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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과 집단
게시물ID : phil_76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얍테
추천 : 2
조회수 : 38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2/09 11:20:27
  왜 다들 똑같아지려고 하는지, 어디에 소속감을 느끼려 하는지, 남들 의견에 반대하고 싶지 않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결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웹서핑을 하다보니 학과잠바(이하 과잠)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 과잠을 보니, 내 대학 1학년 시절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한창 대학생이 되어서, 다들 들떠있을 시기. 뭐 그렇게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매일매일 술먹고, 시도때도 없는 MT에 별의 별 모임들... 그래도 사람들 만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나로써는, 뭐 그렇게 짜증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가고싶을 때 조금 가는 정도. 뭐 그래도 왜 자주 학교 행사에 자주 나오지 않느냐는 말은 가볍게 들었으나, 그냥 조금 일이 있어서요 라고 넘어가고는 했다. 학과 행사라는게 꼭 나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다가 시기는 2학기. 모두들 '과잠'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더니, 7만원 정도에 과잠을 맞춘다고 모두 사는게 좋다고 말이 나왔다. 애초에 과잠같은건 관심도 없었고, 대학생이 뭐가 그렇게 자랑이라고 자기 대학 이름 떡 하니 박혀있는, 역겨워 보이기까지 하는 과잠을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구매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너는 학과 행사도 잘 안나오면서 과잠도 안사냐고 말을 하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한테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구매하냐고 물어보자 그럼 사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탓에, 그냥 그 자리에서 나와버렸다. 그러고서는 몇주 뒤쯤. 나를 제외한 학과 사람들 전부가 과잠을 구매한 것이었다! 나는 기껏해야 절반정도만 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절반이나 사다니 충격이 적잖지 않게 왔다.
 
  언제 한번은 학교 친구에게 과잠 왜 사는거냐고 물은 적이 있다. 친구는 "뭐 그냥 다들 사니까." 식으로 구매했다고 한다. 참, 인간이 왜이렇게 단합을 좋아하는지, 남들과 똑같아 지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자기가 자기 돈 주고 산 것이니 탓은 할 수 없어 알았다고만 하고 넘어갔다.
 
  대학생이 뭐가 자랑이라고, 그런 것 까지 사나 싶었지만, 요즘들어 그건 '소속감'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아닌가 생각한다. 집단에서 자신만이 이레귤러가 될 수 없으니까, 과잠이라는 상징적인 통합물을 통해 자신이 이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욕구, 뭐 그런 것일테다. 애초에 사람이라는 동물은 참말로 '소속' 이라는 것에 애착, 아니 도착수준까지 있는 것 같다. 당연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역사란 약속과 소속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고, 그렇게 만년 이상 살아왔으니 그런 습성이 어딜 가겠는가. 인간 하나는 나약하지만, 서로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에 소속되면서, 약속을 통해 이루어진 국가라는 체계를 만들고,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먹이사슬 정점에 오르지 않았는가.  '소속' 혹은 '집단' 이라는 것은 자연에서 가장 효율적인 살아남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무리지어 사는 초식동물들은, 따로따로 살면 곧 멸종하겠지만 집단을 이루며 살기 때문에 융성하게 번식하지 않는가.
 
  그래도 우리는 인간이다. '집단'이나 '소속'에 관한 그런 도착과도 같은 집착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 실지로 '집단'이나 '소속'에 대한 과도한 맹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았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있다. 소속감이라는 녀석은, 전체를 위해서는 하나는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낳았고, 그런 괴물은 '자신들의 집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명을 해쳤는가. 전체를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 그것은 결코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전체가 먼저가 된 괴물일 뿐이다. 전체를 위해 소수가 희생당하는 것은 당연하고, 전체를 위해 다른 집단을 해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다. 나치나 일제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7, 80년대 노동환경만 생각 해 봐도 그렇지 않는가. 전태일 열사는 개개인의 권리를 외쳤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화살은 '다 잘살자고 하는건데 좀 희생 할 수도 있지.' 라는 비수를 꽂는 말들이었다.
 
  지금이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직도 몇몇 수수꼴통들은 노동자의 권리 다 챙겨주면 맨날 파업할텐데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나? 같은 정신나간 발언까지 하는 실정이다.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전체주의, 전체를 위하여라는 그 무시무시한 생각은, 지금도 마치 매우 좋은 생각이라는 것 처럼 이야기 되고는 하는데, 요즘은 또 국민대통합이라면서 통합통합 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통합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생각인가! 사람은 당연히 모두 생각이 달라야 하고, 그만큼의 의견이 있어야한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토론과 토론을 통해 합리적이고 인간적으로 선택되어야 하며, 또 그런 의견은 또다른 의견과 토론을 통해 절충되고 고쳐져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존경하는 세종대왕도 즉위 이후 한 말이 '의논하자'였다.
 
  제발 사람들의 의견을 통합하자는 소리좀 그만하자. 왜 이렇게 무시무시한 생각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지, 왜 그게 좋은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제발 각자가 다 다른 철학과 생각을 가져라. 급격히 우경화 되는 이 사회에서, 또 다시 '전체주의'라는 괴물을 낳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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