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보는 밤
마님저예요
본2로 올라가는 하늘에는
시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강의안 속의 야마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야마들을
이제 다 못 외우는 것은
쉬이 졸음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똥줄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재시 하나에 추억과
재시 하나에 사랑과
재시 하나에 쓸쓸함과
재시 하나에 동경과
재시 하나에 시와
재시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재시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예과때 같이 미팅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유급생들의 이름과, 벌써 배낭여행을 떠났다는 장학생들의 이름과,
재시도 없이 짤려버린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악덕교수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진급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전문의를 보고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재시가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재시자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재시자명단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그리고 다음 학기엔
난 습관처럼 이 시를 또 외고 있을테지요.
시험과 재시와 별과 시 중에서...
참고 견디고 또 참고 올라가다보면
더 더러운게 기다리고 있으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