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건가?"
"가야지요."
켄틀롯에서 포니빌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도와줄것있나?"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이사짐센터 직원들이 다 해줄거라서말이죠."
"그런가..."
짐들도 많지는 않았다. 간단한 생필품과 잡다한 물건들 그리고 대량의 책들...
"그럼 난 들어가보겠네. 새벽에 꿈을 지킬려면 지금 자두는게 좋겠어."
떠나는 나를 뒤로한채 자신의 침실로 성큼성큼 걸어가시는 루나공주님. 과연 쿨하신분이야.
"공주님."
"왜 그런가?"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그가 떠났다. 천년동안의 추억과 그리움 때문일까. 그녀는 눈을 감고 옛 자신이 달로 추방될때를 떠올렸다.
한없이 공허롭고 어두웠던 그때로...
"조용하군."
그녀가 달에 처음와서 한 말이다. 달은 조용하고 어두웠다.
추방. 달에 삼켜진 그녀에게 자매가 내린 벌.
"달게 받아야겠지."
한없이 공허롭고 깜깜한 우주 저편에서도 별들은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곳에 와서도 별을 감상한다는것이 놀라웠다.
아마 지금 이퀘스트리아는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으리라.
"내 잘못이다. 분명한 내 잘못이다."
달을 관리하는 공주가 달의 어둠에 먹혀 수많은 포니들에게 공포를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엄청난 자괴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 어두컴컴하다 못해 공허로운 우주 그 사이에서의 천년이다. 즐거울리가 없다.
루나는 달 바닥을 쳐다보았다. 먼지로만 가득한 은색 밑바닥에서 생명의 기운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녀는 귀를 달에 대였다.
들리는 것은 그저 달이 공명하는 소리뿐이였다.
".....기대한건가?"
피곤하였다. 정신도 육체도... 그저 앞으로 있을 천년동안 죽은듯 잠자고 싶었다.
그때였다.
"당...누..."
분명히 들렸다. 목소리가!
분명 다른 포니의 목소리였다!
"누구냐? 거기 누구있는게냐?"
"당신은...누구...신가요..."
"모습을 드러내라!"
낯선 곳에 있어서인지 루나의 불안감은 평소보다 배가 돼었다.
"모....습.. 모습이....뭔가요..."
루나는 당혹스러웠다. 아무도 없을줄 알았던 달에도 포니가 있었고 모습을 드러내라는 자신의 말에 모습이 뭐냐고 물어봤으니말이다.
"장난치지말고 어서 나와라!"
땅바닥에서 빛이 원의 형태가 되어서 크게 원을 그렸다. 그리고 한곳에 뭉쳐졌다. 빛은 점점 윤곽을 잡아서 어린 암말의 모습을 갖추었다.
몸과 날개는 달과 같이 회색이였고 흩날리는 금발 갈기 사이에는 흰색 갈기 한줄기가 눈에 띄였다.
"....이름은 무엇이냐?"
"이....름...."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것이냐."
"필요...한가요..."
루나는 자신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빛의 형태를 보며 말하였다.
"일단 너를 가르칠 필요가 있겠구나."
그렇게 공허스러웠던 달 한가운데에서 루나는 새 말 친구를 얻었다. 정확히 말하면 제자였다.
제자를 가르치느라 시간은 꽤나 빨리 흘러갔다. 하지만 천년은 천년이다. 그렇게 짧은 시간도 아니였다.
년수로 지나가는 제자와 루나의 시간은 점점 먼지만 가득하던 회색빛에서 한없이 빛나는 은색으로 되어가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그럼 당신이 온 곳은 뭐가있습니까?"
"글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잘 모르겠다만 이곳과는 달리 나와 같은 생명이 많단다."
"같은...생명...."
"흥미가 생긴것이냐?"
"그럴지도요."
그녀는 저 멀리 떨어진 이퀘스트리아를 보았다. 루나는 이곳 달에서 한가지를 약속하였다.
만약 천년이 지나서 다시 그녀의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이 곳에서 만난 아직 가르침이 부족한 한 어린포니와 같이 가기로말이다.
"다른것은 뭐가 있습니까?
"글쎄... 난 밤에 주로 활동해서 내 자매보다는 아는게 그리 많지는 않다만... 간혹 야간 업무때 졸리면 마시던 음료수가 생각나는구나."
"...음료수?"
"레모네이드라고 하는데, 시원하면서 새콤한게 잠 깨기에는 그만이였느니라."
한번도 들어보지못한 표현에 어린 포니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서려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그 옛날 맛을 떠올리느라 바빴다. 그러다 문득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너의 이름 있지않느냐."
"...이름은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가르쳐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지금은 다르단다. 너의 이름을 한번 생각해보았는데. 레몬민트 어떠냐?"
"뜻이 있습니까?"
"매우 깊은 뜻이 있느니라."
"무엇입니까."
"우리 둘은 반드시 같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렇습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마시고 싶은 음료수의 주 재료와 갑자기 생각난 색깔을 붙인것 뿐이지만
그것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마음에 안 드는것이냐?"
"아니요. 그것이 제 이름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레몬과 루나의 밤없는 밤 생활은 년 단위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천년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고있었다. 동시에 다시 그녀에게는 어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