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강서구가 구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양심 자전거라는 것을 운영하다가 한 달 만에 다 잃어버렸습니다. 양심불량 구민이 이렇게 많은가 했는데 알고보니 등잔 밑이 어두웠습니다.
엄민재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서구에 있는 '양심 자전거' 거치대입니다.
구청이 70대를 갖다 놨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 단 한 대도 없습니다.
[김시각/강서구청 교통행정과 팀장 : 이걸 가지고 집을 가신다든지 또는 아무데나 막 그냥 마구 쓰시는 경향이 있어요.]
이 제도를 없앨까 했다가 한 번 더 구민들을 믿어보자는 의견이 많아 30대를 새로 갖다 놓기로 했습니다.
빈 거치대가 모두 채워지고, 구민들이 하나 둘 자전거를 타고 나갑니다.
그중 한 사람을 따라가 봤습니다.
양심 자전거를 타고 가던 남성.
중간에 잠시 세워 자전거 상태를 점검합니다.
다시 올라타고 향한 곳은 공원 안 작은 건물.
다른 사람들도 연이어 들어갑니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들여다보려 했지만 곧바로 닫아버립니다.
뭘 하는 걸까?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공원관리사무소 직원 : 왜 찍으세요? (이거 저쪽(양심자전거)에서 쓰는 거 아니었어요?)]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남성이 당황한 듯 밖으로 나갑니다.
[(아니, 말씀을 해보세요. 어떤 거예요?) 아니, 아니.]
종종걸음으로 계속 피하기만 합니다.
[아니에요. 저건 개인들 거예요.]
건물은 다름 아닌 강서구청 소속의 공원 관리사무소.
자전거에 붙어 있어야 할 양심 자전거 스티커가 모두 떼어져 있습니다.
떼어낸 스티커는 쓰레기통에 들어 있습니다.
[안에서 고치고 손 본다고 그래서요. (손 보는데 태그(표식)는 왜 떼는 거예요?) 글쎄, 그거는 하시는 분들이 뗐는데….]
확인결과, 양심자전거를 빼돌린 이는 강서구청 공원녹지과에서 채용한 공공 근로자였습니다.
강서구청이 갖다 놓은 양심자전거를 같은 구청소속 근로자들이 빼돌린 겁니다.
[강서구청 관계자 : 이거는 구청 차원에서도 굉장히 황당한 겁니다. 교통행정과가 구청 차원에서 양심자전거를 운영하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공원관리하는 부서에서 사업에 누를 입힌 거예요. 미칠 노릇이죠.]
시민의 불량양심을 원망했던 구청 등잔 밑이 어두운 꼴이 됐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엄민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