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성, 우물 안 개구리이고 싶다
류시화, 새와 나무
여기 바람한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 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기형도,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