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안녕
'헤어질까, 생각좀해보자'
이 말 들은지 오래된 것 같은데 이제야 이틀째네
잘지내? 밥 잘 챙겨먹고 있어? 잠은 잘 자고?
요즘도 일하면서 피곤한데 안그런척..고생많겠지
나는 잘 못지내
고작 이틀인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
요즘 혼자 있을때마다 울어
화장실가서 앉아있는 그 잠깐의 시간도 너무 힘들고...
너무 슬프니까 몸이 주체가 안돼..
전처럼 보고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찾아가고싶은데 오빠 생각할시간 필요한거 같아서 겨우 참고있어..
오빠 미안해...
서운하다고 말한거 생각보다 크게 서운한거 아니야...
충분히 넘어갈수도 있는건데..........
그냥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할게..
누구한테나 어린시절 트라우마같은거 있잖아
나는 버려지는 느낌이 너무 싫어..
다들 타당한 이유로 날 두고 간거지만 어쨌든 어릴때 다들 날 자꾸 두고 가더라구...
얼마전에 엄마랑 솔직하게 얘기해서 나아졌다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달라진것도 없어...
난 여전히 버려지고 남겨지는 느낌이 싫어..
그날밤에 서운하다고 했던건, 내 트라우마를 나도모르게 오빠와 나 사이로 대입해서 그런거야
미안해.......
오빠....
내가 어릴때 겪은 일들이 너무 힘들고, 혼자 감당하기 버겁고,
남몰래 매일 울다시피하고, 사람들만나면 다시 아무렇지않은척하고..
이런 일상이 많이 힘들었어
남들은 겪지 않는걸 왜 나만 겪어야 하는지
왜왜왜
왜 하필 나인지 답답하고..
너무 힘든데 혼자 견뎌야한다는 사실이 날 더 외롭게 하고...
남들한테 기대고싶은데 못기댔어
친한친구한테라도 나 아픈거, 외로운거 다 털어버릴까
친한친구 아니더라도 누군가한테는 털어놓고 싶었는데
그 순간마다 너무 두려운거야
나도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데 남이 이걸 듣는다고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너무 힘든데 이걸 다 듣고도 견딜사람이 있을까?
나도 감당 안되는걸 상대방이 들으면 감당못하고 도망가겠지? 부담스러워하겠지?
자꾸 이런 의문과 두려움이 생기니까 결국 나 혼자 감당할수밖에 없었어...
사실은 날 계속 잡아주고, '힘들었지' 이 한마디랑 다독여주길바랬는데...
아직도 다른사람한테 다 말한적 없어
다 듣고도 옆에 있을 사람은 없을것 같아서....
근데 이런 내가 오빠 보면 참 마음아픈게..
오빠는 너무너무너무 아파서 나보다도 훨씬 더 두려워하는것 같아
'전부 듣고도 옆에 있어주면 좋겠지만 결국 가버리겠지'
이 생각이 강한것 같아..
내 맘대로 추측하고 잘 안다는듯 말해서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내가 느끼기엔 그랬어...
그런데 혹시라도 오빠가 저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나를 더 믿어줘..
난 내 스스로 힘든것보다 오빠 힘든게 훨씬 마음아파
그만큼 오빠 많이 사랑해...
자취방에서 약속한거 기억나?
무슨일 있어도 옆에있겠다고 했잖아... 오빠랑 결혼하겠다고 한것도 기억나지?
그러니까 제발 가지마....
나 동정심으로 오빠 사귀는거 아니야
오빠 너무 사랑하고.. 그만큼 지금 너무 힘들어....
항상 오빠 옆에 있을거야
기다릴게
손편지 주고싶었는데 직접 만날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글 남겨..
요즘 날씨 더운데 밥 잘 챙겨먹고...
밤에 잠도 푹자고
좋은하루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