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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6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앤유
추천 : 1
조회수 : 2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03 23:35:20

어릴 때부터 촛불을 보면 뭔가 가슴이 설레었다.

붉은색 불꽃이 일렁이는 모양이 그때의 위태위태했던 나를 보는 듯도 하고, 요염하고 나긋나긋한 여인의 몸짓 같기도 하고, 묘하게 따스하면서도 내게 온기를 전해주지는 못하는 먼 곳에 있는 님 같기도 해서, 힘든 일이 있거나 하는 때에는 어두운 방 안에, 방문도 잠그고 초를 곧잘 켜 놓곤 했었다.

 

대학에 와서는 초를 통 사지도 켜지도 못했다ㅡ남의 집이기 때문에, 룸메이트와 함께 살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될까봐 초를 켜는 일이 망설여졌다ㅡ그것 때문인지, 어느새부턴가는 마음의 안식을 얻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일이 잦아졌고, 쓸데 없는 고민이 많아졌고, 힘들 때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대학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불만만 쌓여갔다.

 

물론, 언제나 현재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누군가를 의식해야만 한다는 느낌, 안식의 공간에 느껴지는 타인의 이질감, 게다가 같은 방을 쓰기 때문에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혼나야 하는 기분나쁜 일들..등등은 더욱더 나를 불편하게 했다. 도중에 잠시 나타났던 따뜻함은 또 촛불 같은 존재로 변해, 내게서 멀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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