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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이야기 (完) 신기원요
게시물ID : humorbest_6891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uspel
추천 : 43
조회수 : 6648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03 20:17:1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01 18:37:51




저의 원한을 풀어주시옵소서!

 

 

~천장에서 토막시체가 내려옵니다~

 

 신기원요(伸妓寃妖)는 들보 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원귀의 일종이다. 낮에는 등장하지 않으며, 밤에 사람이 집 안에 있을 경우 제 모습을 드러낸다.

 

 등장할 때는 집 안에 있는 촛불과 등불따위를 음풍(陰風)로 꺼트리고 원귀 특유의 한기(寒氣)를 내뿜은 뒤, 들보 위에서 널빤지가 뜯어지는 소리가 나고 사람 팔뚝과 다리, 머리, 가슴, 배가 차례차례로 떨어진다.1 이들 각 신체부위는 살아 움직이며,2 서로를 향해 움직인 뒤 각 부위가 서로 맞닿으면 바느질하듯이 제 자리를 찾아가며 붙는다.3 보통 머리와 몸통부위가 먼저 붙는 듯하며, 사지가 그 다음 연결되는 듯 하다. 이렇게 모두 연결되면 온전한 여성의 모습을 한 시체 한 구가 완성되는데, 시체와 같던 푸르뎅뎅한 혈색이 어느정도는 돌아와 백옥 같이 흰 피부가 된다. 이른바 설부(雪膚, 눈처럼 흰 피부, 즉 '미인의 살결')다.4

 

 요란하고 괴상한 신고식을 한 시체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멀쩡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헌데 그 모습이 옷도 없이 얇은 천을 두른 아리따운 여성이라는 것.5 문제는 그걸 본 유일한 사람이 여색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거지. 그건 문제가 안되는데?

 

 

~억울함을 풀어주시옵소서 나으리!~

 

 기록에 따르면 이 귀신의 모습을 목격한 조광원은 중국으로 가는 사신이었는데, 어느 고을에 머무르려하자 고을 사람들이 객사에서 귀신이 나와 머무르는 사람을 모두 죽인다고 말렸다고 한다. 조광원은 당연히 객사에서 머물렀고, 그날 밤 신기원요가 등장했다.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여인이 방안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구슬피 울자, 조광원은 그 즉시 소리를 내질렀다고 한다. 그러자 귀신이 놀라 그자리에 멈췄다고. 남자가 잘못했네.

 

 사람들을 죽인 이유를 캐묻자, 자기는 죽일 생각이 없었으나 자신의 모습을 본 관리들이 말도 걸어보기전에 급사했을 뿐이라고 대답했으며, 자신은 이 고을의 기생이었는데, 어느날 아전이 겁탈하려고 하자 죽을 힘을 다해 저항했고, 아전은 위협을 가하고 옷을 벗겨 입을 막은 뒤 자신을 안고 후원으로 가서 큰 바위 밑에 밀어넣고 눌러 몸이 으깨지는 고통을 받았으니, 억울함을 풀어달라 애원했다.

 

 다음날 조광원은 멀쩡하게 살아나와 범인인 아전을 매로 때려 죽이고 바위 밑에서 기생의 시체를 엄습하여 장사를 치뤄주었다고 한다.

 

 

~원귀가 된 처녀 이야기~

 

 처녀귀신이 등장하여 억울함을 호소하고 원님이나 관리가 그 원을 해결해준다는 서사구조를 가진 이야기를 '아랑(형) 전설'이라 부르는데, 보통 배경은 밀양의 영남루이다.6 이 이야기는 바리에이션도 많고 실린 고서도 많다. 그 중 배경이 밀양의 영남루인 19세기 야담집(野談集)은 ≪청구야담≫,≪고금소총≫, ≪동야휘집≫, ≪금계필담≫정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문학계에서 아랑전설을 연구해서 낸 학위논문만 30편이 넘는다고 한다.

 

 그럼, 아랑전설의 귀신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산발이 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요즘 친숙한 처녀귀신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허나 아랑 전설에는 처자가 소복을 입었다는 기록이 없다. 의복 상태를 기술하고 있지 않은 것이 대다수며, 그나마 기술되어 있는 소수의 전설에서는 붉은 치마와 파란 저고리를 입었다거나 심지어는 알몸(!)이라고 기술되어있다. 또한, 다소곳(?)하게 나타나 입에서 피를 흘리는 영상매체에서의 모습과 달리 기록상의 처녀귀신은 좀더 비참한 몰골로 나타난다. 온몸에 피칠갑을 하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머리, 가슴, 목 등에 칼을 꽂고 나오는 것이 보통이며, 경우에 따라서 커다란 돌덩이와 함께 나오는 것도 있다.7 이렇게 등장하시는데 어찌 벌벌 떨지 않고 배긴단 말인가?

 

 신기원요(伸妓寃妖)는 ≪고금소총≫에 나오는 이야기이며, 풀이하자면 원귀가 된 기생이라는 뜻이 된다. 비록 배경은 밀양이 아니지만 서사구조가 흡사하며, 인물또한 별반 차이가 없기에 아랑형 전설에 포함시키기에 충분하다. 신귀원요는 신기원요의 잘못으로 보인다.

 

 


이걸로 이 블로그에 있는 글은 다 퍼왔군요.
분명 한국 요괴는 아직도 더 많고, 이 분도 꾸준히 요괴목록을 늘리고 있지만, 더 이상 퍼올 글이 없는 것 같으므로.
한국 요괴 이야기는 여기서 끝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요괴 이야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이 정도면 훌륭한 호러다.
  2. 이미 평범한 호러의 범주를 넘어섰다.
  3. 특촬물 아니다, 호러물이다.
  4. 보통 사람이 이 모습이 너무나도 공포스러워 죽게 된다고 한다. 그 다음이 진짜배기인데(?)
  5. 애초 토막토막난 몸뚱이가 옷을 차려입고 나온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하다.
  6. 현재 영남루에 가면, 아랑 전설의 주인공을 기리는 아랑각이 있다.
  7. 이는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암시, 혹은 복선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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