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2004-11-07 00:00]
[미디어오늘] 어느 날 여섯 살배기 아이가 “엄마 우리 <X-맨> ‘당연하지’ 게임하자”고 하더니 불쑥 “엄만 자기가 싼 똥 자기가 먹지?”라고 했다.
옆에 있던 4학년 큰아이는 그건 유치하다면서 “엄마 요즘 바람피지?”라고 한술 더 뜬다.
아무 거리낌 없이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의 먹거리와 공부를 신경쓰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이 즐겨보는 방송을 살펴보는 것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는 SBS <일요일이 좋다>로 코너를 옮긴 10월3일부터 31일까지 4회분의 <X-맨>을 분석해보았다.
주부의 시각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X-맨>의 폭력성이다.
‘단결 말타기’는 잦은 안전사고 발생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특히 방송에서는 강호동씨 등 출연자들이 말에 더 큰 충격을 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반칙을 하고 괴로워하는 말의 얼굴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도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이러한 장면을 흉내내면서 말타기 게임을 할 경우 큰 사고가 우려된다.
‘당연하지’ 게임, 인신공격 수준 지나쳐
‘커플장사 만만세’ 역시 가학적이다.
여자출연자를 안은 상태로 앉았다 일어서기 등을 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는 남자출연자를 보여주는 것을 즐거운 웃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체적 폭력 이외에도 ‘당연하지’ 게임에서 나타나는 언어폭력이 심각한 상태라는 지적이 높다.
“너 **하지?” 라는 반말에 무조건 “당연하지”라고 대답해야 이기는 이 게임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심한 인신공격이 이루어진다.
제작진은 ‘기상천외한 질문이 ‘당연하지’ 게임의 묘미’라고 주장하나 실제 ‘눈이 작으니까 뵈는 게 없냐’ ‘너 초등학생 좋아하지’ 등의 표현은 기상천외하다기보다는 명예훼손에 가깝다는 평이다.
또한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장면들도 적지 않게 지적되었다.
‘커플장사 만만세’는 커플 선정 과정에서 여자 출연자들이 섹시함을 강조하는 춤으로 남자출연자들을 유혹하도록 설정되어있다.
게다가 여자 출연자들은 모두 남자 출연자를 ‘오빠’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하고 남자 출연자들은 반말을 빈번하게 사용하며 “지현아” 등의 이름을 부른다.
이러한 장면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인 대상으로 제한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남녀의 외모와 성 역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게 하는 장면도 비일비재하다.
‘매력남을 뽑는 게임’이라는 ‘커플장사 만만세’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안겨있는 역할뿐이어서 여성은 날씬함이, 남성은 힘이 센 것이 최고의 덕목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또한 지상렬, 신정환, 정형돈, 박슬기씨 등 상대적으로 외모가 화려하지 않은 출연자들은 항상 무시당하거나 선택받지 못하는데 이것 자체가 가장 큰 웃음거리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외모지상주의와 잘못된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악영향을 준다.
사석에서나 나눌 대화…공중파 방송 맞나
<X-맨>을 보면서 공중파 방송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예인들이 개인적으로 모여서 놀고 있는 공간을 몰래카메라로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출연자들은 방송 중에 자주 반말을 하며 “은혜야”, “종국 오빠” 등의 사적인 호칭을 쓰고, 심지어 려원은 토니에게 “사장님“이라고(10/31) 말하기도 했다.
‘당연하지’에서 폭로되는 내용들도 사석에서나 나눌 수 있는 민망한 부분이 적지 않다.
“쑥스 쑥스”, “부끄 부끄” 등 어법에 맞지도 않는 표현을 자막으로 처리, 우리말을 왜곡하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X-맨>이 시청률에만 연연하지 말고 그 인기에 걸맞게 우리 사회에 건강한 웃음과 활력을 주는 좋은 오락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정리/김언경 회원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주부모니터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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