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교복을 보니까 고척고 학생들 같아 보이더구나.
우리집 앞이 햇살이 참 잘 들어.
그래서 셀카 찍어도 참 잘나오는거 나도 안단다.
난 단지 내 집앞, 그러니까 정확히는 현관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을 뿐이란다.
비록 생긴게 좀 살인마같고 조폭같이 생겼다만
결코 나쁜 의도는 없었어.
인생의 허무함을 달래며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데
너희는 해맑게 웃으며 우리집 대문 앞에서 셀카를 찍었지.
나도 학창시절이 떠올라 참 보기 좋았단다.
다만 너희는 날 발견 못했고, 날 발견하면 민망해 할까봐 더 움츠러들어 못움직이고 있었을 뿐이야.
거듭 말하지만 내가 너희를 몰래 쳐다보려 했다든가, 해코지 하려 했던게 아냐.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셀카찍는 너희를 보며 고척고에서 학생회하던 기억도 나고
아 저런 낙엽 떨어지는것에도 까르르 자지러지는 시절이 있었구나 생각했을 뿐이야.
내가 인상을 썼던건,
나와 2m밖에 떨어지지 않은 너희들의 싱그러운 영역에
나의 담배내음이 퍼질까 걱정되서였단다.
후배들아,
너희를 놀라게 해서 미안하구나.
별안간 셀카 각도를 틀어 내쪽을 바라보고 찍길래
나는 민망하지 말라고 일부러 담배든 손을 움직이며 발견하길 바랐단다.
결코 너희 놀라라고 한게 아니야.
날 발견하고는
그렇게 발작하듯 놀라서 끼야악 비명지르며 도망가는 모습을 보니
내가 너희의 아름다운 학창시절 트라우마로 남을까 염려되는구나.
항상 밝고 건강하게 자라렴.
결코 악의는 없었단다.
난 단지 내 집 현관문 앞에서 담배를 태웠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