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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압) 굿당, 도깨비불 그리고 나
게시물ID : panic_615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늘내일12
추천 : 19
조회수 : 216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12/10 00:18:24

난 백수라서 직업이 없으므로 음슴체....

내가 살면서 딱 두번 대장의 융털까지 곤두설 만한 경험을 했음.

지금 생각해도 아랫배가 묵직해 지는게.... 아마 융털이 곤두섰나봄.


첫번째 ssul...

당시 난 중2였음.

내가 살던 곳은... 혹시 오유인 여러분 굿당이라고 들어봄? 간단히 말하면 무당들이 모여 사는 곳임.

난 무당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개천 하나 사이에 둔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음.

안 그래도 산 밑이라 낮에도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데, 밤마다 꽹과리 치면서 굿하는 소리가 들려서

꽹과리의 날카로운 소리와 그 음산한 굿당 고유의 기운이 진짜 사람을 섬찟하게 만드는 동네였음.



중2때 살이 급 2달만에 10kg가 쪘음. 진짜 미친듯이 먹어대서... 비빔면은 4개, 그냥 국물라면은 3개씩 간식으로 먹었음.

그래서 엄마가 집에서 날 백돼지라 부르며 경멸의 눈빛을 보냈음. 항상 나를 보며 뭔가 벼르고 있다는 눈빛을 외면하며 난 쳐묵쳐묵 했는데

난 이를 외면하며 꿋꿋이 처먹음. 하지만 내 예상대로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엄마가 칼을 빼드셨음.

엄마 : 백돼지야 방학도 했으니까 넌 이제 새벽 5시마다 나랑 운동간다

나 : ?????

엄마 : 싫어? 그럼 너 마이클 조던 카드 태운다.

나 : ???????!!!!!!!!!!!!!!!!!!!!!!!!!!!!!!! 

그 당시 NBA 카드가 대열풍 이었음.(연령대가 뽀록나는....) Upper deck, topps, Finest등... 알만한 사람은 알 텐 데...

어쨌든... 내가 제일 아끼던 Finest 카드를 볼모로 잡고 협박하시는데 안 따라 갈 수가 없었음.





다음날 아침, 엄마가 정말 새벽 5시에 깨우심. 난 투덜투덜 대면서 엄마를 따라나감.

여름철 오전 5시면 막 어둠이 걷히는 그런 시간대임... 가로등 불은 다 꺼졌지만 아직 조금은 어두컴컴한..

엄마를 따라 개천을 건너 갈림길에 다다랐음. 오른쪽은 그 굿당. 왼쪽은 교회와 초등학교 및 상가쪽으로 가는 상황이었음


엄마 : 어디로 갈래?

나 : 엄마.. 굿당쪽은 가기 싫고... 그냥 초등학교 가서 운동장이나 좀 돌고 집에 가자 (굿당 너머는 산이었음. 난 정말 산을 싫어했음)

엄마 : (귀신같이 알아채며) 헛소리 ㄴㄴ 굿당 너머 산 ㄱㄱ


그렇게 굿당을 향해 세발짝 정도 간 다음, 엄마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심


엄마 : (잠시 뜸들이시며) 근데 이리 가도 될래나 모르겠다.

나 : 왜?

엄마 : 굿당 쪽은 음기가 너무 강해서 남자한테는 별로 안 좋으니까...


난 사실 속으로 좀 놀랬음. 왜냐면 울 엄마는 점집 가서도 뭐 그런말을 나도 하겠네! 이러시면서 산통 다 깨시고 점쟁이 한테 한 소리 듣는... 

그런 사람인데 그런 엄마 입에서 음기가 세다니.. 이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음.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돌아섰어야 했음.

근데 청개구리 심보인지 아니면 허세인지... 어쨌든 난 오기 비슷한게 생겨서 굿당 쪽으로 가자고 우겼고 결국 우리 모자는 굿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음.


몇 걸음을 더 간 후, 아스팔트 길이 흙으로 변하는 경계선을 넘는 찰나 갑자기 등 뒤에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음.

나는 나만 섬뜩한 느낌을 느꼈나 해서 엄마를 돌아봤는데, 엄마도 흙빛으로 변한 얼굴로 날 돌아보셨음.

우리 모자는 눈빛으로 무언가 이상하다, 이 길은 아닌가 보다 하는 말을 하면서 돌아서려는 찰나, 정말 그 옛날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무겁게 대지를 스치는 스산한 바람이 불었고, 안개가 쉬익~하면서 꼈음. 그 순간 난 정말 발목이 늪에 깊숙히 빠진 듯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갈 수 없었고, 발버둥 치는 내 눈 앞으로 휴대용 버너 불 색깔 같은 파란색이 지나갔음. 그 불을 보며 난 책에서 도깨비불은 파란색이랬지

하는 생각을 했고, 내 두 다리가 마리오네트 인형의 끈을 자르면 인형이 털썩 주저앉듯 그렇게 풀려가는 느낌을 받으면서 정신이 아득해져갔음.


아득해진 정신 저 멀리 외할아버지가 보였음. 외할아버지는 4남1녀중 막내딸이었던 우리 엄마의 장남인 나를 끔찍히도 귀여워 하셨음.

내 기억엔 80년대 중후반 내가 어릴때 항상 외할아버지 공장 월급날 직원들 월급 주시고 나 주려고 바나나를 사오셨음. 크고 나서 그때 바나나는

정말 귀하고 비싼 음식이었음을 알게 됐음. 그렇게 날 귀여워 하시던 외할아버지가 초등학교 4학년 되기 직전 돌아가셨음. 그때 정말 말 할 수 없이 

슬펐는데, 그런 외할아버지가 보이니까 너무 반가운 마음에 막 뛰어가려고 했음. 


근데 이상하게도 내가 뛰기만 하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또 일어나서 뛰면 또 걸려 넘어졌음. 그리고 이상하게도 외할아버지는 나보고 오지마라는 손짓을 계속하셨음. 그래도 난 개의치 않고 넘어지고 일어

나길 반복하면서 외할아버지에게 달려갔는데, 너무나 섭섭하게도 외할아버지는 내 뺨을 양손으로 가차없이 때리셨음. 처음에는 맞아도 아무 느낌이

안 들다가 슬슬 좀 아파와서 소리를 꽥 하고 질렀는데, 그 순간 눈이 딱 떠지면서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음. 어머니는 우시면서 내 뺨을 때리고 계셨음


나 : 엄마...

엄마 : XX야 정신이 들어?? 정신이 드냐고!!!!

나 : 응... 근데 무슨일이야? 

엄마 : 기억 하나도 안나?

나 : 그냥 초록색 불이 휙 눈앞으로 지나가더니 다리에 힘 빠진 이후에는 기억이 잘 안나...


엄마한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내가 갑자기 주저앉은 후 미친듯이 굿당쪽으로 기어갔다는 거임. 그러더니 드러눕어서 허공에 대고 손발을 덜덜덜 

떨었다는 거임. 어쩐지 내 체육복 바지는 구멍이 나 있었고 온몸은 흙투성이 였음...


아...내가 섬뜩해서... 더이상 썰 못 풀겠음.....원래는 훈련소 경계근무 섰을때 썰을 풀려고 했는데... 좀 진정해야겠음...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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