는 눈 한가운데
두 마리의 쥐가 들어오는 것이 보여집니다.
'...............'
두마리의 쥐 중에
한 마리는
나를 죽게 만든 그 친구.
다른 한 쥐에게 소리치려고 했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만 둬'
누군가의 속삭임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끝없이 보이는 쥐의 시체들.
'우리는 이 곳에서 나갈 수 없어.'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욱신거리며 눈앞이 붉게 변하는 것으로 보아 피눈물입니다.
마지막으로 증오스러운 친구를 쳐다봅니다.
마지막.
내 마지막 시선에 보이는 것은
나를 향해 돌을 던지는
그 친구의 모습이였습니다.
 

돌을 맞고 저는 꿈에서 깼습니다.
꿈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찝찝하고 기분나쁜 꿈이였습니다.
공포나 그런 것은 아니였지만
꿈에서 깨고도 한참동안 기분이 나쁘더군요.
여러분도 혹시 이런 꿈을 꾸신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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