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탄식의 아름다움으로 수놓인
황혼의 나라였지
내 사랑은
항상 그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가도가도 닿을 수 없는 서녁하늘
그곳에 당신 마음이 있었지
내 영혼의 새를 띄어 보내네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물어오라고
김정수, 물감
물통 속 번져가는 물감처럼
아주 서서히 아주 우아하게
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 버렸다
너의 색으로 변해버린 나는
다시는 무채색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넌 그렇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버렸다
용혜원, 관심
늘 지켜 보며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네가 울면 같이 울고
네가 웃으면 같이 웃고 싶었다
깊게 보는 눈으로
넓게 보는 눈으로
널 바라보고 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모든 것을 잃더라도
다 해주고 싶었다
잘란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춧볼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문재, 봄편지
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
떨어지는 꽃잎과
새로 나온 이파리가
비교적 잘 헤어지고 있다
접이우산 접고
정오를 건너가는데
봄비 그친 세상 속으로
라일락 향기가 한칸 더 밝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찍으려다 말았다
미간이 순해진다
멀리 있던 것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저녁까지 혼자 걸어도
유월의 맨앞까지 혼자걸어도
오른켠이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 오른 켠도 연일 안녕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