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에포닌과 가브로슈와 박근혜의 상관성.. 그리고 진보의 반성
게시물ID : readers_68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라우룽
추천 : 1
조회수 : 4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07 14:49:23

 

"가브로슈와 동생들"

 

지난 대선 이후 멘붕상태에 놓인 이들에게 크게 힐링이 되어주었던 것 중 하나가 영화 '레미제라블'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소설과 뮤지컬과 영화를 망라해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감동이 되고 눈물이 났던 장면은 테날디에의 자녀 에포닌과 가브로슈, 그리고 그 동생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에포닌의 "On My Own"에는 오랫동안 짝사랑과 외사랑에 아파했던 소싯적 기억이 솟아나 감정이입이 더 되는 것 같고, 소설 속 가브로슈와 그 동생들에게는 읽을 때마다 우리 어린 아들 모습이 자꾸만 중첩된다. 그 조그만 어린 것들이 의지할 데 없이 버림받아 천덕꾸러기가 되고 굶주려야 하는 모진 삶이 그렇게 어찌 그리 가엾고 안쓰러운지..

그러나 아무튼, 그 악독한 욕망의 화신 테날디에에게서 나온 남매 에포닌과 가브로슈가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랑과 용기와 희생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습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역시.. 아비가 어떤 인물이던지간에 그 자녀의 인생까지 연좌시켜 평가하고 정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되는 것일까? 우리가 지난 대선기간 그토록 외면해보고자 애썼던 헌법적 가르침을, 위고는 한 자녀도 아니고 두 자녀의 거듭된 이야기를 통해 철저히 강조하고 훈계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나도 위고의 가르침에 부응하여 부디 박정희의 딸 박근혜도 아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녀만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주었으면 하는, 2013년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모두가 바래마지않는 소망에 잠시 마음을 보태보았다.
그런데 너무나 안타까운 건.. 박근혜 대통령의 삶과 에포닌, 가브로슈의 삶이 아버지가 지독한 악한이라는 점을 빼곤 별로 닮은 곳이 없어보인다는 사실이다. 특히 평생 기득권을 쥐어보기만 했을 뿐, 생활의 절박한 문제들 앞에서 가진 것이 없어 눈물흘리고 서러워해본 적이 없는 공주의 삶이 과연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혁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헌신의 삶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아마도 기대보다는 회의가 앞선다는 것이 다들 레미제라블의 힐링을 갈구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리라..

차라리.. 에포닌과 가브로슈의 모습을 닮는 것은 무엇보다 진보를 자처하는 우리들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데에 마음을 줘버린 남자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희생으로 끝까지 사랑을 불태우는 에포닌의 모습이, 다른 데 맘을 줘버린 야속한 민중들을 더 뜨겁게 끌어안고 더 희생적인 사랑으로 감동시켜야 할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또한 길거리에서 굶주리고 버림받고 학대받은 아이들을 향해 따뜻한 손을 내밀 줄 알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어른들보다 앞서 용기있게 분투할 줄 아는 가브로슈의 모습이, 이제 열패의식을 떨쳐버리고 용기를 내어 약자를 대변하며, 어떤 암담한 기득권의 철벽 앞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저항해 경종을 울려야 할 우리들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빅톨 위고.. 그 80년의 모진 성숙의 기간을 통해 끝내 혁명과 톨레랑스를 이룩해낸 나라의 빛나는 지성은 앞으로 5년의 앞날을 걱정하는 2013년 대한민국 진보에 많은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