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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탈탈 털어 반찬 몇가지와 나의 폭식에 대한 이야기
게시물ID : diet_334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alady
추천 : 13
조회수 : 2393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3/12/01 18:37:12
12월 중순부터 한달간 집을 비우게됬습니다. 하와이로 1달동안 혼자 자전거여행 갑니다.
저같이 집에서 밥을 해먹는 사람은 냉장고에 남아 썩는 식재료가 없도록 미리 정리를 해야됩니다 


photo 1.JPG
냉장고에 처박혀있던 미역줄기는 고추장 미역줄기볶음으로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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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잠자고있던 두부스테이크는 구워서 데리야끼 소스를 뿌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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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면서도 소금기 빼기 귀찮았던 염장 다시마는 두부스테이크 소를 넣어서 다시마말이를 만들고
photo 4.JPG
남은 다시마로는 현미밥도 이쁘게 말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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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한다고 마음먹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있는 필수아이템
맛대가리 없는 곤약면은 반찬용 잡채를 대량생산해 버립니다


제가 왜 채식요리를 만들어서 올리는지.. 이야기 하고싶네요

사실 고백을 하자면 저는 폭식증이 심각합니다
지금도 재발하기 때문에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입니다
처음 식이장애가 생긴건 고1때 친구들과 관계가 안좋아지면서 극단적인 칼로리 계산을 통해서 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내 몸이 말라지면 어디서든지 당당해질것 같았지요. 하루 천칼로리 미만으로 섭취하고 하루에 운동은 두시간씩 했습니다.
당시 몸무게는 151의 키에 35키로.. 기아상태였죠.. 
1년여간의 거식증 끝에 칼로리가 높은걸 먹었다고 생각되면 토해내는 폭식증 단계로 접어듭니다. 지금 보기엔 평범한 음식인 쌀밥, 땅콩등을 먹고도 가끔씩 토해냈습니다. 그때는 거식증과 폭식증이 식이장애라는 사실도 모르고 그런 인식도 부족했기때문에 나는 다이어트중이라고만 생각했지 큰 문제인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고2때 지방에 본가를 두고 서울로 혼자 이사를 오게됩니다. 학교는 1년간 다니지 않아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부족했습니다.
그때 고시원에서 느낀 갑갑함과 혼자라는 외로움은 고시원에 무료로 주어지는 밥에 간장을 비벼 몇그릇을 먹고 과자를 배부를때까지 먹으며 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토하는것은 가끔일뿐 습관적인건 아니고 위의 포만감을 느끼는 상태는 정상 범위었습니다.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하루종일 붙어다니느라 정신이 팔려 한 반년 넘게 폭식을 하지 않는 상태로 지냈습니다. 폭식증이라는 병 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나았다는 생각도 딱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후 1년정도 지난후에 자취방으로 이사를 간후 과자와 빵을 한아름 사다가 꾸역꾸역 먹고 손을 집어넣고 토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때도 정상 체중이었는데.. 새로운 학교로 전학가면서 무시받지 않으려면 살빼야된다고 스트레스 받는 순간부터 폭식증이 생긴것 같습니다. 그땐.. 집에오는길에 슈퍼에 들려 샤니빵, 과자들과 우유를 산후에 집에서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은후에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하루에 두세번까지 토했습니다. 한 6개월정도는 폭식증으로 고생했던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우울했고 우울하면 폭식했습니다. 다행이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식도나 위에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알바를 하기도 하면서 바쁜 나날들이 지속되느라 폭식을 한동안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대식가였고 과식하는 편이라 많이 먹긴 했지만 일부러 음식을 사다가 배가 찢어질듯이 먹고 토하지는 않았지요.

삼년전 20대초반 미국에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의지할 남편은 있었지만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새로운 환경에 저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고 말았습니다. 밖에 나가면 말못하는 4살아이 취급을 당하는 어려움 속에 저를 위로해주는것은 싸고 양많은 음식 뿐이었습니다. 마켓에서 커다란 케익을 사와 먹고 토하기도 하고 피자를 먹고 토하기도 하고.. 여기는 기름진 음식이 너무나도 쌌기 때문에 먹고 토하는데도 돈이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시작해서 체력은 점점 좋아졌지만 폭식은 계속되었습니다. 요즘 제일 대세인 저탄수화물, 고단백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탄수화물 양을 줄이니 단것을 더욱더 탐하면서 아침은 다이어트 식단을 지켰다가 밤에는 고탄수화물 단것을 먹고 토하기도 여러번이었습니다.
토한 날들이 너무 많아 언제부터 언제까지 토했는지 얼마나 심각했는지도 기억이 안납니다. 미국 음식 양에 위는 더욱 늘어나고 왠만큼 먹어서는 포만감도 안들고. 운동을 꾸준히 했기때문에 몸무게가 엄청나게 찌지는 않았지만 식탐과 과식, 폭식이 심각했습니다. 더욱 문제였던것은 고열량에 짜고 단 미국음식때문에 만성피로가 너무 심하고 집안일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러다가는 20대에 몸이 병들까봐 무서워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인터넷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운동은 원래 많이 하기때문에 식단만 바꾸면 될것 같았습니다.
원래 많이 먹는데다가 배고픈걸 절대 못참고 공복이 폭식으로 이어지는게 너무나도 끔찍하기 때문에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양을 줄이는 다이어트는 불가능했습니다. 저는 닭가슴살에 브로컬리같은 식단을 먹으면 폭식이 터지기 때문에 ㅠㅠ 어떤 다이어트를 해야될지 계속 찾아봤습니다
그러다보니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을 알게되고 황성수 박사의 현미채식 식단을 알게되었습니다. 칼로리, 양에 제한이 없이 맘껏 먹는다고 해서 한 2주만 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현미채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식단을 바꾸자마자 2주만에 1.5키로정도가 빠졌습니다. 몸도 정말 가볍고 새로운 채소요리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후 과한 욕심으로 현미밥 양을 줄이자 또 폭식이 터졌습니다. 저탄수화물은 저에게는 폭식으로 이어지더군요.. 지금은 다시 현미밥양을 늘리고 끼니마다 배부르게 먹고 간식도 먹습니다. 현미채식은 과일도 맘껏 먹을수있고 채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무제한 먹을수있어서 만족감이 높습니다. 하루종일 배고플때가 없을정도로 먹어대는데 몸무게는 늘어나지 않고 천천히 빠지는거같아서 안심이 됩니다. 아직 한달반 밖에 되지 않아서 남한테 권할 정도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합니다. 고기를 아주 좋아했지만 채식후로 컨디션이 훨씬 좋아져서 고기생각이 덜납니다. 앞으로 큰 부작용이 없는 이상은 계속 할 생각입니다. 더이상 다이어트중인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바꾼것입니다.

 식이장애 있는 분들.. 극단적인 다이어트 시도하지 말고 본인에게 맞는 정상식단을 찾아서 천천히 고쳐나가보세요. 폭식할거 같으면 죄책감 안들만한 정상식단(현미밥에 맛있는 채소반찬,과일) 배부를때까지 먹어보세요. 그안에 들어있는 영양소와 만들며 들어간 정성이 아까워서라도 토 안하게 되더라구요. 
지금도 폭식증이 완치됬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갑자기 발동 걸리면 또 터지는게 폭식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서 이제는 이런 방법도 시도해보고있다..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커밍아웃을 하니까 속이 후련합니다.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될지 모르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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