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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44
게시물ID : soda_68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61
조회수 : 8133회
댓글수 : 43개
등록시간 : 2023/10/31 09: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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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요즘 꾸준히 베오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사건은 2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을 했다보니 D사에 몰입할때 쯤이면 S사로 넘어가고

S사에 집중할때 쯤이면 D사로 넘어가는 타임라인이다보니 읽는 사람의 입장에선 

우왕좌왕하게 될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쓰던 에피소드들 중 가장 난해한 상황이죠..ㅎㅎ

 

저도 몇번을 고쳐써봤는데, 처음에는 D사에서 쭉 몰아서 끝내고 다시 S사로 넘어오는 방향으로도

글을 써봤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게 오히려 더 정신이 없더라구요..

어쩔수없이 실제 있었던 타임라인대로 쓸수밖에 없었습니다.ㅠㅠ

 

햇갈리시더라도..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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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라인...이상하게 공장안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소음이 심함. 그러다보니 경험이 없는 초짜들은 옆에서 말을 걸어도

어리버리 이등병 마냥 네? 네!? 하면서 적응을 못함.

그리고 이런 라인이 누구보다 익숙한 사람들 4명. 나, 묵은지, 산군, 콩과장.


침묵속에서 콩과장은 열심히 무언가를 했고, 묵은지와 산군은 멍때리며 장비를 바라보고 있었음.

본인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고, 프로그램 화면도 요리조리 뜯어보며 지켜봤음. 일단 모니터는 1대였고.

이 1대의 모니터에 30개가 넘은 컴퓨터가 연결되어 ctrl 버튼을 두번 클릭하면 다른 컴퓨터 화면으로 바꿀 수 있는 선택창이 나타났음.

(이걸 하기위해 설치하는 기기 이름이 기억이 안남...)


컴퓨터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데스크탑이 아니었고, 마치 서랍장마냥 넣었다 뺐다 하는 식으로 얇고 긴 산업용 모델이였음.

그 서랍이 34~5개가 장롱처럼 생긴 공간에 쌓여있었음. 오 이런 컴퓨터 모델도 있구나.. 공간 절약적으로 참 잘 만들어졌다 생각했음.


산군: 이제 30분 후면 1토리 완료 입니다.


나: 대리님. 무슨 뜻이에요?


묵은지: 아. 지금 양산중인 필름 1두루마리 완료라는 거에요. 그럼 장비가 서게 되니까. 그때 프로그램 업데이트나 여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죠.


나: 오...그렇군요.


옆에서 장비를 보면 내부에 둥그런 롤러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고, 

그 롤러 위로 필름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로 위 아래 위위 아래 방향으로 요리조리걸려서 풀려나오고 있었음. 


나: 와...저 롤러 꺼내다가 휘두르면 사람도 죽이겠는데?


묵은지: 저거 못들어요. 겁나게 무거워서..ㅋㅋㅋ


나: 만져보면...와아..왠지 묵직할거 같네요.


산군: 절대로. 양산중에 저 롤러를 만지시면 안됩니다. 손가락이 딸려들어가 으스러져요. 몇년에 한번씩 꼭 사고가 나죠. 손가락 잘리는...


나: 아....명..심..하겠습니다..;;


순간 D사 입구에 무사고 간판이 생각났음. 분명 2XX일 이라고 적혀있던..그 말인즉...1년도 안되는 이전에 이미 누군가.....ㅎㄷㄷㄷ;;


산군: 아는 형님이 다치셨어요. 전 직원들이 문병을 갔지만...하염 없이 우셨죠 그냥....


간혹 롤러에 덩어리 같은게 낄때가 있는데, 이게 강하게 눌리는 필름과 만나면 필름에 눌림자국 불량을 만들어낸다고 함. 

그럼 이걸 닦아내고 진행을 해야하는데

장비를 세우는 절차가 복잡하니, 야간 근무 같이 정신이 좀 몽롱하고 나른하여 간혹 귀차니즘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함. 


고작 저거하나 닦아 내는데 장비를 세워야하나..

그런 생각에 롤러에 때를 장갑낀 손가락으로 쓱- 생각없이 닦게 된다고 함. 


롤러가 커서 얼핏 눈으로 보기엔 천천히 도는거 같이 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렇게 손가락 끝만 톡! 치는데도 이미 손가락이 딸려서 롤러에 갈려버리게 됨.


본인도 일하면서 야간에 한번씩 멍하게 정신을 놓을때가 있었는데, 

간혹 롤러를 멍하니 보고있다가 나도 모르게 손으로 한번 톡. 만져보고 싶어지는 충동이 생기기도 했음.

신기하니까..


마치 무언가에 홀리듯이. 그럴때면 옆에 있는 다른 직원들이 뭐해요!! 정신차려 정신!! 하면서 챙겨줄때도 있었음. 

위험을 동반한 장비니까 미우나 고우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 끼리는 서로를 지켜주는 각자의 보험 같은 관계랄까? 


그래서 이 소설을 쓰는 지금도 정말 많이 싸웠지만...이 고객사 사람들이 그리움...ㅎㅎ


어쨌든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회사는 사소한 행동이라도 마치 로보트 처럼 절차를 만들고, 

매우 비효율적이게 느껴지더라도 반드시 절차를 지키도록하는 꼰대 문화가 있음.

사람 다치는거 보다는 꼰대가 낫지...암.


나: 그렇군요....


산군: 잠깐...온다. 저기 오고 있어요.


나: ...? (음? 뭐가 온단거지?)


그리고 둘둘둘 멀리서 풀려나오던 필름의 중간에 어두운 테이프가 하나 가로로 길게 발려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음. 그 테이프가 정확히

우리 앞으로 지나가자 프로그램이 스스로 검사를 멈추고 데이터 정리를 진행하기 시작했음.


묵은지: 이게 랏 정리라는 거에요. 지금까지 검사한 데이터들 총 취합해서 파일화 하고, 그걸 또다른 파일서버 PC로 옮기는 작업인거죠.


나: 랏?(LOT)


묵은지: 로트라고도 하는데 1회 생산되는 특정수의 제품 단위를 의미 한데요. 저분들이 1토리 2토리 부르기도 하는데, 데이터 상으로 저희는 랏이라고 불러요.


그와 동시에 현장 실무자가 무전기를 들고 나타나 롤러 구동 정지 버튼을 눌렀음. 

그리고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나 생산품 분리 작업을 시작했음.


뭔가 작업 과정이 체계적이었고 장비쟁이라 그런지 본인의 눈에는 멋있었음. 

우와...무전기 딱 들고 서로 상황보고 하면서 ㅎㅎ 칼로 필름을 일도 양단으로 부와악 자르고 ㅎ

로보트 조작해서 말려있는 두루마리 필름을 정확히 리어카 같이 생긴 틀위로 딱 올리고 가지고 가는...


어릴적부터 시장 구경 가면 항상 생선 장만하시는 할머니들 손놀림 보면서 와우~ 구경하는걸 좋아했는데 ㅎㅎ 

이 장비업계. 특히 지금처럼 뭔가 기술자들이 체계적인 방식으로 무언가 작업을 하는게 보이면 멋있었음. 

이런 세계는 이 업계에 몸담지 않았으면 일반인들은 절대로 모를만한 재밌는 광경이었음. 


신문이나 사회 뉴스에 열심히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이나, 땀흘려 일하는 농민들, 어부들. 자영업자들 등등 

사람들 일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가끔 반도체 관련 뉴스로 S사 공장에서 무진복을 입은 오퍼레이터가 기계를 조작하고, 

와이퍼 같은게 슉슉 지나가고 하는 뉴스영상도 나오지만

사실 이 업계는 기술이 생명이기 때문에 아무나 촬영할 수 없고 

뉴스로 나올 수도 없음. 뉴스로 나오는건 전체의 5%나 나올까?


엔지니어인 우리도 라인 들어갈때 온갖 검열 및 보안을 거치는데...


흔히들 이 업계에서 일하면 공장에 많이 다니니까, 대략 사람들 눈에는 공장 다니는 공돌이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모르겠음. 

우리나라 청년들은 공장 다니면 뭔가 격 떨어지는 인생으로 여길지.. 


그러나 실제 현장에 투입되어 이 첨단 기술분야에 기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본다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질 수 도 있음.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니까. 마치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이면을 훔쳐보는 기분임. 

그만큼 힘들때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들이 이렇게 멋있게 일하는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함.


잡설은 이쯤 하고...

장비가 멈추자 콩과장도 컴퓨터에 랜선을 연결하여 수정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기 시작했음. 

그리고 다시 30분가량 대기. 다시 새 제품 양산을 하려면 그만큼 준비시간이 필요하다고 함. 


그동안 따로 할것도 없어서 다같이 공장밖으로 나와 흡연구역으로 갔음. 

S사와는 다르게 D사는 흡연 구역이 30분 40분 뺑뺑이돌아야 나오는 구조가 아니었음.

친절하게도 근처에 흡연구역이 있었고, 탈의실에서 옷 갈이입고 나온 신발장에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였음.

(왠지 여기 다닐만 하겠는데...?)


나: 과장님. 이렇게 담배필 시간에 github에 코드 업로드하시죠? 뭐 얼마나 바쁘길래 못올리나 싶었더니 담배필 시간은 있네요?


콩과장: 하아...징하네 너...


나: 도대체 누가 징한건지....ㅋㅋ 이렇게 부득부득 업로드 안하는 분이 징한거 같은데.... 아참! 옛날 B과장 기억나세요?


콩과장: 아. OO이형? 


나: 요즘 어떻게 지내시려나?


콩과장: 아. 우리 과장들 끼리는 한번씩 연락해. 잘 지내고 있지.


나: 나중에 기회되시면 그 OO이형(B과장)한테 퇴사 직전 대만에서 저한테 코드 안주고 뻐기다가 어떻게 됬었는지 물어보세요 ㅎㅎㅎ


콩과장: ...........


나: 그 생퀴 그때 완전히 죽O놨어야 했는데. 그때는 신입사원 때라 제가 힘이 없었네요. 

멱살 정도로 끝나서... 공항까지 제발로 걸어가게 놔뒀으니....ㅎㅎ

근데 이제는 제가 신입 사원이 아니라는거. ㅎㅎㅎ 


콩과장: ...........


(협박이야 임마. 너는 진짜로 나한테 D지는 수가 있다!?)


나: 쌍둥이 아빠람 서요? 일 열심히 하셔야겠던데?


콩과장: .......;;; 


나: 데자뷰라고 아시죠? 뭔가 그런 기분이에요. 퇴사를 앞둔 선임자 과장이 코드 미리 공유 안하고 똥싸고 토끼는 상황? ㅋㅋㅋ

생각 같아서는 B과장 그 집 애새O들도....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경O도 OO시 OO아파트 1XX동 앞에 OO어린이집도 못다니게 다 박...


콩과장: 그만......알았어...


나: ㅎㅎㅎㅎ


그렇게 콩과장은 흡연장에서 노트북을 열고 github에 코드를 업로드하기 시작했음. 것봐! 할줄 알잖아!? 어디서 구라를...

전공정 장비는 총 1호기에서 3호기 까지 있었는데. 지금 콩과장이 개조 중인 3호기 까지해서 모든 코드가 업로드 된 걸 확인했음. 

휴 일단 급한 불은 껐네.


콩과장: 자. 업로드 했어. 됐냐?


나: 음. 드디어 업로드 하셨네요. 와...힘들었네요 진짜 ㅋㅋㅋㅋ


그런 본인을 산군 주임은 뭐 이런 생퀴가 다있지!? 하는 눈으로 보고있었음.


나: 주임님. 그럼 일단 필요한건 얻었으니 저는 이만 본사로 가보겠습니다. 괜찮으실까요^^?


산군: 아..네. 지금은 딱히 하실 일 없으시니까요.


나: 만약 이후로 잘되면 주임님 공이 크십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실례를 범했는데^^ 죄송합니다 주임님~


산군: 어...그럼 언제 다시 오실 예정이신지?


나: 일단 이번 개조건 까지는 콩 과장님이 마무리를 하셔야겠죠. 저는 그동안 오늘 봤던 장비 되새겨 보면서 업로드된 코드 분석하고 준비해야죠 ㅎㅎ


산군: 네. 그럼 다시 뵙게되면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장비.


나: 넵!!


묵은지: 대리님.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나: 네. 대리님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럼 저 먼저 갑니다~~~


다시 본사로 올라가는길은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네이게이션이 안내를 해주었음. 히야~~ 국도로 가는길은 자연 경관이 멋졌음.

대한민국에 산이 많아서 그런가 이산 저산 지나쳐 가며 경치를 구경하는데 팀장에게 전화가 왔음.


나: 네. 여보세요.


3대: OO씨. 어디에요!?


나: D사 갔다가 본사 복귀중입니다.


3대: 나한테 말도 없이 거길 갔다구요?


나: 어!? 제가 말씀 안드렸던가요!? (모른척)


3대: 하아..가끔 OO씨를보면 팀장들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나: 제가 업무 차질 없이 할 수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주시는 분들 아닙니까! 하하.


3대: 틀려요. OO씨를 위해 있는 팀장이 아니고. 팀장 지시하에 OO씨는 움직여 줘야하는 거에요.


나: 그 팀장의 지시는 회사를 위한 지시 아닌가요?


3대: 그렇죠.


나: 제 판단에 회사에 보탬이 되는 일인데, 팀장과의 의견이 안맞을때는 어떻게 되죠?


3대: 그렇더라도 팀장에게 미리 말을하고 의견 조율을 해야죠.


나: 아. 그럼 그 부분은 죄송합니다. 이제부턴 그렇게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한번만 넘어가 주십셔~~


3대: 하아...일단 알았어요..


(당신 방식대로 했다가는 내가 혼자 죽어나갔겠지!! 모호한 말들을 했으니 내 행동에 뭐라 할 명분도 없으렸다!?)


그렇게 본사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정도? 일하기도 애매하고 퇴근하기도 애매한 소강시간.

재빨리 자리로가 콩 과장이 업로드해 놓은 코드를 받아보았음. 

 

일단 검사쪽은 제대로 돌아가는거 같았으니 지금 문제가 되는건 서버 프로그램.

일단 팀장에게 현장에서 본 내용들을 전달했음. 


물론 사무실 사람들 다 들리게 큰 소리로.


나: 말이 됩니까? ㅋㅋ 양산중에는 마우스를 아예 빼놓고 진행하더라구요. 혹여나 마우스 움직여서 뻗을까봐!


3대: 아니 목소리 좀.....;;


나: 일이 많아서 그렇게 D사에 불려다니는 줄 알았더니. 저런 식이면 누구라도 거기 잡혀 살겠죠. 

도대체 이런 상황을 과거 관리자분들은 알고나 계셨답니까??

소장님만 계셨다면 바로 보고 때렸을텐데. 이제 아무도 안계시니 이제와서 이런 상황인걸 안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사장님은 이쪽일은 아예 모르지 않습니까?


3대: 그래도 콩과장은 우리 회사에서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인원들보다 뛰어난 사람이에요. 

OO씨가 쉽게 말하는데. OO씨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죠.


나:  그 모르는 사정을 알기위해 갔다온거 아닙니까. 

만약 저 상황인걸 모르고 혼자 들어갔었더라면 어쩔뻔 했어요!? 팀장님 말씀만 믿고 멍 때렸다가는

죽도밥도 안됬을겁니다. 코드도 안주려는거 억지로 억지로 git에 업로드 시켰어요! 뭐 이런 경우가 다있습니까!?


3대: .......


나: 이제부턴 코드를 좀 봐야겠어요. 팀장님은 콩과장 관리나 잘 해 주십쇼. 나중에 딴소리 못하게.


3대: 알았어요..근데 OO씨.


나: 네.


3대: 팀의 치부를..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내다니..OO씨는 팀이란 개념이 없는거에요?


나: 팀 보단 회사 아닙니까? 회사가 있어야 팀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3대: 나는 팀장으로서. 우리 팀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거에요. OO씨의 그 생각은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지금 이 팀의 팀장은 나고.

나는 그런 팀원이 팀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오호라...은연중 협박을!?]


나: 팀장님 말씀도 일리는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야기한건 팀장님도 상당히 지분이 있으시다고 봅니다만?


3대: ....?


나: 저더러 콩과장 없이 현장 가라고 하셨죠? 코드도 바로바로 안주셨죠? 이후로 콩과장한테 가능한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일하라고 하셨죠?


3대: 그건 지시가 아니고, 권장..


나: 근데 막상 팀장님 말씀대로 안하고 현장에 갔더니. 저런 사단이 나있더라는 겁니다. 입장 바꿔서 화가 안나겠어요!?


3대: 나는 저런 상황은 몰랐....


나: 그러니까요. 팀장은 그런거 아니에요? 몰랐다는건 죄에요. 팀장한테는! 

저는 까딱하면 혼자 다 덮어 써버릴뻔 했던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만들어두고 온겁니다. 

팀 내에서 조용히 끝내는거!? 그럼 아무도 모른채로 이렇게 덮어쓰고 일하면 누가 알아주는데요!?


3대: 나는 알잖아요.


나: 솔직히 팀장님이 목숨걸고 저 위해서 나서주실거라는 믿음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제 판단이 확실히 맞았구요. 팀장님 판단은 틀리신거에요.


3대: 팀원이 팀장을 못믿는다면 이 팀에 있으면 안되는거죠.


나: 제가 팀장님 보고 여기 왔습니까!? 가라니까 온거 아닙니까? 회사라는게 자기 입맛대로 사람 골라 써요?

그러니 이번 건은 쌤쌤이죠. 저도 앞으로 팀장님을 믿어드릴테니, 팀장님도 앞으로 제가 믿을만한 판단과 지시를 내려주세요.


3대: ........하아...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나: 네.



그렇게 상황을 일축하고 코드를 확인해보았음. 음...지금까지 봐왔던 코드들이 팔도 비빔면이었다면...

이 코드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였음. 걸쭉한 치즈 크림같은 이게 실제 동작하는 코드인지, 안쓰는데 안지우고 남긴 코드인지...

시큼 시큼한 냄새가 풀풀 났음.


비지니스 로직코드 중간중간에 View(UI)관련 코드들이 뒤 섞여 앞이 캄캄했음. 

뭐 이 회사 코드야 다 이렇긴 한데, 이 장비는 코드양이 너무 방대해서..

그리고 더 마음에 안드는건 중간중간 보이는 전혀 초기화 되지 않은 메모리들... 그리고 수없이 보이는 Sleep이나 Wait 코드들.


이야...이건 뭐...제어를 포기 했구만...무슨 타이밍 장인들인가.... 갑자기 예전 가족회사 검사기 생각이 났음.

Sleep(100);을 Sleep(50);으로 바꾸면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되어버림.. 무조건 이건 Sleep(100);을 써야만 하는...ㅋㅋㅋ


github의 장점이라면 코드의 비교가 쉬웠음. 타 호기들과 현재 콩 과장이 개조중인 코드를 상호 비교 가능했음.

타 호기보다 8개의 카메라가 더 붙어있었고(아마 새로 추가된 듯?)

 

이번에 새로 도입한 AI를 통해 우리 검사프로그램에서 검사한 이미지를 AI 프로그램으로 보내, AI를 통해 2차 판정된 결과를

다시 리턴받아 제어서버로 결과를 가지고오는 개조 건 이었음.


한창 코드를 보는 와중 간간히 보이는 주석들.....알수 없는 숫자였으나 옆에 친절히 주석이 달려있었음.

예를 들어 이런식..


double dTape = 200; // 무조건 이거임. 고치지 말것 20XX년.XX월.XX일 XXX(이름 이니셜..)


[//의 의미는 주석의 의미입니다. '//'을 입력하면 그 뒤로는 녹색 글자로 변하면서 주석이 되죠.]


하아.......근데...저 이니셜은....연...연구소장....님....아니...당신 마저 이딴......;;


지금에 와서 생각하지만, 이 회사 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은 분명 프로그램을 잘 하심.

그러나 그들이 잘하는 분야는 딱 검사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의 영역에 국한되어 있음. 


전체적인 동작이나 데이터의 제어, 큰 장비의 흐름을 설계하고 다루는데는 

수준이 너무 떨어졌음. 아마도 티리엘 과장님 때문에 이런 판단을 했겠지만.. 


아니, 특정 분야만 종사해온 본인의 범위안에 이쪽 우물에서는 대다수의 고령자 프로그래머들은 이 부분이 약함.

메가통 팀장, 사장님, 연구소장님, 과장님들 다... (미륵수석은 예외..)


그렇기에 현장에 나가기 싫어했고, 사무실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하며, 

누군가에게 시달림 없이 일할 수 있는 검사라는 영역에만 몰두하는게 아닌가 싶음.

무쌍이 말이 틀리지 않았음. 


검사라는 고수의 영역은 젊은 너희가 하기엔 너무 어려우니까, 우리가 해줄께. 대신 너희는 비교적 하기 쉬운

현장에가서 검사외의 구동부를 맡아서 일해줘. 덤으로 해외 출장도 다~~~~~


대부분의 장비업계 검사기 프로그래머들이 이런 말을 들은 경험이 있을것임. 그러나 당시 본인의 생각은 수정되었음.

쉬운 영역이란 없음. 아니, 오히려 일하기 편한건 검사쪽 파트가 더 나음. 


그들은 알고있는거임. 자기들이 현장에서 탈탈 털리면서 일하게 될껄 알기에

왠만하면 현장에 안가는 검사파트를 선호하게 됨. 현장의 모든 힘든 상황은 젊은 직원들에게 다 짬시키고..


(물론 경험이 부족한 프로그래머가 검사파트를 바로 맡을 순 없겠지만...그렇다고 아예 못할 영역도 아닌거임.)


당장에 이 코드를 수정하기에는 이 장비의 구동 방식이나, 컨셉 

그리고 각각 기능들의 정상적인 동작 같은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수정은 하지 않았지만

티리엘 과장님께 배워온 지식들을 토대로, 이런 식이면 버그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판단되는 위치에 

주석으로 표시를 달기 시작했음.


일단 이러니 저러니해도 이 장비는 말그대로 만만한 장비가 아니었음. 

방대한 양이었고, 이 회사의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크고 무거웠음.

코드 양으로만 따져도 비교 불가했음.


중간중간 궁금한 용어들이 나오면 여기저기 물어보러 다녔으나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음.

도대체 이렇게 중요한 고객사 업무를...아는 사람이 왜이렇게 없는거야;;;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이쪽 영역으로 넘어오지 말라고 막고있는 느낌이었음.

결국은 직접 현장에서 헤딩하며 알아가야하는 일이었음.


팀장에게는 팀 성격에 안맞는 인원으로 찍혔고, 앞으로 할 일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이자 똥이 확실한 설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음. 난 정말 일만 하고싶다..!


그렇기에 이날부터는 오전 시간에는 S사 24대 장비를 간단히 점검하고, 오후에는 D사 장비 코드를 분석하며 시간을 보냈음.

그렇게 시간은 흘러, S사 장비가 드디어 공장에 입고되고 셋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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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OO야. 때가 됬다.


나: 오쓰~~!!


선배: 아O에 탕O으로 온나. 거기 농심 공장 근처에 기다리고 있으께. 근처오면 연락해라.


나: 넵.ㅎㅎ


그렇게 농심공장 앞에서 만나 다시 차를타고 S사 공장으로 갔음. 

(농심 공장 근처에 뼈해장국집이 하나 있는데, OO삼대라고...맛집임^^ 국물의 깊은 맛이 일품^^)


어우야...여기 대한민국 맞아..? 마치 S사의 왕국같았음.

마치 울O의 현O 공화국 마냥, 여기는 S공화국이었음. 


주차장에 차도 많았고 도저히 자리가 없어서 어디 외곽의 도로에 대충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가야했음.

공장 근처 편의점은 북세통을 이루었고..

재밌는건 편의점 옆에 유료 주차장도 운영하고 있는 ㅋㅋㅋ 

노다지 땅이나 마찬가지였음. 이래서 돈 벌면 땅을 사야하나...


그리고 피시방들...아마도 야간 대기해야하는 아저씨들 다 여기 피시방에서 콜 대기하지 않을까...

기왕이면 예쁜 미녀 알바생들 데려와서 PC방 라면같은거 끓여주고 하면 떼돈을 벌거같은 풍경이었음.


말로만 듣던 탕O 공장에 와보니 대단했음. 

왜 우리나라가 대기업 대기업 노래 부르는지 알것 같았음. 


하나의 큰 대기업이 수만개의 하청 업체들을 먹여살리고있다니..업체만 수만개인데. 

그 업체에 소속된 인원들은 몇명일 것이며, 그 한명 한명이 가정이 있다면 3인 가정이라고 쳐도.....와아....


어찌보면 이 수만개의 하청업체 덕에 S사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우리나라 대기업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었음.

이 공장은 하이바(안전모)를 쓰고 들어가야 했는데, 

안전관리 교육 이수한 사람들은 빨간색 하이바, 본인이 지급받은건 흰색 하이바였음.


이 공장이 힘들었던 이유중 하나는....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었음. 

오늘만 해도 이 수백, 수천명의 인력들이 걸어서 공장으로 들어가야 했음. 

더 큰 문제는 입구가 8층에 있다는거...


수백명이 줄을 서서, 한계단 한계단 8층까지 올라가는데...

1개 층이 우리가 생각하는 1개 층이 아니었음. 공장 천장 높이가 높기 때문에...

40대 어르신들은 중간중간 계단 옆에 쭈그리고 앉아 숨을 헉헉 대고 계셨고...ㅋㅋ 


그런 와중에도 꾸역 꾸역 밀려올라오는 계단 밑의 사람들..

이건 뭐 힘들다고 멈출 수도 없었고, 옆으로 빠져서 쭈그리자니.. 이미 쭈그려 쉬는 어르신들께 죄송했음;; 

젊은놈이 체력관리 안한게 창피한 기분...ㅋㅋ


젊은 본인도, 중학교 선배도 계단을 오르는데 땀이 비오듯 났음;; 거기에 하이바와의 조합은 사람 미치게 만들었음.

입구에 도착해서 보안카드를 찍고 탈의실로 들어갔을 때 이미 등에서 땀이 줄줄나서..

탈의실 안은 땀냄새로 후끈후끈했음.


따로 무진복을 챙겨오는 사람들도 있었겠으나, 우리는 S사 공용 무진복을 사용했음. 

거기서 발견한 무진복 엉덩이에 황색의 세계지도....

누군가가 설사를 지렸다는 흔적..ㅡㅜ


나: 형님. 여기 화장실 멀어요?


선배: 와? 가고싶나!? 니 물 많이 마싯나?


나: 아뇨..근데 사전에 파악은 해둬야죠.


선배: 어. 화장실 갈라면 니 올라왔던길 다시 내리가야된다.


나: !!!!!!!말좀 해주시지! 아무래도 음료수를 좀 마시면서 온거 같은데!?


선배: 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부터 쫄고 그라노 힘든거는 그거 뿐만이 아니지. 티리엘 과장님도 여기는 힘들어 하드라 ㅋㅋㅋ


나: 엇. 그분이 신경쓰는 일은 담배 말고는 없는데!?


선배: 띵동! 맞다. 


나: 하긴 입구에서 담배 다 뺐기니까....라이터랑...


선배: 그래서 그분은 비니루 봉다리에 담배 10까치 정도랑 성냥이랑 돌덩어리 하나 넣어가지고 공장 뒤에 담벼락 가서 담너머 풀숲에 떤져놓고 출근했다 아이가 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절하다 처절해 ㅋㅋㅋㅋ  그래서 그거 주우러 다시 그 먼 길 돌아서 ㅋㅋㅋ 이 죽음의 8층계단을 헉헉대며 올랐겠네요 ㅋㅋㅋ


선배: ㅋㅋ 문제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티리엘 과장님 혼자가 아니었다는거지 ㅋㅋ 막상 담배 찾으러가면 다른 사람들꺼랑 섞여서 ㅋㅋㅋ


나: ㅋㅋ 저 같으면 담배 안던지고 그냥 가서 남이 던진거 뽀려갈거 같은데 ㅋㅋㅋ


선배: ㅋㅋㅋ 그치. 거기에 티리엘 과장님도 제대로 걸린거지 ㅋㅋㅋ


티리엘 과장님의 특유의 저음 느릿느릿한 말투가 생각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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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엘 과장: 아이씨...누구야...내꺼 가지고 간 사람;;; 나는.... 마일드세븐 아니면 안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사람은 편식하면 안됨.


나중에는 화장실 변기 뒤에 뚜껑 열어서 거기에 쟁여놓고 다니셨고...그것도 도둑 맞아서....

무슨 마약 끊은 환자 마냥 달달달달 떨고있는 티리엘과장....

결국 참다못한 S사 담당자가 챙겨줬다는....ㅎㅎㅎ


점심시간 되면 티리엘 과장은 밥도 안먹고 담배만 1시간 피우다 일하러 가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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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저런 재밌는 추억담을 들으며 에어샤워를 거쳐 라인 안으로 들어갔음. 

그리고....다시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음....ㅁㅊ..

이럴거면 왜 입구를 8층에다가 만들었냐고오;;; 레이더에 빨간불이 깜빡거렸음. 


여기는 일하다가 쪼금이라도 오줌이 마려우면 일단 출발해야한다..!!

이래서 장비 업계에 요실금이 직업병 마냥 생기는거구나...


그렇게 우여곡절 우리 장비 앞으로 가니 긴장한 표정의 냄비대리와 그 옆에 떨리는 눈빛의 구완와사 부장이 보였음.

어이쿠 반가워라! 잘들 지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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