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어요.
늦은 밤. 사람도 별로없는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습니다.
말은 고등학교 친구였지만 그렇게 친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 받은후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그런에 저희 바로 앞에 두사람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한사람은 평범하게 앞을보며 걷는데
다른 한 사람은 저희를 보면서 뒤로 걷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나란히 팔짱을 끼고 한사람은 앞을보며, 한사람은 우리쪽을 보면서 뒤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 웃기는 사람이네, 뒤로걷기 연습하나 ' 하며 속으로 생각하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앞에 뒤로 걸어가는 그 사람의 표정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무표정인 상태로 걸어가며 저희와 눈이 마주쳤더랬지요.
마주친 순간부터 왠지모를 소름이 온몸에 돋았어요. ' 저사람 뭐지? 왜 뒤로 걷고 있는거야 ' 하며 그사람을 비웃었습니다.
뒤로 걸어가는 모습이 매우 이상하게 보였을뿐더러 표정도 무표정이고 또 눈이 마주쳤을땐 왠지모르게 기분이 나빴어요. 저 사람이
장난치나 할 정도로요.
그 순간 비웃는걸 눈치를 챘는지 저희를 보는 눈빛이 무섭게 달라 졌어요.
갑자기 고등학교친구가 " 나 저 사람 알아. 저 사람 희귀병에 걸린 사람인데, 뒤로 밖에 못 걷는데! "
말문이 막혔어요. 정말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귀병이였거든요.
" 정말 그런 병이 있어? 장난치는거 아니야? " 라며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 응 나도 몰랐는데, 저사람 앉아 있거나, 눕는건 가능한데, 꼭 걸을땐 앞으로 못걷고 뒤로 걸을 수 밖에 없다나봐.
나도 그이유는 모르겠어 " 하며 말했습니다.
저는 너무 궁금해서 " 너는 저 사람을 어떻게 알아? " 하고 물으니
"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 당연히 알고있지 " 라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뒤로걷는 저 사람을 비웃은게 너무 미안했어요. 사과라도 해야지 싶었는데 어느새 사라졌더라구요.
어느덧 시간이 자정을 넘어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거리엔
사람들과 차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거에요. 정말 고요한 침묵만 흐르고 있었어요.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어 걸음을 재촉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저 멀리서 뚜벅뚜벅 발걸음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 발걸음 소리가 점점 빠르고 가까워 지는게 느껴졌어요.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어요. 뒤로. 앞이 보이지도 않을텐데 뒤로 걸어 오고 있었어요. 매우 무서운 속도로.
저는 그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온몸엔 식은땀이 흐르고 소름이 돋았어요. 그렇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 찰나,
갑자기 골목에서 검은색 승합차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저에게 쏜살같이 달려 오기 시작했어요.
운전석을 보니, 아까 헤어졌던 고등학교 친구가 손에 칼을 집은채, 운전대를 잡고 저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저는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살려달라고 소리쳤습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다리가 풀릴정도로 달리고 달렸습니다. 아직도 그들은 저를 좇아오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그때 갑자기 꿈에서 깼어요.
정말 살면서 이런 악몽은 처음이네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