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개고생하고 별에별거 다 하면서 전역했는데
나와서는 "의경이 무슨 군인이냐" "2개월에 한번씩 나오는게 무슨 군인이래" "공익하고 별로 다른 것도 없잖아"
"의경들 피시방 가고 놀이터 가기 바쁘더만" "군사훈련도 안한다며 그럼 훈련은 뭐하냐" 등등 별에별 소리들.
몇해전 오유에서 한참 전의경들 까이던 무렵(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난 전경놈들 우리 회사 오면 바로 떨어뜨릴거다"라는 댓글이 보라딩딩.
예전에 예비역 총회에 가면 "어디 나왔냐?" "의경 나왔습니다." "근데 예비역 총회에 왜 왔냐?"
어쩌다가 지인이랑 의경 이야기 나오면 "너도 사람 때렸냐?"
아는 동생하고 이야기하다보면 "햄도 방범 나가서 놀이터가서 놀았어요? 내 친구들 그러던데"
때때로 말하는 "그럼 의경 왜 갔어? 거기 지원이잖아?"
난 의경이 그런 곳인줄 꿈에도 모르고 갔습니다 20살 21살 내심 경찰을 꿈꾸던 철없는 나를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요.
어느 순간부터 의경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은 희석되어가고
의경 이야기가 있으면 무심코 클릭하고 보지만 때때로 몰려오는 피로감
이따금 일부러 피해도 보지만 의경이란 글귀가 보이면 무심코 클릭
그 더운 여름날 교통복 입고 땀삐질삐질 물 한모금 못마시고 도시 한복판에서 호루라기에 불봉 들고 자세 잡고
겨울날 음주단속하면 그 뼈를 에는 추위 도로 한복판 차들 지나갈때 부는 바람에 단화속 발가락은 얼어붙어가고
기동복 위에 진압복 입고 방패 들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밥먹는 시간 제외하고 계속 땡볕아래 버티고
시위대가 시간을 안지키고 야간까지 남는 바람에 비상대기 체제로 이틀 내내 시위현장에서 버스에서 자고
근처 화장실 사용하고 물도 다 떨어졌는데 가용할 수 있는 차가 없어서 하루 종일 물도 못마시고 가장 가까운 슈퍼에서
물 죄다 샀지만 그래도 순식간에 동나서 결국 직원들만 조금 남은 생수로 버티고 우리들은 물 안마시다가 참다참다못해
화장실 물 벌컥벌컥 마시면서 버티고 아 물론 물깨스 터질 경우 부대에서도 못마셔서 화장실 물 마셨지만
방범나가면 애들 담배피는거 잡고 사건우발지역 돌아다니고 그러다가 어떤 할머니가 경찰들 고생이 많다면서 준
바나나우유마저도 경찰은 바깥에서 아무것도 받으면 안된다는 원칙하에 할머니 드시라고 거절하고
전의경 출신들은 모두 공감하는 검열 그 검열 시즌에 목에서 피가 나도록 째고 체력훈련이랍시고 진압복에 방패들고
중대끼리 몇십바퀴 뺑이 도는거 경쟁하고 피티 3번 각 안나온다고 삼천회 사천회 오천회 시키고
거기에다가 때때로 떨어지는 재난훈련과 대민지원과 긴급상황.
하루에 평균 잠을 6시간 그것도 버스에서 쪽잠 잘만큼의 강행군들이 때때로 계속되고
쇠파도 맞아보고 죽창도 맞아보고 염산병에도 당해보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부에서는 "절대 민간인을 때리지마라" 명령.
"너희가 맞아서 다친건 우리가 책임질 수 있지만 너희가 민간인을 때린건 책임질 수 없다"는 부관의 이야기.
상황 터지면 언제나 몸으로 막고 방패로 막기만 하고 절대 상대방을 때리거나 폭력을 휘두르지 마라.
그래서 상황 제대로 터지면 항상 다쳐서 병원 실려가는건 우리 대원들이고
사대강 사업 당시에도 크레인 점거해서 위에서 농성중인 시위대를 끌어내리러 우리 대원들이 근처 시위대와 몸싸움하며 올라갔는데
그걸 밑에 있던 시위대가 발부터 잡아 당기는 바람에 떨어져서 허리 다쳐가지고 병원 실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에는 다친 우리 대원 이야기는 없고 몸싸움으로 민간인 수명이 다쳐 폭력진압 어쩌고 저쩌고 병원 실려간건 우리 대원인데...
훈련은 훈련대로 받고 왜 실전에 가면 얻어터지기만 하냐고....그럴땐 우리들 교양할때 배웠던
전설기수(80년대) 영웅기수(90년대) 이야기를 들으며 아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하며 위안하기도 하고
DJ나 고 노무현 대통령 정권 시절엔 시위 터질 경우 진압 잘했고 평판도 괜찮았는데
MB가 초반 촛불집회때 강경진압한 이후 언론과 민중에 너무 겁먹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며 투덜투덜대는 부관도 보았고
어느정도 몸을 사리고 폭력은 휘두르지 않는게 맞긴 하지만 이런식이라면 어느 진압부대가 극렬 시위대를 제압하겠냐며 투덜투덜
만약 그런 일이 터지면 다른 국민은 누가 지키냐고 시위대만 국민이냐는 직원들의 불만불평
이경때 자대배치 받아서 가서 기수표 외우는데 기수표에 이름만 있고 부대에 없는 사람들이 다섯여섯명 있길래
이 고참님들 왜 안계신거냐고 차기수한테 물었더니 이 사람은 쇠파 맞고 병원가서 안돌아오고 이사람은 음주단속하다가
차에 치여서 병원에 있고 어쩌고 저쩌고 니들도 조심하라며 이러쿵 저러쿵
그렇다고 내무생활이 평화로운 것도 아니고 자대배치 받자마자 바로 일 시작하고 첫날부터 맞고 모가지 잡히고
우리한테 훈련도 교양도 뭣도 아무것도 안시키고 지금 병력이 부족하다며 다짜고짜 우리한테 방패주고 공포분위기주면서 가서 막으라하고
진짜 때리다때리다 나중가면 오히려 몇대 맞고 말았으면 좋겠다 싶은 가혹행위들을 마구 시켜대고
일 다 마치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이것저것하고 이제 잘라는데 오늘 결산한다고 밤 11시에 짬찌들 버스에 불러놓고
개갈구고 직원들 다 자고 당직서는 대원만 있을때 애들 다 깨워서 같은 곳(한 타올임. 바닥 네모난 타올)만 5시간 동안 닦게 하고
최루액 발사되나 실험해봐야겠다며 정면으로 맞아도보고 차마 공개선상에서 말하기 어렵고 말해도 이해하기 힘든 짓들 당하고
나중에는 "팔기 좋은 기수"랍시고 치안센터로 팔려서 거기서 수배자 잡고 음주자 잡고 그렇게 나날을 보내며 전역까지
300명이 넘는 수배자를 잡았고 억대 이득을 챙긴 A급 사기나 절도도 잡고 동네에 진짜 공헌하고 표창 받고
그 덕에 어디 가도 꿀리는 군생활하지 않았다 자부하면서 나왔는데
사회에서는 나를 시위대를 때린 깡패 의경으로 보고 부패한 경찰의 앞잡이로 보고
의경이 군대냐고 비꼬고 예비군가면 거의 쏜 적도 없는 총쏘라카고 훈련소 이후 한적도 없는 훈련들 시키고
2개월에 한번 외박 나오는거 갖고 뭐라카고 그건 우리때 휴무가 거의 없고(제땐 한달에 한번 휴무 나옴)
의경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도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 나올때마다 대답하지만 결국 피곤한건 내 입이요
말해도 상대는 이해를 못하고 이해를 할 생각도 안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내가 나가서 친구나 지인들 만나면 넌 뭐 이리 자주 나오냐 타령.....휴무가 없어서 그렇다고 말해도 답변은 "꿀빠네"...
그나마 전의경 출신들끼리 만나면 서로 고생담 이야기하면서 토로라도 하지만
전의경 출신은 적은 데다가 그 일부 안되는 인원까지 사회적 인식 때문에 별 말 안하고 다니고
이젠 지치고 힘들고.....인터넷에서 경찰까는 글들 볼때마다 괜히 가슴이 아프고...
물론 나도 의경 생활하면서 경찰의 못된점에 대해서 수도 없이 봤고 얼마나 깔 꺼리가 많고 실제로도 깠지만
그렇게 알고 까는거랑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까고 보는 인간들을 볼때마다 한숨만 나오고
경찰들 주주주야비야비 맨날 경력 바뀌고 맨날 근무 지치고 치안센터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진짜
별에별 사람 상대하면서 지치고 힘든데 난 저사람들 보면서 아 어떻게 저렇게 살아가지 싶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비웃고...오유에서는 정기적으로 경찰 까는 분위기-옹호 분위기 이게 반복이 되는데
이걸 지금 세네번 지켜봤는데 진짜 볼때마다 안타깝고 서글프기도 하고
의경 갔다온거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봤을 때 현역이던 시절에는 진짜 후회한다고 다시 돌아간다면 육군으로 가고 싶다고
여긴 인간 사는 곳이 아니라고 인간의 본성을 끝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동네라고...
지금은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하며 말하지만....
차마 내가 그리고 우리 의경들이 가치있는 군생활했다 열심히했다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까고 무시하고 비웃고 그런 일들만은 정말 없었으면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를 살아가다보면 너무나 많이 겪네요.
어제오늘 양일에 거쳐서 의경 출신이라는 단락 하나 가지고 너무 이소리 저소리 많이 들어서 홧김에 올려봅니다.
이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정말 때때로 너무나 지칠 때가 있습니다....
오늘 정말 힘듭니다...오유 밀게 여러분 응원이라도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