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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일곱, 여자. 나는 그냥 쌈마이였다.
게시물ID : bestofbest_682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격지심
추천 : 415
조회수 : 75477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2/03/07 18:12:46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3/07 05:40:30
올해 나이는 스물일곱. 여자.
고3때 잠깐 한 방황때문에 수능 한달 남겨두고 그만둠.
학교다녔던게 있어서 다음해 초에 바로 검정고시봐서, 
평균 80점대 중반으로 붙었음. 

그땐 철도 없고 솔직히 집이 부유하지도 않아서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음. 내 주위 친구들 다 다닐때
부럽긴했는데, 솔직히 몇천만원하는 입학금이니 등록금이니
우리집에서 대줄리도 없고, 그런것때문에 부모님한테 손벌릴만큼
사이가 좋지도 않았고 ...

이래저래 알바하면서 지내다가 사무직쪽에 직장을 구해서 다님
1-2년정도 다니다가 그만두고 어떤건 계약직이라 삼개월일했는데
계약만료라고 짤리고 그러다 학원다니면서 한달공부해서 
세무회계자격증따고 직장에 들어감.

나는 경리뽑는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니 기획팀.
처음엔 그냥 고졸이라고 했는데, 청년인턴 뭐시기때문에 최종학력 증명서 필요하다고 함.
진짜 한때의 방황이 내인생을 망치는구나 싶었음..
검정고시쳤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진짜 열심히 하겠다 빌어서 계속 일하게 됨.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도 없이 나와 일하고, 
기획팀이 나 하나였음. 팀장이런거 없고 대표랑 다이렉트로 일하면서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고 ..

그래도 날 믿고 뭔가 맡겨준다는 것이 너무 뿌듯해서 열심히 함.
입사1년차때 국가지원사업이란걸 알게 되서 대표님꼐 말씀드림. 
안될거지만 그래도 해보라고 하심. 진짜 새벽3시에 퇴근해서 1시간 자고 
씻고 출근하면서 혼자 사업계획서 만듬. 피토할것 같았음...
개발에 개자도 모르는 내가 솔루션 개발 사업계획서를 짜려니 
아는게 없어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개발팀에가서 물어물어 사업계획서 완성.

그런데 과제책임자는 대학도 나와야되고 경력도 있어야된다고 함..
과제참여자역시 고졸은 안된다고함... 과제책임자에 디자인팀장 넣고
과제참여자에 디자인팀, 개발팀 넣음 내이름 없음.

그 어디에도 없음. 하지만 회사사람들은 알아주니까. 내가 이거 혼자 한 줄 다 아니까
수고했다고 해줬으니 괜찮았음. 

어쨋건 서류심사 통과, 현장심사도 어찌 통과, 발표심사도 밤새 PPT만들고
대사 하나까지 써서 디자인팀장님이 그거 달달 외우고 질의응답은 내가 함.
물론 나는 그자리에 내 이름이 아닌 과제참여자 중 한사람인 여자의 이름으로
그자리에 있었음.

아 쓰다보니까 진짜 눈물난다 ..
무튼 그렇게 오천만원짜리 하나랑 1억 오천만원짜리 국가지원사업을 따냄.

대표님이 그랬음. 날 딸같이 생각한다고, 정말 잘하고 있다고..
근데 나 회사에 2억가져다주고 상여금 땡전한푼 못받음..
잘했단 말 한마디도 없었음. 니가 이런회사 왔으니까 사업계획서같은것도 써보고
이런 경험 하는거라고 감사히 여기라고 함.. 그때 진짜 많이 울었음.
서럽고 서운해서 ...


내 급여 너무 적어서 친구들한테 말도 못함.. 
시급 만원도 안됨.. 야근수당 없어서 야근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최저임금도 안됨. 경력직으로 들어갔는데 신입이랑 똑같이 받음..


올해 2월  입사한지 1년된 개발팀 남자가  (난 경력, 이사람은 신입 회사연차도 1년차이)
대리를 달았음. 난 아직도 사원임. 웃겼음.. 그 사원은 이제 서른이고
장가도 갈꺼니까 달아주는거래서 진짜 황당함 그 자체..
인사고과도 내가 훨씬 좋은데.. 그냥 나이랑 학벌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듬.


대표가 두번째 연봉협상을 하면서 나한테 말했음. 
넌 내가 써주는걸로 감사해야 한다고, 그 학력으로 이런일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라고 ..

하.. 그냥 나는 쌈마이였구나, 내가 회사에 뭘 해주고 
얼마나 충성하든 그냥 나는 시키면 군말없이 일하고 야근하고
싼값에 써먹을수 있는 쌈마이였구나 싶어서 회사를 나옴.


지금까지 모은돈 오천중에 이래저래 동생 대학등록비랑
중간에 아빠가 다치셔서 병원비로 쓰고 나한테 남은거 천만원.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함. 

현재 방통대를 다니고 있는데, 이거 다니면서 계속 직장을 다녀야 할지
아니면 진짜 공부를 해서 제대로 된 대학을 다녀야 할지, 
3년동안 학력가지고 스트레스 받은게 너무 커서 없던 자격지심도 생기고
우울증도 생긴 것 같음.

진짜 일 하나는 기똥차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음. 
기획일 하는동안 주말에도 안쉬고 기획포럼이며 세미나 내돈주고 다녔고
야근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는데,

난 그냥 쌈마이일뿐이였음.. 
가끔 반지하 내 자취방에 앉아서 맥주한잔 마시다보면
돈많은 사람들 부러움.. 정말 부러움.. 
나 결혼은 할 수있을까 싶음.. 돈도 없는데 혼수는 어떻게 하지..
연애하는 것도 왠지 하면 안될 것 같고, 
그냥 잠들면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음.. 

하루하루가 자괴감의 연속이고 좌절로 끝남. 


너는 할 수있다. 잘 했다. 학력이 다가 아니다.
이말을 듣고싶어서 2년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나한테 남은건 그냥 자격지심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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