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연아선수에게서는 우아함과 강렬함이 적절히 조화된, 마치 물속에서 불타는 얼음을 보는듯한 신비로움이 내게 다가왔다면 올 시즌은 한편의 명화가 말려있다가 자체의 무게에 이끌려 스르륵 펼쳐지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체 프로그램이 그리는 큰선의 이어짐이 기품있게 내 맘에 안겨왔다.
그런데 이 느낌이 낯설지 않다. 바로 지난 올림픽 갈라프로그램인 <타이스의 명상곡>에서 받은 인상과 연결되어 있다. 음악의 질감도 그렇고 끊어질듯 이어지는 바로 그 감동적인 기품을 이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한 것이다.
의상 또한 그때의 반응을 떠올려 보면 낯섬과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던 팬심이 맞물려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했지만 난 너무나도 우아하고 갈라곡에 딱맞는 초이스였다고 단박에 느꼈더랬다. 이번 의상에 대한 인상 또한 마찬가지다. 독보적인 기품과 우아함의 그 뉘앙스를 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단맛이나 이미 길들여진 것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팬이라면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사람"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연아선수는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