얜 정신을 못차리는 듯 하네요. 충격.
지난 주말 e스포츠업계는 뜻하지 않은 소식으로 뜨거웠다. 지난 1일까지 중국 쿤산에서 열린 WCG2013 그랜드파이널이 아닌 바로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졌던 SCNTV가 주최한 ‘스타크래프트1’ e스포츠 대회에 참가한 마재윤 때문. 한국에서는 지난 2010년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해 영구제명을 당한 마재윤은 중국 현지 선수와 짝을 이뤄 2대 2 팀플레이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15만 위안(한화 약 2600만원)을 손에 쥐는데 성공했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 지난 2010년 5월 17일, e스포츠는 업계의 존폐 위기를 맞았다. 마재윤 원종서 진영수 박명수 박찬수 김창희 문성진 김성기 등 현직 프로게이머를 포함해 정진현 최가람 등 선수 11명이 가담한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가장 충격을 던졌던 이가 바로 마재윤. 2006년 MSL 3회 우승, 스타리그 1회 우승 등으로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에 이어 '본좌'라인에 올랐던 그는 연봉과 인센티브를 합쳐 최대 4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수퍼스타였다. 1년에 4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는 간판스타였던 그의 승부조작은 운동선수의 약물 복용 추문 못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e스포츠 업계는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면서 존폐 위기까지 맞아야 했다.
결국 한국e스포츠협회는 시장 자체를 뒤흔든 이들의 대한 운명에 대해 영구제명이라는 강경한 조치를 내리면서 e스포츠 업계의 파국을 가까스로 면한 바 있다.
승부조작 파문은 강력한 후유증을 남겼다. 우선 공군 에이스가 해체의 발단이 됐다. 당시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했던 공군 에이스는 세계 최초의 군 프로게임단이라는 이름 보다는 사회적 파장을 피하기 위해 문을 닫았다. 사회적 인식이 바닥을 치자 어쩔 수 없이 해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을 거듭했다. 스타2가 나왔지만 때마침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 게임방송국들의 지적재산권 분쟁이 발생한 것과 맞물려 승부조작 사태는 묘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대중적인 팬들이 등을 돌리면서 철저하게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승부조작 사태의 미운털이 제대로 작용한 꼴이었다.
승부조작 사태가 발생한지 3년 6개월이 흐른 지금, 승부조작 사태 당시 프랜차이즈 스타플레이어였던 마재윤과 진영수는 엄청난 간극을 보이고 있다. 마재윤은 영구 제명 이후에도 인터넷방송과 유료 스타 강의 등 대외 활동을 하면서 계속 논란을 일으켰고, 진영수는 군 제대 이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사회에 적응하고있다.
전혀 변하지 않았던 마재윤의 돌출 행동은 지난 주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1 팀플레이 대회까지 이어졌다. 주최측 초청이라고 하지만 그는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가 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e스포츠 팬들을 중심으로 대중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 조롱을 그치지 않고 있다. 마재윤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한국e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 등 e스포츠 관계자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행여 그의 행보가 겨우 숨을 돌리고 있는 e스포츠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오지 않을까 이서이다.
'속죄'를 선택한 진영수의 행보는 눈여겨 볼만 하다. OSEN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마재윤이 참가해 논란을 일으킨 SCNTV가 주최한 ‘스타크래프트1’ e스포츠 대회는 진영수도 함께 초청을 받았다. 마재윤에게 초청을 알선했던 화승 연습생 유진우가 진영수에게도 초청 의사를 먼저 보냈다. 이번 대회 주최가 SCNTV 였지만 뒤의 스폰서가 진영수의 초청을 강력하게 원했기 때문.
그러나 진영수의 선택은 거절이었다. 진영수 측근은 OSEN과 통화에서 "상당히 조심스럽다. (진)영수가 거론되면서 그 친구가 어려워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수는 대회 참가를 거부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물론 마재윤과 진영수. 두 사람이 나이는 아직도 충분히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 두 사람의 태도는 상반됐다. 자신들로 인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되돌아보는 시각 자체에는 차이가 있었다.
살다보면 바닥을 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자신의 미래를 가늠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서글픈일이다. 정말 마재윤이 밑바닥을 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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