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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쯤에 집에 도둑 들 뻔 했던 썰
게시물ID : panic_686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날아올람마
추천 : 10
조회수 : 207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6/06 20:49:00

공포게를 쭉 둘러보는데 집에 도둑이 들었다, 들 뻔 했다 등등의 썰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읽고 있다보니 5년 여 전의 일이 문득 떠올라 글을 한 번 써봅니다; 

지금도 없고 물론 그때도 음섰으므로 음슴체 ㅡㅠ


-------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오래 된 3층 짜리 연립 아파트인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사심.
내 또래의 학생들은 거의 없고, 아예 애기들이나 어린 애들만 좀 있는 정도. 

연립 아파트 뒤엔 당시 낮은 뒷산이 감싸고 있었고(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싹 밀림), 동네 입구는 하나 뿐이었음.  

주중에는 우리 엄마, 아빠 연배의 분들은 전부 일을 가기 때문에 보통 동네에는 노인 분들, 애기들 밖에 없음.  

솔직히 도둑놈들이 보기엔 참 도둑질하기 좋은 환경이었을 거임ㅡㅡ. 

한적한 동네로 휘적휘적 들어와서 아무 빈 집이나 골라 탈탈탈탈 털고 뒷산 길 따라 훅 도망가면 끝이었으니까. 

게다가 이 동네 분들은 동네 모두가 다 아는 사람이고 친구고 이웃사람이라서 경계심이 전혀 없음; 
나 어릴 적엔 거의 모든 집들이 그냥 문이 다 열려 있었음....... 

사실 지금도 이 동네 오래 사신 노인분들은 그게 버릇이 되서 남의 집에 가서도 문 열려 있는 줄 알고 잠긴 문고리를 훅훅 당김.  

지금은 하도 도둑이 많이 들어서 대부분 다 디지털 도어락으로 바꾸었다만은..


암튼. 

그 때가 아마 내가 대학에 막 입학 했을 적의 일이었을 거임. 
그 날 우리 학교가 개교기념일인가? 뭔가 해서 쉬는 날이었음. 

주말이 아니라서 다른 가족들은 전부 일하러 갔거나, 학교를 간 상태라 집엔 나 혼자 ㅇㅇ

당시 뒷산이 밀리기 전엔 동네 할머니들이 그 쪽에 밭을 내서 뭔가 여러가지를 길렀었음. 

우리 집 할무니도 그땐 밭에 가 계셨고, 난 낮잠을 자고 있었음. 아마 그때가 오후 1시? 쯤이었는 듯. 

근데 갑자기 꿈결에 벨이 울리는 소리를 들음. 처음 한 번 들었을 땐 꿈인가?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벨소리가 두 번 세 번 연달아 울리는 거임. 

지금 이 시간엔 아무도 올 사람이 없는데다, 이 동네 노인분들은 아까 얘기했듯 벨 안 울림. 그냥 문고리를 당기지. 
그래서 아 택배인가??? 싶어서 일어남. 일어나는 와중에도 근데 오늘 택배 온다는 말 없었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음.

근데 내가 누구세요? 라고 하기도 전에, 갑자기 문 밖에서 찰그랑찰그랑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임. 

열쇠는 분명 아니었음. 무슨 쇠붙이들 같은 게 지들끼리 부딪히는 소리였고... 갑자기 문고리에 철컹하며 뭔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림. 
그때 까지 솔직히 잠이 덜 깬 상태였는데, 갑자기 뒷목 쪽이 싸늘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듦.  

열쇠가 아닌 뭔가를 우리집 문고리에 쑤셔넣고 있는 놈이 있음-> 도둑이다!!!! 하고 갑자기 머리에 불이 들어옴. 


근데; 지금도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우리집은 현관문 잠금쇠가 세개임. 
평소엔 열쇠 하나로 열고 다닐 수 있게 하나만 잠그고 다님. 그걸 나도 모르게 살짝 다가가서 잠금쇠를 세 개 다 잠궈버림;;;;;;

ㅎ 열어보시짛ㅎ 같은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사실 그때 까지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름;; 설마 우리 집에 도둑이? ㅎㅎ 같은..... 빌어먹을 안전 불감증; 


근데 그 순간 진짜 머릿속이 하얘짐. 문고리가 철컥! 하고 반쯤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밖에서 "어?" 하는 거임. 
그러더니 갑자기 문고리를 철컹 철컹 철컹!! 하고 당기는데 진짜 개 식겁함. 

당연히 그 도둑놈은 잠금쇠 하나 잠긴 줄 알고 열려고 했다가 안 열리니 그 쪽도 당황한 듯 싶었음. 

근데 그 와중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던 나는 순간 "누구세요!!!!!"하고 소릴 질러 버림;;


밖에서 깜짝 놀랐는지 잠깐 동안 말이 없더니, 그 놈이 "아... 여기 ㅇㅇㅇ집 아니에요?" 하면서 우리 할아버지 이름을 댐. 
진짜 젊은 놈 목소리였는데, 마치 우리 할아버지를 자기 친구 이름 부르듯이 반말로... 

당시 우리 집 현관문은 편지함 구멍이 달려있는 그 옛날 추억의 물건이었음 ㅠㅠ; 눈구멍같은 건 애초에 붙어 있지도 않았고...  


게다가 할아버지는 내가 초등학생 때 돌아가셨단 말야. 지인이란 놈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지 아닌지 모를 리가 없잖음? 

그래서 "그런 사람 여기 없어요!!" 라고 소리지름. 


그 놈이 밖에서 뭐라고 지 혼자 중얼거리더니, "아, 그래요?"하고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들림. 

난 한참이나 멘붕해서 현관문에 귀대고 있다가, 덜덜 떨며 엄마한테 전화를 함ㅠㅠ 
님들은 이럴 때 반드시 경찰에 먼저 연락하세요 ㅠㅠㅠ 난 진짜 바보야 ㅠㅠ


우리 엄마도 약간 안전 불감증 같은 게 있었으므로, 내 말에 "아, 그럼 할아버지 옛날 지인이었겠지"하고 웃어 넘김;;

그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무슨 암시에 걸렸는지 그럴 리가 없는데 "아, 그런가 보다" 해버림.........  


근데 다음 날 할머니 얘기 듣고 진짜 깜짝 놀람ㅠㅠ...

윗집에 어제 도둑이 들었다는 거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미친 놈이 우리집에서 그렇게 깜짝 놀랐으면서 도망 안 치고 고대로 윗집을 털러 간거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친 놈 아님???? 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그 도둑놈이 우리 할아버지 이름을 알았을까 생각해보니, 당시 우리 집 문은 아까 말했듯 진짜 오래된 문이었으므로 당시 집주인이던 할아버지 이름이 문패에 그대로 적혀있었음.

이 자식이 순간적으로 보인 우리 할아버지 이름을 아빠 이름 쯤으로 알고 댄 거임. 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집이 제일 끝 동, 그러니까 뒷산 바로 옆이었음. 그러니 도둑 놈이 털고 난 후 든, 실패를 하든 간에 도망치기 용이한 구조였다는 거임. 

나중에 듣기론 새벽에 밑 집 창문 열고 들어가려다가 거실에서 자고 있던 밑 집 아저씨 한테 겁나 얻어터지고 결국 잡혔다고 함. 
게다가 그땐 도둑질이 목적이 아니고 너무 더워서 거실에서 자고 있던 그 집 여자들을 보고 이상한 마음을 품고 뭔 짓 하려다가 걸린 거라고..ㅡㅡ; 


어느 날 집에 오면서 보니 우리 동에 우리 집 빼고 전부 디지털 도어락으로 바뀌어 있던 게 제일 무서웠음...하...ㅋㅠ



----------


쓰고보니 길기만 길고 안 무섭..........ㅠㅠ

님들은 반드시 저런 일이 있을 때 경찰에 신고하세요ㅠㅠ 저처럼 머릿 속 백지 만들고 멍 때리면 안 됩니다 ㅠㅠㅠ
알바할 때 제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꽤 있었는데, 저 때에는 경찰의 ㄱ도 안 떠올랐어요....... ㅠㅠㅠㅠ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자기 전엔 반드시 문 잠금쇠 세 개가 다 잠겨 있는지, 바깥 창문은 다 잠궜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빌어먹을 도둑놈아, 그거 하나는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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