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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책속의 명언77-실내인간/이석원 <정말 사랑했지만 이별했다면>
게시물ID : lovestory_682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6
조회수 : 9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8/22 17:48:39

출판일 13.08.08
읽은날 14.08.22

41p.
"자네는 인생이 별로 달콤하지 않은가봐. 빵을 그렇게 많이 먹는 걸 보니."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여기 와서 삼십 분 남짓 있는 동안에 타르트를 세 개나 먹었으니 결코 적은 양이 아니긴 했다.
"저요? 지금 제가 별로 달콤한 상태가 아닌 건 맞는데 행복한 사람들도 빵은 먹잖아요." 나는 은근한 반발심이 들어 대꾸했다.
"행복한 사람은 자네처럼 빵을 많이 먹진 않지."

57p.
"90년도 말이던가, 중학교 삼학년 때 헤어졌던 첫사랑 여자애를 그놈의 아이러브스쿨 때문에 무려 십오 년 만에 다시 만나 그토록 궁금했던 나를 차버린 이유를 물어봤지. 그랬더니 뭐랬는지 알아?"
그는 허탈한 듯 우유갑을 접어 만든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며 말했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는데 자기는 비인문계를 가게 돼서 자격지심 때문에 그랬다는 거야. 세상에! 난 그때까지 틀림없이 내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었는데. 십오 년 만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 얘길 하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사람이 누굴 좋아하고 헤어지는 데 이유라는 게 그렇게 부질없는 거더라고. 그러니 누굴 어떻게 만나든 아, 우린 그냥 만날 수밖에 없어서 만났구나, 그러다 헤어져도 아, 헤어질 수밖에 없어서 헤어졌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이유 같은 거 백날 고민해봤자 헤어졌다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까."

63p.
"어쩌면 진작 끝냈어야 했는지도 몰라요. 난 그애가 두려웠고, 그애 없는 내가 두려웠고, 그냥 모든 게 두려웠으니까. 결국 두려움이 그 애를 잃게 만든 거예요."
"자책할 필요 없어. 좋아하니까 두려운 거지. 잃기 싫으니까."

64p.
"그럼 아저씨도 힘들게 연애해본 적이 있으세요?"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하지."
"죽고 싶을 만큼?"
"죽어서 흔적조차 남기고 싶지 않을 만큼."
"우와 설마…… 그럼 그걸 어떻게 견뎠어요?"
...
"고통을 견디는 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그저 견디는 거야. 단, 지금 아무리 괴로워죽을 것 같아도 언젠가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다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리라는 믿음. 그거만 저버리지 않으면 돼. 어쩌면 그게 사랑보다 더 중요할지도 몰라."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만 아득해져버렸다.
"내가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저씨."
"믿어. 믿으면 아무도 널 어쩌지 못해."
나는 그가 고마웠다.

137p.
'그래서, 사람의 일생이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평생 동안 치유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죠.'
나는 그날에야 비로소 그의 유난한 경쟁심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8p.
"넌 진심이 뭐라고 생각하니?" 루카도 아닌 곳에서, 그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니 난 오랜만에 용휘의 제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글쎄요. 뭐 거짓 없는 솔직한 마음?"
"그래. 그러면 그 진심은 어떻게 알 수 있지?"
"글쎄요. 어떻게 알지? 허허…… 믿으면 되나."
"맞아. 믿지 않으면 진심도 진실도 없어. 결국 진심이란 건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거라고."

223p.
결국 용휘는 처음부터 사람들한테 해명할 일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난 말로만 그를 친구라고 하면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한 번도 그를 조건 없이 믿어준 적이 없었던 것이고. 단지 두둔했을 뿐. 단지 이해하는 척했을 뿐.

253p.
"하지만 난 초조했어. 눈물겨운 노력 끝에 소설도 냈고 바라던 대로 그녀와 연인이 됐지만 아무도 내 책을 봐주지 않았거든. 수치스러웠다. 서점에 갈 때마다 구석에 아무도 모르게 처박혀 있는 내 책을 보며 마치 내 인생이 그렇게 외면받은 것만 같아서. 그녀는 그런 나를 끊임없이 위로했지만 난 듣지 않았어. '내가 소설가가 아니었대도 니가 날 사랑했을까? 내가 계속 무명의 작가로 남아 있더라도 니가 날 여전히 좋아해줄 수 있을까?'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난 끝내 믿지 않았지. 그리고,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 채 결국 내 곁을 떠났을 때, 난 생각한 거야. '이것 봐. 이렇다니까. 가난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소설가라서 사랑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한 거라구.'"
...
"도대체 남자는, 자기 여자가 자길 왜 떠나갔는지도 모른 다니까."

254p.
사랑했던 사람의 냄새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인생에는 간직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걸.

268p.
"사람들은 나보고 그랬지. 어떻게 책을 안 읽고 글을 쓰느냐고. 도무지 믿으려 들질 않더군. 하지만 내게 글을 가르쳐준 건 책이 아니라 사람이었어. 홑꺼풀 눈이 아름답고, 목소리는 도넛에 발린 설탕처럼 달콤하고, 아랫입술은 도톰하니 감촉이 사랑스럽고, 적당히 큰 가슴에 풍만한 엉덩이를 가졌던, 활자 속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만지면 체온이 느껴지고, 부드럽고 흰 살에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살아 있는 존재. 그 존재를 갖고 싶다는 간절함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했다고. ..."

278p.
"용우야."
"네."
"인생을 비관하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더욱 엿 같은 일이 너를 기다려."
"……."
"그러니까 절대로 비관하지 마. 알겠어?"

284p.
"정말 사랑했던 사람하고는 영원히 못 헤어져, 용우씨. 누굴 만나든 그저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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