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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롤 이야기
게시물ID : lol_4127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50
조회수 : 5040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3/12/08 20:15:42
 
나는 남들보다 롤을 조금 늦게 시작했다. 가끔 pc방에 가면 열에 아홉은 롤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무생각 없이 롤을 시작했지만
카오스도 해본적이 없던 나에게 롤은 너무 어려운 게임이었다. 게임은 하면서 익히는 거지 라는 마음에 과감하게 튜토리얼조차 생략했고
초급 ai에게 영혼까지 탈곡당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패배감에 마음을 다잡고 튜토리얼을 진행한 후 초급 ai와의 혈전을 벌이면서
조금씩 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면 우스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기계따위에 굴복하지 앟겠다는 나의 마음은 흡사 존 코너를 방불케
했다. 그렇게 ai를 이길수 있게 되었을때쯤 일반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고 처음 해본 일반전은 나에게 또다른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롤 용어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사람들이 무슨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던 나에게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부모님을 비롯한 일가친척의 안부를 물었고 이곳이 지옥이구나 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제발 cs좀 먹으라는
서포터의 말에 상점을 아무리 뒤져도 cs라는 아이템이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그렇게 서포터는 소환사의 협곡을 떠나갔다.
리쉬를 러쉬로 잘못보고 달리라는 얘기인줄 알고 적 정글로 뛰어들어가 적에게 도륙당한후 같은 팀원들에게 수많은 지탄을 듣기도 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인터넷과 게시판을 뒤져가며 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조금씩 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론이 는다고 손가락의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주로가는 포지션은 원딜이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방을
이기고 싶지만 혼자 미드나 탑에 가서 상대를 이길 자신이 없기에 서포터의 도움을 받아 그나마 상대를 잡기 수월한  원딜을
선택한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조금씩 능숙해 지기 시작했다. 앞점멸 앞구르기 무리한 다이브에 모두 능숙해진 훌륭한 벌레
성장한 것이었다. 딸피만 보면 눈이 뒤집혀 달려들었고 물론 운영따위는 없었다. 운영은 자영업자들이나 하는게 운영이지 게임은
그런게 필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패배에 익숙해질 무렵 나에게 구원자가 등장했다. 친한 동생 하나를 롤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 동생 역시 롤은 처음이었지만 카오스를 해봤었고 원체 게임을 잘 하던 아이라 금새 롤에 적응하게 되었다. 나의 압박으로 서폿을
선택한 그 동생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고 내가 아무리 삽질을 해도 항상 웃으며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 동생 덕에 나의 실력도
짚신벌레나 유글레라 같은 수준에서 쥐며느리 같은 접지동물 수준으로 조금 나아지게 되었고 조금씩 이기는 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젯밤이었다. 간만에 술을 한잔 걸치고 게임방으로 향한 우리는 자연스럽게 롤을 시작했다. 왠일인지 그날따라 게임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술기운 탓인지 내안의 벌레본능이 몸부림 치는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이었다. 자식새끼 한입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내가 미니언을 먹기 편하게 한대씩 톡톡 쳐주던 후배가 그만 미니언을 한마리 섭취하게 된 것이었다. 맵은 개뿔 볼줄도 모르면서
그런건 기가막히게 잘 보는 나는 후배에게 그걸 니가 왜 먹냐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다 킬까지 먹겠다며 난리를 피우는 나를
 후배는 진정시키려 했지만 나는 사춘기 청소년처럼 토라친재 귀환을 타고 말았다.그렇게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어느덧 게임은 중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고 우리팀 정글러의 갱으로 상대방의 피가 상당히 많이 빠지게 된 적 원딜을 보고 나는 또 미치광이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미 모든 정황을 살펴보고 무리라고 판단한 후배는 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빨핀데.. 라며 날 만류했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덨 나는
이런 젠장맞을 놈 가만히 앉았으면 아이템은 뭘로 뽑아 라며 달려들었다. 구슬픈 백핑소리만 울려퍼졌고 그렇게 김첨지가 빙의한 채 무리한 다이브를 하던 나는 당연히 역관광을 당해 킬을 내주고 말았다. 왜 안따라오냐며 후배를 탓했지만 후배는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다. 롤만 하면 기름종이가 되는
나의 멘탈은 이미 그때부터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게임은 종반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고 운영을 할줄 몰라 중반만 넘어가면 길잃은 미아처럼 맵을 헤매는것 외엔 마땅히 하는게 없던 나는 그떄도
홀로 맵을 헤매기 시작했다. 미드에서 싸움이 일어났고 나는 남은 적들이라도 줏어먹을 요량으로 미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도착
했을 때 이미 교전은 끝났고 우리가 진 상황이었다. 남은 적들이 날 때리기 시작했고 눈이 캄캄해 지기 시작했다. 그때 죽기 일보직전이 된 내게
구원의 빛이 등장했다. 어디선가 파도가 밀려들었고 점멸로 벽을 넘어온 후배가 몸빵을 하기 시작했다. 적들도 피가 없는 상태라 싸우기만 하면
이길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만 도망가고 말았다. 그렇게 후배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그런 후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마음이 아팠지만
이미 나는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제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 무렵 내 머리 위로 직스의 궁이 날아들었다. 1초도 안되는 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죽을때나 느낀다는 주마등을 게임에서 느끼게 될줄은 몰랐다.
나는 왜 후배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했는가. 왜 나는 이렇게 바보같은가 하는 생각들이 떠오를때 내 눈에 점멸 쿨이 돌아온 것이 보였다.
살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고 나를 위해 희생해준 후배를 위해 이번에 집에가면 꼭 와드와 핑와를 사가지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다급해진 내 몸은 f키 대신 스페이스 바를 연타했다.
 
 난 내가 죽는 모습을 화면 중앙에서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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