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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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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드런코타이거
추천 : 1
조회수 : 74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11/29 16:55:26
도술이 따로 없다

 

 다음은 『제자백가』 「열자편」 <황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진(晋)나라 범씨(范氏) 집에 자화(子華)라는 아들이 있었다. 협객 기질이 있어서 부하들의 뒤를 잘 보살펴 주었기 때문에 온 국민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고 국왕으로부터도 총애를 입어, 비록 벼슬은 하지 않았으나 그 세도는 대신들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러므로 그의 눈에 든 사람이면 나라에서 작위를 내리게도 하고, 그에게 밉게 보인 사람은 관직에서 쫓겨나는 형편이었다. 이리하여 그의 저택을 드나드는 사람의 수는 대궐과 맞먹을 지경이었다. 자화는 그 문하에 있는 협객들에게 지혜를 겨루게도 하고 힘을 비교해 보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그가 보는 앞에서 죽는 사람이 있어도 예사로 알고 있었다. 날이면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런 시합 구경을 낙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온 나라 안이 전부 그런 분위기에 물들고 말았다.

그런데 범씨의 상객(上客) 가운데 화생(禾生)과 자백(子伯)이란 사람이 있었다. 언젠가 두 사람은 교외로 놀러가서 상구개(商丘開)라는 농부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밤이 이슥해서, 두 사람은 자화의 위세가 흥왕한 사람을 망하게도 할 수 있고, 망한 사람을 흥왕하게도 할 수 있으며, 부자를 가난뱅이로, 가난뱅이를 부자로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상구개는 일찍부터 가난에 시달려 오던 터였는데 창 밑에 숨어 그 이야기를 몰래 듣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한번’ 하는 생각에서 이웃집에서 양식을 꾸어다가 망태에 담아 가지고 자화의 집으로 찾아갔다.

자화의 집 손들로 말하면 모두가 좋은 가문의 사람들로, 비단옷에 마차를 타고 다니거나, 유유히 큰 길을 활개치며 돌아다니는 그런 사람들뿐이었다. 그런데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리고 주름살투성이인 상구개가 허름한 차림을 하고 나타난 것을 보자, 누구나가 다 그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놀리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며, 혹은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귀찮게 굴기도 하는 그런 형편이었다. 그러나 상구개는 당연한 듯이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장난을 치는 것도 재미가 없어 자연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엔 상구개를 높은 층계집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허튼 소리를 주고받았다.

“여기서 아래로 뛰어내리는 사람에겐 상금으로 백 금을 주기로 하자.”

나도 나도 하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자, 상구개는 그것이 참말인 줄 알고 남 먼저 뛰어내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치 나는 새가 날아앉듯 몸에 상처 하나 없이 사뿐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범씨 집 문객들은 그것을 우연한 요행수로 보고 별로 이상하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강으로 데리고 나가 물이 깊은 곳을 가리키며 서로 수군거렸다.

“저 물 속에는 보물 구슬이 빠져 있다. 잠수해 들어가면 주워 올 수 있을 텐데.”

그러자 상구개는 또 그 말을 곧이듣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윽고 물 위로 나오는 그를 보니, 손에 틀림없이 구슬을 쥐고 있지 않은가. 그제야 사람들은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고, 자화도 비로소 그를 후히 대접하여, 고기 반찬을 먹고 비단옷을 입은 상객들 틈에 낄 수 있게 했다.

어느 날, 돌연 범씨 집 창고가 큰 불에 휩싸이게 되었다. 자화는 상구개를 보고 말했다.

“만일 당신이 불 속으로 뛰어들어 비단을 꺼내 온다면, 꺼내 온 분량에 따라 상을 주겠소.”

상구개는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불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비단을 꺼내 왔는데, 연기를 마시지도 않고 화상을 입은 곳도 없었다. 그래서 범씨 집 사람들은 그가 도술에 통한 사람이 틀림없다는 생각에서 앞을 다투어 지난 일을 사과했다.

“나는 당신이 도사인 줄도 모르고 당신을 속이려 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신인인 줄도 모르고 욕보이려 했습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나를 바보 같은 놈이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당신은 나를 눈뜬 장님이라고 욕하셨겠지요.”

“어떻게 당신의 그 도술을 가르쳐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그러자 상구개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게 도술 같은 건 없습니다. 나 자신도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짐작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을 말해 보기로 하지요. 앞서 당신들 두 분이 우리 집에 묵고 계실 때, 범씨의 위세는 흥왕한 사람을 망하게도 할 수 있고 망한 사람을 흥왕하게도 만들며, 부자를 가난뱅이로 또 가난뱅이를 부자로도 만들 수 있다고 칭찬하는 것을 듣고 나는 그것을 참인 줄만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 길을 찾아 여기까지 왔던 것입니다. 이리로 와서도, 여러분이 말하는 것은 모두가 참인 줄로 생각하고, 다만 그것을 참인 줄로 믿는 마음이 부족하지나 않을까, 그것을 실천하는 데 부족함이 없지나 않은가 하는 것이 걱정이 되어, 내 몸이 어떤 취급을 당하고, 어떤 이득과 손해가 있는가 하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으며, 그저 일심정력(一心精力)이 그 한 가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신들이 나를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내 마음 속에 남을 의심하는 생각이 싹터 올라서, 사람을 대하면 눈과 귀를 움직여 주의를 하게끔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일을 돌이켜 볼 때, 용케도 그때 화상을 입지 않고 물 속에 빠져 죽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며, 새삼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후들후들 떨려옵니다. 이젠 두 번 다시 물이나 불 옆에 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 범씨 집 문객들은 길에서 거지나 말의 병을 고치는 사람을 보더라도 절대로 무시하는 일이 없었고, 말을 하려면 반드시 수레에서 내려 인사부터 먼저 하게끔 되었다.

 

공자의 제자인 재아가 이 말을 듣고 공자에게 전하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그런 걸 모른단 말이냐. 원래 완전히 믿어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은 사람은 물건을 감동케 할 수 있는 법이다. 하늘과 땅도 움직일 수 있고, 귀신도 감동케 하며, 우주의 끝까지 가더라도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고작 그 정도 위험한 장소에 발을 들여 놓고, 물이나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쯤이야 문제삼을 것도 없지 않으냐. 상구개란 사람은 거짓을 참으로 믿고 있었는데도 그를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하물며 참을 참으로 믿는 경우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느냐. 너도 이 점을 깊이 마음에 새겨 두어라.

  예수님 말씀에 너희가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만 있어도 나와 같이 성난 파도를 잠재울 수 있다 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평범한 사람이라도 일심을 가지면 신이 아니더라도 신과 같은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거지요. 불가에서는 누구나 부처 즉 인간완성의 경지에 갈 수 있는 불씨가 있다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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