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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가져다 준 그늘.
게시물ID : science_281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두부홍래
추천 : 2
조회수 : 84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10 15:13:01
예전에 친구들과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뭔가 오유에도 올리고 싶어서 이렇게 올립니다. 부디 잘 읽어주시길 바랄게요^^

<청계천의 야경, 조명이 없었다면 아마도 어두컴컴하고 무서웠겠죠?>

여름이 끝난지 얼마 안 된거 같은데 벌써 쌀쌀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건강 관리는 잘 하고 있으신지요. 저는 밤에 종종 한강에 나가 조깅을 하곤 하는데요. 한강을 뛰다 강건너의 여의도나 한강 다리의 예쁜 모습에 나름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제가 밤에 한강을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조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불꺼진 한강변이라면 별로 아름답지 않고 무서울 것 같네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전까지 인간에게 밤에 허락된 불은 서재의 등잔이나 아궁이의 불 정도로 우리가 밤에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되었을 것입니다. 조명이 있었기에 우리는 밤에 활동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조명은 우리에게 밤의 생활(?)을 허락한 좋은 물건이기만 할까요? 이번주 삼다수 주제 '조명과 우리 몸'입니다.

<사람 몸도 24시간에 맞춰서 조금씩 변화합니다. 9시가 되면 잠이 오게 하는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하네요>

바이오리듬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어린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예전에는 바이오리듬이 한창 유행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 몸의 체력, 지력 뭐 이런 게 주기를 갖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건데요. 사실 바이오리듬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어떤 증거가 있는지는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관련 논문도 딱히 못 봤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몸에 바이오 리듬 같은 주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의 많은 생명체는 'Circadian Rhythm'(일주기리듬) 라는 생체시계를 갖습니다. 그리고 그 일주기는 지구의 자전 시간과 같은 24시간 정도로 한 주기가 만들어집니다.


사람의 몸은 이 Circadian rhythm을 따라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는데요. 알려져 있기로는 유전자의 1/3 정도가 일주기를 따라 움직인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일주기가 빛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눈으로 빛을 인지합니다. 빛을 인지하게 되면 시신경에 연결된 SCN(SupraChiasmatic Nucleus)이 반응하여 몸의 각 부위로 신호를 전달해 줍니다. SCN이 몸의 생체 시계를 관장하는 종합 본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지요. 또한 몸의 각부분은 나름의 Circadian rhythm을 갖고 있습니다. 유전자의 발현이 자율적으로 조절되면서 세포 내부에서 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이 것을 Peripheral circadian rhythm(주변부 일주기라고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멀리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겪는 시차 적응(Jet lag)은 SCN이 받아 들이는 신호와 SCN이 아닌 다른 부위(peripheral circadian)에 있는 생체 시계 사이의 충돌때문입니다. 눈으로는 빛을 받아들이면서 "낮이야~일어나 낮이야" 하고 있는데 몸의 다른 부분은 "아직 밤인데 왜 자꾸 깨워" 하면서 제대로 활동을 못하는 것이지요.

<영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야간근로로 인해 유방암 발병율이 36%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조명은 몸이 스스로를 청소하고 재생해야 할 밤에 인위적인 빛을 우리에게 선물해 줍니다. 눈으로는 낮이라고 받아들이지만 몸은 그것에 반응할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충돌을 일으킵니다. 사람의 많은 부분이 circadian rhythm을 따르고 말씀드렸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면역반응입니다. 면역 반응은 대개 저녁에 활발하게 됩니다. 몸이 쉬는 동안(or 잠자는 동안) 몸의 쌓여있는 불필요한 이물질들을 제거하고 병균류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처가 난 부위는 치료가 되야합니다. 그런데 SCN에서는 이제 낮이야 면역반응은 이제 그만 이라는 신호를 보내니 몸이 제대로 청소가 안되는 것이지요. 이런 것들이 자꾸 쌓이다 보면 몸의 상처는 제대로 치료되지 못하고 염증으로 염증은 암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면역반응을 들었지만 지방 대사라든가 혈압이라든가 모두 이런 일주기의 영향을 받고 일주기가 교란되었을 때 질병이 발생한다는 논문은 상당히 많이 나온 상황입니다. 성인병이라고 하는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이 전구 발명 이후에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물론 식습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밤새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야간 근로자들이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에 비해 우울증, 수면불안, 간암, 고혈압, 고지혈증 등 다양한 병에 더 취약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야간 여성 근로자의 유방암 발병이 36%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심야노동은 그 자체로 발암물질" 이라고 발표하였고 납 등의 중금속과 마찬가지인 발암물질 2A등급을 부여했습니다.

<밤 늦게까지도 밝게 빛나는 빌딩의 조명. 야간근로는 몸의 생체시계를 망가뜨려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습니다>

조명은 우리 삶에 엄청난 편의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밤 늦게까지 안전하게 데이트할 수 있는 것도, 오락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조명이 가져다 준 혜택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늦게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야근을 해야했고 밤에 배고픔을 잊기 위해 야식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조명이 생겨나기 전에 없던 '성인병' 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되었죠. 21세기에 조명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는 있을 겁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만 찾지 마시고 그래도 좀 더 자연적인 생활 방식을 가지시는 것은 어떠실지요. 오늘 삼다수 6회 '조명과 우리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천 한번 주시면 더 열심히 글 쓰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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