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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원순, 비정치적이지만 '강력한' 정치인
게시물ID : humorbest_6859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arcelona
추천 : 201
조회수 : 5136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29 12:01:05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5/29 10:57:54

[칼럼] 박원순, 비정치적이지만 '강력한' 정치인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564

 

 


박원순 서울시장이 트위터를 하면 서울시 공무원들은 긴장한다. 박 시장은 거침없이

어떤 문제들의 개선을 약속하고, 오고가는 맨션 속엔 즉각적인 검토 응답이 난무한다.

이 생경한 광경에 사람들은 대체로 환호한다.

 

SNS에서 시장과 시민들이 직접 대화한 내용이 그대로 ‘행정’의 대상이 되는

직접적 소통 구조에서 당연히 공무원들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건 어쩌면 '정무'(政務)적 권력행위가 배제된

그야말로 '공무'(公務)적인 행정의 느닷없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공무원들은 아직 박원순을 다 이해하지 못 했다

 

박원순의 서울시정은 전체 공직사회와 한국사회의 행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산하기관장은

“박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들은 아직

박원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일자리 창출 관련 회의에서 박 시장이 “직업의 관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던 상황을 들었다. 시장 주재로 일자리 관련 회의가 열렸는데, 주무 국장이

박 시장 취임 이후 늘어난 일자리 개수를 숫자로 보고했다고 한다.

 

이런 국장에게 박 시장은 “현장에는 가 보았느냐”고 되물은 후

“책상에서 만들어진 숫자는 의미가 없으며 난 믿지도 않는다”

직격탄을 날렸다고 한다.

 

일자리가 몇 개 늘어났고, 이는 전년 대비 얼마의 진작이고

어떤 성과인지를 ‘포장’하는 것을 일로 하는 공무원들에게

‘숫자를 믿지 못하겠다’는 박 시장은 이해 불가능한 대상이다.

 

 


정량 평가의 행정을 정성 평가의 행정으로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진 서울시정 10년의 세월은 전형적이라고 하기도 뭣할 정도로

정량 평가가 지배해온 세월이었다. 건설회사 사장 출신의 이명박 시장은 시정의 모든 것을

‘계량화’하려는 모습으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이명박-오세훈 시정은 물론 두 시장의

특별함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그런 특별함의 토대는 역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것을 요구하고 용인하고 수용했단 점에 있을 것이다.

 

이명박 시장은 서울의 마지막 투기 욕구를 탈탈 털어내 ‘뉴타운’과 ‘청계천’으로

재해석해냈으며, 오세훈 시장은 생활의 업그레이드 욕망을 ‘디자인’으로 포착해냈다.

그러나 그 환상과 거품이 꺼지자 서울은 황폐한 민낯을 드러냈다.

 

서울시장 박원순의 지난 시정은 그가 이전 시대의 염증을 개선하기 위해

선택지였단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의 시정 역시 정확하게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는데,

박 시장은 전임 시장들의 ‘독선’과 ‘독주’에서 탈피해 ‘소통’과 ‘반응’을 중시하는

행정의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량적 평가에 길들여진 서울시의 풍토를

정성적 판단으로 바꾸는데 주안점을 두는 모습이다.

 


‘총론’이 없는 박원순의 개혁

 

박원순 시장의 행정엔 뚜렷한 ‘총론’이 없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을 비롯해 진보건 보수건

개혁을 추구했던 모든 이들은 우선 개혁의 총론을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참여정부 시절의 몇몇 걸출한 보고서는 지금 들여다봐도 꽤 잘 만들어진 ‘마스터플랜’이고,

박근혜 정부의 ‘공약집’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총론을 만들고 나면 역량이 소진되거나

아니면 시간이 훌쩍 가버려 정작 실제적인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 패턴이었다.

 

진보적 개혁의 경우 총론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본질적인 이념 대립이 본질을 삼키는

상황이 잦았다. 보수적 개혁의 경우 총론과 실재적 존재 사이의 괴리로 늘 실패했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요약되는 박근혜 정부의 개혁 역시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모두 내펭개쳐진 상황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서일까. 박 시장은 총론 없이 바로 현장에 스며드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큰 변화를 예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계속 축적해가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짚어보면, 박 시장이 지금까지 해낸 일들은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걸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고질적인 문제들을 풀어낸 것이 많다. 이에 대해 한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의 행정에 새로움은 없다. 다만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던 고질적인 문제들에

손을 대고 있을 뿐이다. 기존의 행정과 다른 점은 시민들의 요구와 직접 당사자들의

주장에 시가 ‘반응’을 내놓고 있단 점”이라며 “주도하는 개혁이 아닌 스며드는

개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비정치적인 정치를 하는 가장 강력한 정치인

 

박 시장이 해결한 일들은 원래 그것의 해결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과정적으로 접근하다보니 합리적으로 그런 결론이 도출된 것들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박 시장에겐 아직 이명박의 ‘청계천’이나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와 같은

대표적 인지 행정이 없지만 그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광범위하고

굳은 믿음으로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주어진 일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는 박 시장의 비전은 이제 ‘사회적 경제’,

‘마을’ 그리고 ‘청년’으로 향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를 두루 ‘서울 혁신’이라고 부르며

별도의 산하기관들을 통해 추진해가고 있다. 박원순의 지향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관들은

여전히도 그리고 공교롭게도 또한 ‘행정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박원순 시정의 궁극은

‘컨텐츠’가 아니라 ‘프로세스’,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 있어야 한단 지적이다.

 

변화를 장기간 축적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박 시장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비정치적인 정치'를 하는

가장 '강력한 정치인'일지 모른다. 가장 강력한 정치력은 시대의 정치적 요구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었다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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