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동아시아 그룹에서 나온 8강행 티켓의 주인국이다. 아주 공평한 듯이 주요 각국에 한 장씩이 배분됐다. 지난해 대회와 같이 일본 3장, 한국 2장 등 한 국가에 몰려 있는 모습은 찾기가 힘들었다. 특히 태국이 8강의 한 자리를 꿰찼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 이변이라 치부할 수 없는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의 8강
부리람이 전통의 강호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물리치고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살펴보면 부리람의 선전은 결코 이변이 아니다. 조별리그 성적만 봐도 입증된다. 부리람은 6번의 대결서 단 1패를 기록했다. 다른 팀들과 비교해 강한 것은 아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뜻이다. 이런 모습은 16강에서도 나타나 부뇨드코르와 1차전 홈경기를 2-1로 승리하고, 원정에서는 0-0으로 비겨 8강행의 주인이 됐다.
활약의 바탕은 투자에 있다. 부리람은 총 8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가 3명이다. 오래 전의 경력이 아니라 부리람에 오기 직전까지 스페인 1부리그를 누볐다. 이외에도 스페인 2부리그와 스위스 리그 등 유럽 무대를 경험한 선수도 있다. 그만큼 선수를 영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리람은 단순히 태국 리그의 우승이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제는 피하고 싶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광저우는 중국의 최강팀이다. 모든 팀이 광저우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느덧 광저우의 입지가 그렇게 상승했다. 해외 도박 사이트들도 광저우를 AFC 챔피언스리그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광저우의 전력이 아시아의 어떤 팀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저우가 2년 연속 손쉽게 8강에 오른 점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광저우는 전력 상승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과 도르트문트의 주포로 활약했던 루카스 바리오스, 유럽 빅클럽의 구애를 받던 다리오 콘카, 무리퀴, 엘렉슨 등을 몽땅 영입했다. 특히 2012년을 기준으로 콘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피 감독과 바리오스의 연봉도 콘카 못지 않다.
▲ 투자 없이 성적만?...욕심일 뿐
'축구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는 종목이다'며 투자보다는 조직력을 다지는데 충실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조직력 다지기도 투자와 함께 이루어지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세계적인 빅클럽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나마 투자가 적다는 분데스리가의 강자 바이에른 뮌헨도 매 시즌 수준급의 선수들을 보강하기에 바쁘다.
반면 K리그 클래식의 팀들의 투자는 다른 동아시아 클럽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올해 G조에 속했던 포항 스틸러스가 대표적이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에서는 선두를 달리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계에 부딪혀 16강도 오르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의 부재에서 나온 전력 공백은 확연했다. 같은 조에 속했던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는 무승의 굴욕을 당했다. 히로시마는 크로아티아 외국인 선수 한 명과 한국 국적의 선수 세 명으로 외국인 쿼터를 모두 채워 형식상으로만 구성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 더 이상 우습게 볼 팀은 없다
이제 K리그 클래식 팀의 입장에서 무시할 수 있는 팀은 하나도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중국의 모든 팀들은 수준급의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온다. 16강에 올랐던 베이징 궈안도 웨스트 햄과 토트넘, 세비야서 뛰었던 프레데릭 카누테를 데리고 있다. 비록 이번에는 F조서 꼴찌를 한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도 오스트리아 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롤란드 린츠를 데리고 있을 정도다.
그 뿐만이 아니다. 8강부터 만나게 되는 중동의 팀들은 이미 엄청난 전력을 꾸리고 있다. 8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엘 가라파(카타르)는 지브릴 시세가 활약하고 있고, 레퀴야(카타르)도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수준급의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 많은 중동의 팀들이 엄청난 전력을 자랑한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K리그 클래식의 팀들로서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