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꽃이 피었다 지는 슬픔보다도
나무들이 바람에 우는 아픔보다도
슬프고 아픈 일이지만
사랑하며 기다리는 것이
기다리며 눈물 훔치는 것이
내 사랑의 전부라 할지라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라
흐르는 눈물 손가락에 찍어
빈 손바닥 빼곡하게
뜨거운 그대 이름 적어 보느니
내 손금에 그대 이름 새겨질 때까지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이기철, 네가 있어
너를 어찌 그립다고만 말할 수 있느냐
너는 햇빛 너는 향기 너는 물결 너는 초록
너는 새 움 너는 이슬 너는 꽃술 너는 바람
어떤 언어로도 너를 다 말할 순 없어
너는 봄비 너는 볕살 너는 이삭 너는 첫 눈
너는 붉음 너는 노랑 너는 연두 너는 보라
네가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네가 있어 세계 속에 이름 하나인 내가 있다
신달자, 사람찾기
둘러봐도 늘 없다
너무 가까이 내 안에 있음일까
이 우주 안에 너 살고 있음
나 분명 알아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높은 지식
너 찾다 눈감는 일
가장 아름다운 길
정호승, 별똥별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에
내가 너를 생각하는 줄
넌 모르지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는 순간에
내가 너의 눈물을 생각하는 줄
넌 모르지
내가 너의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줄
넌 모르지
김용화, 너에게 무엇을 주랴
나는 가난하여
너에게 줄 것이 없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나의 소유물이 아니므로
너에게 무엇을 주랴
마음이야
바다를 모두 내어주고
마음이야
대지를 모두 주고 싶다만
너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모두 주고 싶다는 마음뿐
그것이 설사 목숨이라도
어찌할 것인가
주고 얻을 수만 있다면
내 마음을 모두 주고
너의 마음 한 조각만 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