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방금 버스에서 설랜 썰
게시물ID : humorstory_4055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당무
추천 : 5
조회수 : 88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12/05 09:06:34
본인은 파들파들 시들어가는 대학교 1학년생임. 
오늘은 장장 두달간의 준비가 빛을 보는 학년말 과제의 발표날. 
설래기 때문인지 이틀 연짱으로 레드불과 함께하는 철야작업인지 두근세근 두방망이질을 하는 가슴과 데치다 만 시금치같은 죽상을 가리고 발표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평소 입지도 않는 세미정장을 입음. 
거울앞에 선 나는 추레한 몰골이 어딘지 모르게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의 매력을 뿜고 있었음. 
생각외로 따듯한 새벽공기와 의외로 시려운 손을 부비며 탄 버스는 딱 좋은 정도의 안락함과 노곤함이 느껴졌음. 

그렇게 버스에 타서 지친 몸과 질주하는 뇌의 묘한 갭을 즐기며 버스는 동이 트는 한남대교를 건넘. 
아침해에 비치는 은빛 한강물은 퍽 아름다웠음. 내 옆에 은은한 베르가못향을 풍기며 앉아있는 여성분도 아름다웠음. 
그렇게 한창 창밖을 감상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아침에 갓 구운 빠리의 단팥빵처럼 훈내 단내를 풍기는 남성이 나를 보고 그윽하게 윙크를 하는게 아니겠음...!
마..막 오곡라떼처럼 뽀얀 빛에 땅콩 고소미 냄새가 날 것같은 피부의 소유자였음. 

당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묘한 기대를 품은 나는 마치 초콜렛같은 달콤함이 묻어나도록 살짝, 비스킷 위에 떨어지는 꿀처럼 아주 살짝 맞윙크를 날려줬음. 
그랬더니 그 남성분이 찬란한 아침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나에게 다가왔음!!!
와 나 진짜 무슨 미륵보살 현세하신 줄..!

아무튼, 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음. 20년 철통솔로인생 막을 내리는구나 하고. 
수줍게 오유를 만지작거리는 내 귓가에 그 남자분이 이렇게 속삭였음. 
첫눈 소복히 쌓인 지리산에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같은 목소리로

"옆에 제 애인인데 자리좀 양보해주심 안될까요?"

 너무 황홀했던 나는 등신쪼다같이 "애인"만 듣고 네... 하면서 살포시 자리에서 일어남.
"응?! 시발?!"
난 내 궁둥이로 커플년놈 시시덕거릴 자리를 아침부터 덥혀주고 쓸쓸하게 버스를 내림.....








하... 그 형 참 벚꽃처럼 짧지만 너무 화사하게 내 마음에서 다녀갔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