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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던 오후 한 때. (안무서움 주의 ;;)
게시물ID : panic_689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시깽이
추천 : 3
조회수 : 14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15 16:41:58
2년 쯤 전, 여름의 일.
 
우리집은 단독주택이다.
매우 무더운 여름, 오전 10-11시 정도 무렵이었다.
나는 2층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2층 소파에 앉아 있으면 바깥 골목길이 잘 내려다 보이는데,
그래서 어떤 검은옷을 입은 사람이 서둘러 달려가는것을 보았다.
그런데 언뜻 우리집 쪽으로 오는 것 같아 고개를 빼고 보고 있자니
정말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우리집에는 대문이 있을 자리에 울타리가 오픈형으로 되어있어 들어오려면 마당까지는 아무나 들어올수 있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지체없이 서둘러 들어오는 것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무슨 용무로...??
일단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갔다.
현관 옆에 한뼘 너비, 세뼘 높이 정도의 투명한 창이 있다.
그 사람이 벌써 현관 앞, 그 작은 창 가까이 서있었기 때문에
창을 통해서 그 사람을 살짝 살필수 있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날이었는데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는 턱에 걸치고, 검은 긴팔티 위에 검은 티셔츠,  검은 바지, 운동화도 검은색이었는지 모르겠다.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고 땀을 흘리며, 옷은 텁수룩해 보였다.
더운 여름에 긴팔티에 마스크에 모자까지 확인하자, 나는 그만 얼어붙었다.
확인하지 못한 한 쪽 손에 큰 칼이라도 쥐고 있을것만 같았다.
작은 창으로 내 몸이 보이지 않게 현관문에 몸을 붙이는 것과 동시에
"쾅쾅쾅쾅쾅!!"
그 사람이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것이었다. 마치 잔말말고 얼른 열라는듯이, 아니면 부수어 버리겠다는듯이.
나는 내가 망치로 몸을 그렇게 맞은듯이 다리에 힘이 풀려 스르르 쭈구리고 앉아버렸다.
이 집에 입주 할 때 보안경비업체에서 비상시에 눌러 호출하는 목걸이형 버튼을 주었었다.
그게 현관 바로 옆 신발장에 있으므로 나는 조용히 신발장 문을 열고
목걸이를 꺼내어 버튼을 지긋이 여러번 눌렀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얇은 현관문 하나 뿐이라는게 너무 두려웠고
디지털 도어락이 그렇게 약해빠지게 느껴진적이 처음이었다.
아마 죽을거야. 오늘 죽는구나.. 하고 멍해 있을 뿐이었다.
상상으로는 우리집에 도둑이 들어온다면, 어디어디 창문으로 도망칠수 있을거야.
좀비가 나타나면 어디어디를 막으면 당분간은 버틸거야.. 등등 마음껏 나래를 펼칠수 있었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몸에 힘이 빠져 제대로 서있는것조차 힘들었다.
그 사이에 그 사람은 문을 몇번 더 세게 "쾅쾅쾅!" 두드려보더니..
"에이~씨!!" 하고 돌아서 가버렸다.
나는 다시 골목이 잘 보이는 2층 창문으로 조용히, 빠르게 올라가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눈으로 좇았다.
우리집이 있는 블럭을 끼고 다른 골목으로 들아가는 것까지 보고,
이어서 볼수 있는 다른 창문으로 가서 끝까지 지켜보았다.
일단 마음이 안정됐는지 초집중 상태로 그 사람의 외모나 키, 걸음걸이 등을 눈여겨 보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 바로 뒷집으로 또 쑥 뛰어 들어가는게 아닌가!
다음 타겟은 저 집인가? 하고 놀란 마음으로 지켜보는데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큰소리로 이렇게 소리 질렀다.
" 저 집에 아무도 없나봐요!"
그러자, 가려서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그럼 저쪽으로는 약 살살 치면 돼!"
그리고는 뒷집 정원에 벌레 잡는 약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온 집을 돌아다니며 창을 꼭꼭 닫았다.
그리고 열심히 조경업 하시는 아저씨를 유영ㅊ 같은 살인마로 오해한것이 내심 죄송했다.
다만 좀 더 부드럽게 노크하셨다면 무슨 일이신지 여쭤볼 심적 여유가 생겼을것이 아쉬웠을 따름.
곧이어 경비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괜찮으십니까?"
"네...하하...누가 들어오려는 줄 알고 무서워서 눌렀는데 아니네요.. 하하..;;"
 
몇년 전, 기습적인 공포와 맞닥뜨렸을때 내 자신이 얼마나 무력하고 작아질수 있는지 경험한 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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