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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 공포소설 레전드 - 가면 -
게시물ID : humorbest_6854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46
조회수 : 4615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28 19:16:2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5/28 11:33:44



“아니 도와주려면 좀 예쁜 아이들이나 도와주지, 저렇게 꼬질꼬질한 애는 왜 도와줘요?!!”


세하의 얼굴에는 CF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미소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고, 

짜증만이 가득했다. 


“세하씨, 목소리 좀 낮춰줘요. 누가 듣겠어요. 그리고 이건 전부 세하씨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불쌍한 사람들 도와줘서 좋은 이미지 만들라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매니저는 투정 부리는 세하를 달래기 급급했다. 본래 까칠한 성격에다가 최근에 하고 싶던 배역을 

다른 여배우한테 뺏기기까지 한 세하의 히스테리는 최악 그 자체였기에 매니저와 코디들만 죽어나갔다.


“그래도 그렇지 여긴 너무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잖아요, 아니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가 있지? 쓰레기더미에서 사는 거랑 뭐가 달라? 차라리 죽는 게 낫지”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다가 사진 몇 장만 찍고 가자니까요, 세하씨 정말 이러기에요? 요즘은 미모나 연기력 말고도 이미지도 중요하다는 거 잘 알잖아요?”


“그러면 돈으로 도와주면 되잖아요? 그냥 몇 푼 기부하면 될 걸 가지고”


세하의 입가가 심하게 씰룩거렸다. 열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증거였다. 그런 세하의 얼굴을 보자 

매니저의 얼굴이 점점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참어린 세하는 좀 떴다고 자신을 무시하고, 

사장님 역시 세하를 잘 간수하지 못한다고 매니저만 욕했다. 세하 이미지 만들랴, 뒷수습하랴 

이곳저곳에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화를 최대한 삭이며 다시 한 번 세하에게 부탁했다.


“그게 세하씨, 그냥 돈으로 이미지 만드는 거랑, 실제로 봉사하는 거 찍힌 사진이랑은 차원이 다르다니까요, 그러니까 사진 한 장이면 되니까 제발 좀 찍어요, 네? 그냥 일반인이 우연히 찍어서 올린 거처럼 찍어놓고 인터넷에 올려버리면 그 다음부터 이미지 걱정은 안 해도 된다니까요. 그리고 이게 다 사장님 지시에요.”


매니저가 너무나 간절하게 부탁하자 세하의 마음이 움직였는지 표정이 한층 풀어졌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신경질 적이었다.


“그러면 빨리 사진만 찍고 가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데 오지 마요, 더러우니까”


“우와!! 김세하 누나다!!”


순간 세하의 기분을 모르는 코찔질이 꼬마 하나가 종이 한 장과 펜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 


“뭐야, 이건?”


세하는 더러운 벌레를 쳐다보듯이 꼬마를 깔아보더니 무시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꼬마가 그런 세하의 기분을 눈치 채지 못했다. 꼬마는 세하의 옷가지를 늘어 잡고는 소리쳤다.


“사인해주세요!”


“아, 진짜 빨리 이거 안치우고 뭐해요?”


매니저는 세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재빨리 꼬마를 떼어놓았다. 

행여나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세하의 기분이 상해서 마음을 바꿔버릴지도 몰라서였기 때문이었다. 


“으앙~! 사인해주세요!!”


“어험! 꼬마야 조용히 해! 아저씨가 혼내준다?”


매니저의 꼬마의 허리를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으앙~!!”


순간 까까머리 학생 하나가 허름한 문을 열면서 나왔다.


“민석아 왜 울어? 무슨 일이야?”


매니저는 우는 꼬마를 그 학생에게 떠넘기며 말했다.


“어, 네가 이 집 학생이니? 그 소년소녀가장 맞지?”


그 학생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매니저를 쳐다봤다.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아, 나는 어제 전화한 그 아저씨야, 도와준다던”


매니저는 능글맞게 웃어 보이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한테 명함을 건넬 때는 꽤 

공손한 태도였지만 이번만큼은 어깨에 힘을 주며, 거만한 포즈로 명함을 건넸다. 물론 한 손으로. 


“정말 도와주시는 거예요?”


학생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래, 그리고 여기 세하 누나랑 사진 몇 장만 찍으면 돼. 세하 누나는 알지?”


매니저는 자랑스럽게 세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정작 세하는 선글라스에 모자를 푹 눌러써서 

좀처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정말로 연예인 김세하 누나 맞아요?”


“그래, 너도 보면 알거 아니야 TV랑 영화에 나오는,”


“소개는 됐고, 빨리 할 거 하고 가요!”


세하는 매니저의 말을 딱 잘라내고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비록 선글라스와 모자로 

가려졌지만 누구라도 그녀가 기분 나빠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정도였다. 학생의 눈에는 그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화를 드러내는 세하의 모습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자, 그러면 밖에서 차에 실어놓은 생필품들 옮기는 거랑, 마당에서 빨래해주는 거 찍을 거니까 일단 차로 갑시다.”


“한 장만 찍는 거 아니에요?”


세하가 다시금 신경을 곤두세웠다. 매니저는 그런 세하의 반응에 많이 움찔했다.


“그게, 정말로 한 장을 찍는 게 아니라 여러 개 찍어서 그중에 골라내야지요. 그리고 일반인이 우연히 찍은 거처럼 보이려면 밖에서 좀 여러 번 찍어야 돼요”


매니저는 세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실실 웃으며 말했다. 

학생이 보기에도 상당히 비굴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빨리 하고 가요”


왠지 TV와는 전혀 다른 세하의 싸늘한 표정을 보자, 학생과 꼬마의 표정마저 얼어붙었다. 

확실히 TV속에서 나오는 연예인 세하와 실제 세하는 달랐다. 동일인물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TV에서 가끔 세하가 토크쇼나 인터뷰를 할 때 비춰지는 모습은 팬들을 보며 항상 웃고, 말투도 공손한 

그런 천사같은 모습이었지만 지금 눈앞의 김세하는 동인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투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모든 게 달랐다. 꼭 가면을 쓴 것처럼.


“형아, 저 누나 진짜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세하 누나 맞아?”


어느새 울음을 그친 동생이 형의 바지춤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 그래 맞아”


“근데 왜 화만 내고 있어? 나 때문에 화난 거야?”


“아니, 우리 민석이 때문에 화난 거 아니니까 걱정 마”










사진을 찍는 내내, 사실상 세하가 한 것은 별로 없었다. 매니저가 세팅해 놓은 상황에서 도와주는 

시늉만 하고, 사진 몇 장 찍고 그대로 끝이었다. 매니저는 세하와 학생에게 사진을 찍는 동안 웃으라고 

지시했고, 그래서인지 사진 찍을 때만큼은 TV속에서 비춰지는 김세하였다. 

하지만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온갖 짜증을 내는 마녀 같은 존재였다.


“매니저 아저씨”


학생은 사진촬영이 끝나고 짐을 챙기는 매니저를 불렀다.


“어, 그래 왜?”


“김세하 누나는 오늘 안 좋은 일 있어요? 아니면 원래 성격이 저렇게 까칠해요?”


학생의 질문을 받은 매니저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보여진 게 있기 때문에 대놓고 말하기도 그랬고, 

설령 솔직히 말한다 하더라도 이득이 될 게 하나 없었다.


“아니, 뭐, 원래 저렇지는 않고 그냥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너 이거 다른 애들한테 소문내거나 하면 안 된다, 평소에 김세하 성격이 어떻다는 둥, 응? 그런 소문 내지마”


매니저는 대충 얼버무리면서도 학생에게 소문을 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뭐 나름 매니저로서의 임무이기도 했다. 늘 하던 것이기도 했고.


“무슨 말하는 거예요?”


순간 세하가 눈을 치켜뜨며 나타났다. 아름다운 외모의 그녀였지만 사나운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이 되어버렸다.


“아니, 그냥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매니저는 또 대충 둘러댔다.


“뭘 또 도와줘요? 다시는 이런 더러운 곳은 안 온다니까”


세하는 옆에 있던 학생은 신경 쓰지도 않고 말을 내뱉었다.


“네, 뭐라고요?”


학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가 틀린 말 했어? 이렇게 더럽고 추잡스럽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지.”


학생은 얼굴이 빨개져가지고는, 아무 말도 못했다.


“뭐해요? 빨리 차 대기시켜놔요”


“네? 예, 알겠어요.”


매니저는 갑자기 화를 내는 세하 때문에 황급히 달려 나갔다. 그리고 세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니저 

뒤를 따라 나갔다. 모두가 나가고, 학생은 TV위에 놓인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 안에는 매니저가 두고 간 돈이 들어있었다. 도움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별로였다. 

최악의 기분이었다.


‘이렇게 더럽고 추잡스럽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지’


세하의 싸늘한 한 마디가 학생의 머리를 맴돌았다.










TV 연예프로그램의 인터뷰 약속을 잡아놓은 매니저는 세하를 데리고 분주하게 차를 몰았다. 

평소 같으면 느긋하게 차를 몰아도 됐지만, 세하가 미용실에서 다른 여배우와 말다툼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늦춰졌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이었다.


“정말 세하씨 그러다가 나쁜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이래요?”


매니저의 말에 세하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해요, 짜증만나니까”


“세하씨를 위해서 하는 말이에요, 꼭 들어요. 여배우는 이미지 한 번 망가지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드니까 앞으로 행동 조심해요. 사장님도 걱정 많이 하셔요.”


“알았다고요.”


매니저의 충고에는 진심이 묻어났지만 세하의 대답은 충고에 비해 너무나 건방졌다.


“그나저나 그거 왜 안 나와요? 저번에 사진 찍은 거”


저번에 사진 찍었던 일이 문득 생각난 세하가 입을 열었다.


“화보요? 그거 다음주에”


세하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눈치를 챈 매니저는 모르는 척 넘어가려 했다.


“화보 말고, 저번에 얘들 도와준 거 찍었잖아요. 그거 아직도 안 알려졌던데, 아직 인터넷에 안 올린 거예요?”


세하가 정확하게 콕 집어 묻자 매니저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아, 그거요? 그게 말이죠, 문제가 생겨서”


“무슨 문제요? 헛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요!”


얼버무리는 매니저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세하의 언성이 높아졌다.


“아, 그게”


“답답하니까 빨리빨리 좀 말해요!”


세하가 버럭 화를 내자, 매니저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아, 그게 그 우리가 도와줬던 그 집에 화재가 나서 살고 있던 형제들이 모두 죽었대요. 그래서 좀 알리기가 곤란해졌어요.”


매니저의 대답을 들은 세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세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리고는 좌석에 등을 털썩 기대곤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하여튼 되는 일이 없어”


조금 지각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인터뷰장소에 도착했다. 세하 역시 평소처럼 준비를 하고 

인터뷰에 들어갔다. 그리고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싶었다.


“컷, 잠깐, 잠깐만요. 세하씨 무슨 일 있어요?”


카메라 감독이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자기 촬영을 멈추었다.


“네? 아무 일도 없는데요. 왜 그러시죠?”


세하는 황당하다는 투로 물었다.


“너무 얼굴을 찡그리시는데요? 좀 웃어주세요”


“그래요, 세하씨 좀 웃어주세요~.”


리포터가 약간의 애교 섞인 말투로 세하에게 말했다. 하지만 세하는 그것이 거부감이 들은 눈치였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카메라에 이상하게 나왔나요? 전 줄곧 웃고 있었는데요?”


세하는 다시금 표정관리를 하며 말했다.


“그래요? 아무리 봐도 인상 쓰시는 걸로 나왔는데, 뭐 그럼 다시 갈게요 하나, 둘, 큐!”


카메라 감독이 촬영을 지시하고, 인터뷰는 다시 진행되었다.


“네, 김세하씨 요즘 새로운 취미생활을 즐기신다고 들었는데 그게 뭐죠?”


리포터는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했다. 인터뷰는 대체로 사전에 있던 질문에 묻고 답하는 형식이었고, 

세하는 그런 인터뷰를 수 없이 많이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아, 그게 요즘 제가” 


“잠깐, 잠깐만요. 세하씨 왜 그래요? 표정관리 전혀 안되는데요?”


세하가 질문에 답하기도 전에 카메라 감독이 다시 인터뷰를 중지시켰다.


“아, 오늘 세하씨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뭔가 낌새를 차린 매니저는 일단 분위기를 수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지금 세하의 표정은 

누가 봐도 기분 나빠하는 표정이었다.


“아, 그래요? 그럼 잠시 쉬었다가 다시 촬영하죠, 뭐.”


쉬는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매니저는 세하를 끌고 나왔다.


“세하씨, 프로답지 못하게 왜 그래요? 인터뷰 한 두 번 해요?”


“뭐가요? 그렇게 이상했어요? 저 카메라 감독이랑 리포터가 이상한 거 아니에요?”


“모니터 못 봤어요? 표정관리 전혀 안 됐어요. 인터뷰 망칠 거예요?”


매니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세하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나 김세하에요. 표정관리가 안 됐을 리가 없잖아요, 인터뷰를 망쳤으면 그 재수 없는 리포터가 망친 거겠지요.”


“또, 또 말조심하라니까요. 인터뷰는 잘 끝내야죠.”


하지만 매니저의 바람과는 다르게 인터뷰는 결국 최악으로 끝났다. 촬영 내내 세하는 인상을 썼고, 

웃어도 너무나 억지로 웃는 티가 났다. 결국 계속되는 촬영중단에 세하가 화를 냈고, 인터뷰는 끝났다. 

방송은커녕 매니저는 촬영 팀에게 사과하기 바빴다. 










-여배우 K양과 H양 배역다툼에 이어 미용실에서 말다툼


얼마 지나지 않아 미용실에서 벌어졌던 일이 인터넷기사로 올라왔다. 

이니셜로 올라온 기사였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re: 아싸, 첫코!!


re: 누구누구 싸운겨?


re: 이런 거 이니셜 좀 안했으면


re: 뻔하지ㅋㅋ 김세하 vs 홍민아


re: 위에 댓글 사실임?


re: 김세하 ‘배역 도둑맞은 기분’ 기사가 며칠 전에 떴었는데 사람들 참 눈치 없네.


re: 배역다툼 홍민아 승! 말다툼 김세하 승!


re: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죠, 김세하 실제 성격 엄청 더러운 거. 가식덩어리임.


인터넷 기사가 뜨자, 매니저는 당장에 기사가 올라온 사이트에 연락하며 수습을 했다. 

하지만 정작 세하 본인은 기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항상 소속사에서 알아서 수습해 왔으니까.


“내가 뭐랬어요? 결국 일이 커졌잖아요. 조심 좀 하라니까, 어쨌든 최근에 화보촬영이라든가 인터뷰, CF는 이번 일로 전부 취소됐으니까 당분간 집에서 쉬세요.”


세하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온 세하는 거울을 봤다. 그리고는 배우가 되려고 연습했던 여러 가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얼굴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표정이 인상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었다. 사실, 저번 인터뷰를 촬영한 이후로 방송에 얼굴을 들이밀기 힘들 정도로 

표정관리가 안 됐다. 웃는 표정을 지어보려 해도, 웃어지지 않았고, 조금만 기분이 상해도 얼굴에 

그 불만과 짜증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죽하면 셀카를 찍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세하는 오히려 이렇게 방송활동을 잠시 쉬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세하가 쉬는 동안에도 세하와 다투었던 홍민아는 계속해서 TV나 잡지에 나왔다. 미용실사건이 있었지만 

그 때에는 솔직히 세하가 일방적으로 시비를 건 것이었다. 자신이 배역에서 밀렸다는 것은 세하로서는 

꽤나 큰 수치였기에 그 분을 참지 못하고 홍민아에게 화를 낸 것 이었다. 소문 역시 사실대로 나는 

바람에 오히려 홍민아는 피해자 입장에 서서 득을 봤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던 중 사고가 터져버렸다. 영화촬영 도중 홍민아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어버린 것이었다. 

갑작스런 사고에 연예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젊은 여배우에 대한 죽음에 모두가 애도를 표했고,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다. 물론 세하는 그 사실을 집에서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도둑년,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세하가 기사를 보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리고 홍민아가 죽은 다음 날, 매니저가 찾아왔다.


“세하씨, 좀 힘들겠지만 홍민아씨 장례식에 가요. 비록 서로 안 좋은 감정이 있었더라도 동료였고, 안 좋은 일이 생겼는데 함께해야죠.”


간만에 검은 양복차림으로 세하를 찾아온 매니저의 말에 세하는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이내 세하의 머리에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어떻게 보면 세하의 기회였다. 

이미지를 다시금 회복할 수 있는 기회. 

그렇게 생각한 세하는 장례식장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매니저와 세하가 장례식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수많은 취재진들이 즐비해있었다. 

그들 역시 세하처럼 죽은 홍민아에 대한 애도보다는 취재거리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장례식장에 온 것이었다. 

그들은 장례식장에 방문한 연예인들에게 플래시를 터뜨리기 바빴다.

세하 역시 여느 연예인처럼 매니저들의 보호를 받아가며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세하를 보며 경악했다. 

자신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세하는 어리둥절했다. 

매니저는 그런 세하를 보며 털썩 주저앉았다. 





“왜요?”





세하가 물었다. 그러자 매니저가 주저앉은 채 대답했다.





“왜 웃고 있어?”




우악스럽게? 여자에게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세하는 우악스럽게 웃고 있었다. 

쫙 찢어져 귀에 걸릴 것만 같은 그녀의 입술은 뭔가 어색하지만 분명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눈 역시 반달모양으로 부자연스럽게 찌그러져 눈웃음 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괴기스러운 행복감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그런 얼굴을 향해서 기자들의 플래시가 어김없이 터져댔다. 

그리고 그 다음날, 홍민아의 장례식에 뒤이어 김세하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에 손가락질을 했다. 

장례식에 활짝 웃는 미친년. 

그날 홍민아의 장례식장에 있던 기자들은 그 일을 평생가도 못 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일은 수백, 수천, 수만 장의 사진들과 함께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 수만 장의 사진들 중에는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했지만 괴기스러운 사진이 하나 있었다.





남자아이 둘이 세하의 목에 올라타서 검게 그을린 손으로 세하의 얼굴을 마구 잡아당기는 사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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