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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실패를 경험하고
게시물ID : gomin_9256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소리
추천 : 4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03 21:41:11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실패한 적이 없다.
무슨 일이든 성공했다기 보다는
어떤 일에도 도전한적이 없었다.

내겐 어려웠던 적도 없으며
도전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첫 실패를 경험했다.



한양대학교 불합격.png

어렸을 때 부터 
나는 주변에서 머리가 좋다는 말을 항상 듣고 살았다.
확실히 남들보다 배우는 것도 빨랐고
이해하는 것도 많았다.
공부도 잘하는 축에 속했다.

언제나 공부는 얼마 하지 않아도,
놀 거 다 놀아도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가져왔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나는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였고
누군가에게는 질투의 대상이였다.

내겐 도전할 필요가 없었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결코 최상위라 할 수 없는 성적이였지만,
현실에 안주하기에는 충분한 성적이였다.

친구들은 항상 말했다.

"놀거 다 놀면서 존나 점수 잘 나오네"

"머리 존나 좋은가보네"

친구들 사이에서 확실히 나는 
머리좋은놈
성적 잘나오는 놈이였고
나는 점점더 자만심에 빠졌다.

그 자만심은 고등학교 내내 나를 노력하지 않는 놈으로 만들었다.
고1때는 '고2부터 하면 더 잘 나올꺼야'
고2때는 '고3부터 하면 더 잘 나올꺼야'
고3때는 '100일부터!'

결국
난 머리가 좋으니 조금만 하면 성적이 나올꺼야 라는 착각은
하루하루 노력을 미루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능이 다가온 올해 여름부터
나는 내가 그렇게 머리가 좋은놈이 아니라는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당황스러웠다.

남들의 3년을 따라가기에 해야할 양은 너무나도 많았고
내 머리는 내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마음속 깊이 내 머리는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고있었다.

하지만 
무서웠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머리 좋은 놈이였고
평생을 그렇게 알아왔다.
그렇기에 난 언제까지나 머리가 좋은놈이여여만 했다.
친구들에게,
부모님께.

노력이 부정 당하는 꼴은 볼 수 가 없었다.
결국 
노력을 하지 않으면 노력이 부정당할일도 없다는 멍청한 결론에 도달한다.

'지금도 잘 나오는데 굳이 열심히해서 올릴 필요가 있을까?'
확실히 8교시의 수업시간 내내 잠을 자고 
야자때도 잠을 자고
잠을 자야할 때는 놀면서
딱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공부만 하면서도
모든 등급이 1~2등급 정도였다.

난 또 다시 현실에 안주했다. 
 
그리고 11월 7일 2014학년도 수능날
모든 모의고사를 통틀어 받아보지도 못한 등급을 받는다.

9월 모평기준으로 지원한 대학의 
술의 우선 선발기준을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한 등급

하지만

논술에서 붙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일반 선발로도 충분히 될거라고 생각했다.

왜냐고?
난 남들보다 머리가 좋으니까.

그리고 오늘 논술에서도 현실을 마주했다.
예비 번호 없는 불합격

충분히 잘쓰고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예비 번호 없는 불합격


얼마 안되는 짧은 인생이지만
내 인생의 전부가 완전히 부정당하는 기분이였다.

내가 생각했던 내 레벨은 
사실 진짜 내 레벨보다 너무나도 높았다.

내 전부가 부정당할때의 
그 좌절감은
그 패배감은 
처음 맛보는 실패치고는 너무나 쓰다.

왜 도전해보지 않았을까.
왜 노력해보지 않았을까.
왜 실패해보지 않았을까.

수능을 망쳤어도 남들이 그냥 가는 대학 정도는 충분히 갈수 있지만,
하지만 내 자존심은 이미 진짜 내 레벨 위에 있다.

재수는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집안 사정도 넉넉치 않고,
무엇보다도 재수를 해도 나는 또 내 현실에 안주해 있을것만 같다.

다른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모든 원망은 나 자신에게 하게 된다.
자괴감이 들고
무기력하다.

어떡해야할까



나는 왜 몰랐을까.
1시간 하고 받은 98점보다
10시간 하고 받은 100점이 더 가치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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