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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 사령
게시물ID : lovestory_685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ossyPP
추천 : 0
조회수 : 10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04 10:09:40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의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 김수영 《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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