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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690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490A-7
추천 : 10
조회수 : 259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6/19 14:25:44


지하철 이야기    (사실+허구 조금 첨가한 이야기)


K는 그날 아침도 어김없이 출근을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구름 한점 없는 좋은 날씨다. 이런 날 출근 하는게 너무 싫었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갈아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여느때처럼 지하철 마지막 칸이 오는 플랫폼으로 갔다. 아침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노래나 들으려 이어폰을 꺼내려는 순간 한 여자가 K의 눈에 들어왔다. 초라한 행색에 불안한 듯 주위를 살폈고, 제자리 뛰기를 하며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 하는게 아닌가.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관심을 끊고 노래나 들으려고 했다. 그녀의 제자리 뛰기는 계속됐다. 앞으로 뛰면서 플랫폼 끝까지 갔다가 다시 뒤로 오는걸 반복했다.



"띠리리리 ! OO행 열자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신호음이 울리자 그녀의 제자리 뜀은 더욱 심해졌다. 표정은 더욱 어둡고 안좋게 변했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가... 열차가 더욱 근접했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가 뛰어들려는 자세를 잡는게 아닌가! 



K는 너무 놀라 움직일 수 없었고, 그녀는 결국 달려오는 열차를 향해 몸을 던졌다...

"끼이이이익...!!!!"  열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K 앞을 지나친 후 급정거 했다. 일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몇몇은 사고현장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급정거 때문에 레일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K는 도망치듯 지하철을 빠져나왔다. 너무 놀라 거기 계속 있을 수 없었다. 사고 현장을 보고 싶지도 않았고 갑작스런 충격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결국 그녀는 사망했고 비극적 지하철 자살사고로 판명되었다. K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집 앞 지하철을 피해 한 정거장을 걸어서 다니곤 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고현장을 가기가 꺼려졌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충격적인 사건이 서서히 잊혀질때쯤이었다. K는 회사 보고자료 준비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기로 했다. 이제 예전의 충격을 극복했다고 느낀 K는 집 앞 지하철로 향했다. 아무 생각없이 플랫폼 끝쪽으로 걸어갔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쓸데없는 호기심이 생긴 K는 레일쪽으로 가까이 갔다. 사건현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레일쪽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레일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고개를 들고 열차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열차는 언제 오는거야.."

바로 그때 암흑속에서 하얀 형체가 꾸물거리는게 보였다. K는 눈을 크게 떴다. 

하얀 형체에서 또렷이 보이는 웃는 입모양.



너무 놀란 K는 그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 형체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K의 손과 발... K는 서서희 제자리 뛰기를 시작했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K는 오로지 생각만 할 수 있었다. 도와달라 소리칠수도 없이 최악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생각만으로 미칠듯이 비명을 질렀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몸은 계속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띠리리리~~   OO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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