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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을 무조건 믿어보자는 말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
게시물ID : sisa_6913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noculus
추천 : 17
조회수 : 573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6/03/16 19:05:30
늘 눈팅만 하다..
요즘 사태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생겨, 가입 후에 처음 글 남겨봅니다...
좀 길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

몇몇 분들은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더이상 잡음 만들지말고 
남은 기간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서 일단 새누리부터 저지하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새누리 저지'에 모든 신경이 닿아있던 더민주 지지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게 과연 누구인지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더민주 지지자들, 이 공천 파동전까지 분위기 굉장히 좋았고, 
모든 목표는 오로지 총선 승리, 새누리 과반 저지에 닿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혼란이 지지자들이 초래한 결과인가요? 
내편에게 가장 가혹한 야당 지지자들의 고질적인 못된 습성이 또 문제가 되는 것인가요? 정말 그것 때문입니까..?

이 문제를 단순히 정청래, 이해찬 '컷오프'로 축소해서 판단하면 그렇게 보입니다.
아 총선 승리 위해서 까짓것 쳐낼 수도 있는 거지 뭐 저렇게 난리인가. 
그리고 그걸로 며칠 떠들었으면 됐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총선 한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계속 시끄럽게 구는가.
이럴 수록 새누리당 좋은 일 시켜주는 건데 저의가 의심스럽다..... 등등.

하지만 끊임없이 현 더민주 사태에 대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겐
일단 이 문제가 단순히 정청래, 이해찬 등 의원 몇 명을 잃은 문제가 아닌거죠...


1. 더민주는 당내 공천 시스템에 의해 이미 컷오프 통과가 된 해당자들을 컷오프 시켰습니다.
   즉, 원래대로였으면 컷오프가 안됐어야 할 인물들이 컷오프를 당했다는 겁니다.

2. 좋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컷오프 명분은 더더욱 철저해야 합니다. 아닙니까?
   경쟁력,의정활동능력,당내기여도 등등 다양한 항목으로 평가된 기존 시스템에서 '컷오프 대상자'가 아니었는데 '컷오프'가 되었으니, 
   당연히 '그럼 뭐 때문에 탈락한 거냐'는 질문이 거셀 수 밖에 없습니다. 
   그에 대한 납득 가능한 대답과 기준은 미리 갖추고 있었어야겠죠?

3. 그런데 까고 보니 아무런 절차나 기준도 없고, 오로지 '정무적' 판단으로만 결정되었답니다.

4. 그럼 그 '정무적 판단'이 뭐냐고 물으니 그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5. 이렇듯 지지자들이나 당사자들에게 납득 가능한 '명확한' 컷오프 사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단 가장 큰 문제입니다.

6. 그런데 심지어, '정무적 판단'을 통해 컷오프 시킨 지역구에 출마시킬 마땅한 인재도 없답니다.
   전략공천위가 아무런 대안도 없다며 두 손 두 발 들고 그 모든 책임과 권한을 비대위에 넘겨버리지 않았습니까.
   이게 뭐냐는 거죠 그럼. 아무 대안도 없이, 현재로선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사람들을 왜 내치냐는 거죠.
   '선거 승리'를 위한 선택이라는데, '선거 승리'를 위한 선택처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7. 그럼, 적어도 그 과정에서 분노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지지자들과 
   최대한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고 설득하려 '시도'라도 하는 게 정상적인 수습 아니겠습니까.
   지지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에 '성공'하는 건 둘째 문제고, 적어도 설득시키는 척 '시도'라도 하라는 거예요.
   그게 진심이든 퍼포먼스든, 적어도 카메라 앞에서 가식이라도 떨라는 겁니다. 
   하지만 공관위, 비대위 체제는 정청래는 트럼프같다는 둥, 정무적 판단에 이유가 어디있냐며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둥,
   젊은층의 SNS 여론은 크게 신경써도 되지 않을, 금방 잠재워질 여론이라는 
   정말 지지자들을 개코 우습게 아는 아주 오만하고 당리당략적인 뉘앙스의 발언과 태도만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수습해도 모자를 판에 지지층의 분노를 더욱더 야기시키고, 지지층 결집을 지도부 스스로 와해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대체 뭐를 위해서 그럽니까? 이것도 총선 승리를 위한 건가요? 
   총선 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몇몇 의원을 아무 기준 없이 정무적 판단으로 거른다 쳐도,
   굳이 이처럼 '지지자'들까지 개무시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적어도 '지지자'들과의 스킨십은 포기하지 말았어야죠.
    
8. 이처럼 지지자들을 결집할 책임이 있는 현 지도부가 
   지지자들을 가장 우습게 알고 있는데, 더민주 지지층이 붕괴 안하고 배깁니까. 

   현명한 지도부였으면, "비록 정청래, 이해찬을 컷오프 시켰지만, 
   그래도 비대위가 우리 지지자들의 반발 심리에 귀기울이며 공감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구나. 
   정말 선거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겠구나."라는 맘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돌게끔 가장된 '연기'라도 했어야 합니다. 
   지지자들에게 최면이라도 걸었어야 한다고요. 정치적 쇼라도 떨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근데 현실은 정청래는 트럼프고 왜 컷오프 됐냐는 질문의 답은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입니다. 
   완전 새누리당식 소통 방식이죠. 민주화의 정신을 계승하고, 자유민주적인 정치를 추구하는 제 1야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로선,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 후 급격히 변한 당내 독선적인 기류에 본능적으로 '거부감'과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안그래도 정청래,이해찬 컷오프 된 것도 짜증나는데, 대처 방식마저 새누리스럽다니. 
   그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갑질에서 느꼈던, 그리고 그 앞에서 내 목소리가 처참히 짓밟히고 무력해졌던 그 허탈함을, 
   말도 안되게 현 더민주 비대위 체제에게 똑같이 느끼는 겁니다. 
   
   아니 대체 왜 그래야 하냐는 거죠. 왜 내가 이런 답답한 시국에 
   그래도 나에게 가장 친숙하고 '적어도 새누리당은 아니니까'하는 생각으로, 
   그리고 그 새누리당 권력에 대한 대안으로 여태 표를 던져줬던 정당이 왜 '새누리' 코스프레를 하고 있냐는 거죠. 
   안그래도 더민주 지지자들로선 그 1번당 출신인 김종인이 
   사실상 제1야당의 모든 대권을 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 자체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전 어쩌면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성패는 더민주 지지자들의 그런 경계심, 
   1번당 출신에게 품는 내재된 거부반응 같은 것들을 우선 해소시키는 것에 달려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해소시키긴 커녕 모든 당내 혁신안을 허물고, 당헌 당규를 바꾸고, 절대 권력부터 쥐었습니다. 
   그 결과 잡음이 끊임없는데도, 최후의 소통마저 거부하는.... 
   지지자들로선 내가 오랫동안 지지해온,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한다고 느꼈던 정당이 '변질'된 것처럼, 
   심지어 그게 새누리당 인물이 들어와 순식간에 '허무는 것'처럼 느껴지는 자체가 공포인 겁니다...

   지지자들에게 가장 환호받는 정치인이 '정무적 판단'에 의해서 낙천하고, 
   그런데 지지자들과 소통하기는 커녕 세상 제일 우습게 여기며 지지층을 와해시키고, 
   그 모든 과정을 통해 현 비대위 체제가 지지층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현 더민주 사태의 가장 큰 문제라고요...


9.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 비례 대표 구성과 개념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기존 비례대표 선출 당헌까지 허물고 공관위와 비대위의 권한만 증대하였습니다. 
   그 결과 청년 비례대표에서 이른바 인맥있고 빽있는 후보가 불공정한 특혜를 받았다는 시비가 불거졌고, 
   최종 후보 4명 중 1명은 번복 탈락, 1명은 자진 사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알다시피 '비례대표'는 비교족 소외계층과 소수자들에게 열려있는 등용문이라는 점에 그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비례대표'에서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뇨. 그것도 더민주에서.. 참...


10. '역풍'이 무서워 필리버스터를 관두었다고 했습니다. 
    '중도층' 흡수를 위해 정청래와 이해찬을 비롯한 의원들을 '정무적'으로 컷오프하였다고 했습니다. 좋다 이겁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그것이 정말 필요한 부분이었다면 전략적인 이해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부는 필리버스터때 부터 '역풍'과 '중도층'의 핑계를 대며 '지지층'에게 일방적인 이해를 강요하지만,
    '역풍'이 무서워서 가장 핵심 지지층을 이탈시키고,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활개를 칩니까.
    정작 본인들이 초래한 '역풍'을 보십시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 사람도 아니고, '중도층'이 떨어져 나갈만한 짓을 하는 게 누구입니까?
    '지지층'보다 '중도층'의 민심을 얻으려다 양 쪽 모두를 잃게 생긴 게 현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를 어떻게 믿습니까. 비대위의 선택이 승리로 직결될 거라 어떻게 전망합니까.
    이해찬 정청래 잘라내더라도, 그 뒤에 대안이 준비되어 있고,
    스텝 꼬이는 거 없이 나머지 공천 잘 진행되고 선거 준비 잘 됐으면 이 정도로 여론 들끓지 않습니다. 
    이해찬 정청래가 당내 유일한 흠인 것 마냥, 그들만 잘라내면 승리할 수있다는 듯이 아무 이유도 없이 잘라내놓고,
    본인들은 더한 짓거리들을 하고 있으니까 열받는 겁니다. 진짜 표 떨어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거죠. 
    진짜 패권 휘두르면서 자기 계파 챙겨 주려고 총선 승리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겁니다! 


'비대위'가 뭡니까. 비상 상황이어서 그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꾸려진 조직 아닙니까.
근데 그 비상사태 해결사들이라고 앉아있는 분들이 오히려 또다른 '비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꼴이라고요...
화재 진압하러 온 소방대원들이 불 끄는 척 하다가 오히려 옆에다 불 지르고 있는 격이라고요..
그런데도 지지자들이 지금은 일분 일초가 다급한 위기 상황이니 그저 믿고 지켜만 봐야합니까?

좋습니다. 믿고 지켜본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 '믿음'이 진짜 '믿음'일까요. 
그냥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현재로서 아무것도 없으니까. 
손발 다 묶여있고, 막말로 그런 소방대원들 내친다고 불이 저절로 꺼지는 것도 아니고, 아무 대안이 없으니까. 
조금 저러다 곧 불 꺼주시겠지. 결국 화재 진압하고 구조 해주시겠지. 그냥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참는' 것에 가깝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애초에 왜! 왜 지지자들 마음 속에 '회의감'이라는 아주 나쁜 의혹을 심게 만들었냐는 겁니다. 
애초에 왜! 자신들을 의심하게 만들었냐는 겁니다. 애초에 왜! 신뢰를 저버렸냐는 겁니다. 
지지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비대위. 누구 책임입니까 대체?

지금 시끄럽게 목소리내서 뭐하냐. 배신자 축출해서 뭐하냐. 우리의 적은 새누리니 피아식별 똑바로하고
일단은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문제는 덮어두자. 지금 소방대원들 사기 쫓아내고 사기 꺾어서 좋을 거 하나 없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 
네, 이런 목소리에 공감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새누리를 저지하자'는 그 목표 설정만큼은 여기 대다수 분들이 공감할 것이며, 오히려 아주 절박하게 바라는 심정일 겁니다.

즉, (새누리를 저지하기 위해서) 혼란을 수습하고 비대위 체제에 신뢰를 보내주자는 의견과
(새누리를 저지하기 위해서) 현 비대위 체제의 패착을 지적하고 
하루빨리 당내 분위기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자는 의견은 사실상 '목표'가 같은 겁니다.
단지 그 해결 방법에 대해서 시각이 다를 뿐이죠......

그리고 전 이 불이 더 큰 불로 번지기 전에 막고 싶은 쪽입니다. 
소방대원들 내쫓아서 내가 끌 수 있는 불도 아니다만, 
적어도 그들을 향해 '지금 불 안끄고 뭐하냐!'고 방향은 제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대위가 더 큰 비상사태를 초래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죠..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탈당을 하고, 뭐 더민주에 대한 기대 자체를 버리자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이죠... 더민주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 있기에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자는 겁니다....

'신뢰'는 절대로 인위적인 힘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비대위를 신뢰하자, 믿자, 응원하자 백날 떠든다고 없던 '신뢰'관계가 회복되고 단결되지 않습니다.
지금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비대위 그 자체입니다.
비대위 스스로 지지자들의 기대에 맞는, 신임을 얻는 언사와 행동과 결정을 보인다면, 
분위기는 반전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대위의 문제 해결방식과 태도가 지금과 같다면, 아무리 "신뢰하자"고 한쪽에서 떠들어도 신뢰 관계 형성되지 못합니다. 
지금 우리에겐 "지지자 여러분, 비대위를 신뢰합시다"가 아니라
"비대위 여러분, 지지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십시오"가 더 필요합니다.

만약 여기서 비대위의 독선적 모습들에 대해 침묵한다면, 
비대위는 결코 그것을 "지지자들이 우리에게 결국 신뢰를 보낸다"고 해석하지 않을 겁니다.
"것봐, 내가 좀만 지나면 조용해진다고 했잖아"라고 오독하겠죠. 
그리고 이 다음에 똑같은 패턴으로 내홍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또 말하겠죠.
"우리 지지자들은 시간 지나면 조용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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