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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법='메이드 인 코리아 죽이기'
게시물ID : gametalk_1352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당무
추천 : 5
조회수 : 4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03 00:04:55
사실은 학교 학보에 들어갈 내용인데 이대로는 절대 못들어갈것이 뻔하기 떄문에 겜토게에도 올립니다.

그래도 과격한 언사나 정치적 입장을 최대한 배제해가며 적었는데 학교 자체가 전문대이다 보니 워낙 수구적인 분위기라 긴말없이 짤릴것 같네요.



 ‘메이드 인 코리아’ 죽이기

국가가 ‘중독물질’로 지정하여 국가차원에서 직접 관리하는 대상에 오는 12월 5일부터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콘텐츠(이하 게임)’가 추가된단다.

물질의 사전적 정의는 ‘질량과 부피를 가지며 어떠한 물체를 구성하는 존재’라는데 질량과 부피 없이 단순히 어떤 ‘개념’을 구성하는 데이터의 집합체인 게임을 중독‘물질’로 지정하는 것도 웃기지만, 이번에 새로 게임을 새식구로 맞이하는 기존의 3대 중독물질 가족의 구성을 보면 도대체가 게임과는 조금도 닮지 않은 험상궂은 얼굴들뿐이다. 도대체 게임의 어디가 알콜, 마약, 도박과 닮았다는 것일까.

더군다나 이 법은 게임이 이용자의 신체/정신에 의학적인 중독 작용을 일으킨다는 명확한 증거 없이, 심지어는 사실 확인이 된 바 없는 비전문가의 주장을 근거로 게임산업에 ‘중독물질’이라는 굴레를 씌우려 하고 있다.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게임축제인 지스타에 방문하고 전 국민 앞에서 ‘게임이야 말로 국가에서 지원해야 할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는 발언을 한지 꼭 1년만이다. 설마 자신이 대통령이 될 줄은 모르고 한 말이었을까.

지금이야 만화, 애니메이션은 ‘국산’이라 불릴만한 것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수입품, 그것도 옆 나라 일본산이기는 하지만 한때는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국산 만화를 읽고 국산 애니메이션을 보던 때가 있었다. 제작비가 크고 많은 스태프를 동원해야 하는 애니메이션은 주로 국가의 지원을 받고 어린이들에게 반공교육을 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애니메이션산업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작가 혼자서 개인 작업이 가능한 만화산업은 ‘임꺽정’, ‘일지매’ 등 우리민족만의 이야기를 활용한 작품이나 ‘라이파이’, ‘조국을 등진 소년’ 같은 SF와 첩보스릴러물까지 실로 다양한 종류가 번성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벌어진 유해만화 퇴출운동으로 인해 한순간에 폭삭 무너지고 만다.

발단은 만화 속에서 죽은 등장인물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동경한 어느 소년이 실제로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만화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는데, 이는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여서 당시 TV에서 방영하던 애니메이션의 90%이상이 종영 돼 버리고 만다.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 군사정권 동안에는 사치풍조 조장의 이유로 만화에 악세사리를 그리지 못하게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각종 제제가 시행됐고, 마지막으로 1997년 당시 정부가 사회적 문제가 되던 청소년 일진회의 발생 책임을 만화에 뒤집어 씌워 만든 ‘청소년 보호법’이 자기 판단만으로 만화산업에 각종 규제를 가할 수 있게 되며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은 종언을 고했다. 이른바 확인사살이다.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멸망이 단지 재수 없게도 시대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당시의 독재정권은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생긴 적개심을 모을 내/외부의 적이 필요했고, 외부에 괴뢰도당 김일성을, 내부에는 우리아이 죽이는 만화책을 놓음으로써 성공적으로 20여 년간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것이다. 진정한 국민의 적은 자신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30년 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길었던 군사독재가 무너지고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 북조선 괴뢰정권이라는 불분명한 외부의 적 하나만 남은 우리 국민에게 왜 우리 정부는 또다시 새로운 적을 제시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 사실은 어쩌면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의 다음세대가 즐길 대중문화에 더 이상 ‘국산’의 타이틀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아리랑은 중국에, 김치는 일본에 빼앗기고, 독도, 이어도, 각종 공기업 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딱지가 붙은 건 전부 외국에 가져다 바치는 이 상황, 결코 정상은 아니다.




학교 그만두고 내년에 유학가기 전에 난리좀 치고 가보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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