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정채봉, 그때 처음 알았다
참숯처럼 검은
너의 눈동자가 거기 있었다
눈을 뜨고도 감은 것이나 다름 없었던
그믐밤길에
나에게 다가오는 별이 있었다
내 품안에 쓰러지는 별이 있었다
지상에도
별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차윤정, 이별
흔들린다
쏟아지는 금물결에도
살랑거리는 바람결에도
자꾸 눈물이 난다
흔들린다
마주 앉아 웃는 순간에도
바쁘게 생활하는 순간에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난다
잊으려 했었다
잡히지 않는 무게
벗어나고 싶었다
흔들린다
잊혀진다는 것에
잊어야 한다는 것에
자꾸 눈물이 난다
잊어야 한다
흔들리지만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황경신, 너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먼 세월 흘러
너를 우연히 다시 만나니
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너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러니 우리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못하겠구나
사랑을 하여도 금세 이별이겠구나
수천 번의 봄이 되풀이 되고
수억의 꽃봉오리 되고 저도
내가 있는 풍경 속에서 너는 늘 그렇게
슬플거구나
김초혜, 그리움
천둥소리 내 안에서
머뭇거리는 것을 보니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다보면
그대
이마를 적시는
비가 되어
내릴 수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