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번 Ph.D 즉 박사가 되는 과정에 대해서 원을 가지고 비유를 한 아주 간단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주는 글을 하나 보았었습니다.
http://matt.might.net/articles/phd-school-in-pictures/
한글 번역본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블로그가 사라져서 영어 원문 링크를 올립니다.
이 글을 보면서 위 글의 비유를 좀더 확장하여 과학이란 학문에 대한 생각을 써 볼까 합니다.
(위 링크는 안 읽으셔도 되지만, 저에게 과학자로서 늘 가슴이 벅차오르는 글이지요. 꼭 한번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록 영어지만...)
1. 먼저 인류의 과학에 대한 지식을 커다란 원으로 생각해 봅니다.
이 원 안에는 물리, 화학, 생물학 등 모든 인간의 과학에 대한 지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원 밖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자연의 영역이지요.
저 원의 가장 먼 곳에는 ∞라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인류의 마지막 참된 '진리'이겠죠.
과연 인류는 이 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또 그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그 점을 '신'이라 불러도 되겠네요.
2. 인류가 지구 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아마 인류가 가진 호기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류가 가진 호기심 덕분에, 오늘도 과학자들은 이 원의 가장자리를 끊임없이 밀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순수 과학 학문에 종사하는 물리학자, 천문학자, 화학자 등이 원 밖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지요.
한 과학자가 평생을 바쳐도 이 원을 밀어 내는 양은 대체로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조그마한 '밀어냄'이 오늘날의 커다란 인류의 과학에 대한 지식을 일구어 냈지요.
3. 이렇게 과학의 원을 계속 밀어내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원의 가장자리에서 안쪽을 바라보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지적 유희로서의 과학만 존재했다면, 과학은 오늘날 우리 사회만큼의 위상을 가지지는 못 했을 것입니다.
과학이 주는 아주 멋진 선물 중 하나는 인간이 과학을 공부하여 자연을 이해함으로써 보다 삶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많은 공학자와 순수 과학자들은 바로 인간이 이루어 낸 과학의 지식 안에서의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
과학이라는 커다란 원의 안을 형형색색 아름답게 꾸며주는 사람들이 바로 이 분들이지요.
이 분들 덕에 우리는 핸드폰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옆에서 속삭일 수 있고, 따뜻한 방에서 편안히 잘 수 있는 것이죠.
4. 이토록 과학은 놀랍고도 아름다운 인류 지식의 '마당(원)'입니다. 인류가 보다 넓은 마당에서 행복하게 뛰놀 수있다면 먼 훗날에는 보다 멋진 세상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참,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과학자들은 과학이 인류가 이룬 아주 멋진 '마당'이지만, 과학말고도 과학 만큼이나, 어쩌면 더 멋진 많은 '마당'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술, 철학과 같은 학문이 다른 '마당'의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과학은 아름다운 학문의 '마당'이지만, 우리 인류는 지식의 '구(sphere)'를 멋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 과학자들은 원이라는 평면에 머물지 말고 보다 높은 '차원'인 구에서 멋지게 놀아봅시다. 철학도 공부하고, 예술도 만끽한다면 보다 완성된 지성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p.s. 글을 쓰다 보니 뭔가 가르치는 듯한 말투가 되어 버렸네요. 저는 대학교 학생일 뿐입니다. 제가 느낀 것을 자유롭게 적다 보니 이렇게 되 버렸네요.
일개 학생의 생각이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