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연, 경험담
집 앞까지
바래다 달라 해도 싫다 하고
바래다 준다 해도 싫다 하세요
매일 매일 바래다 주면
서로가 버릇 돼
이별 후
다시 만남을 갖는다 해도
그 만남을 사랑하게 된다 해도
집 앞에서 안녕할 때
문득 떠오를 테니까요
전에 바래다 주었던
그 행복한 눈이
슬픈 눈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서글픈 밤 그림자로 기억될 테니까요
그 사람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붙잡지 않았습니다
흔한 이별의 핑계들로
나를 달래려 들었다면
난 절대로 그 사람을
쉽게 떠나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설령 그 사람의 눈물이 거짓이었다고 해도
난 괜찮습니다
정말로 이별에 가슴 아픈 사랑은
이별의 순간에 해야 할 말이 생각나지도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름으로든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아픔과 그리움이 진할수록
그대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별과 바다와 하늘의 이름으로도
그대를 꿈꾼다
사랑으로 가득찬 희망 때문에
억새풀의 강함처럼
삶의 의욕도 모두
그대로 인하여 더욱 진해지고
슬픔이라 할 수 있는 눈물조차도
그대가 있어 사치라 한다
괴로움은 혼자 이기는 연습을 하고
될 수만 있다면
그대앞에선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싶다
나의 가슴을 채울 수 있는
그대의 언어들
아픔과 고난조차도 싫어하지 않고
그대가 있음으로 오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감당하며 이기는 느낌으로
기쁘게 받아야지
그대가 있음으로
내 언어가 웃음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